Halou - 구멍꾸미기

임희영展 / mixed media   2006_0419 ▶ 2006_0428 / 월요일 휴관

임희영_구멍꾸미기_종이에 드로잉_A4사이즈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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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419_수요일_07:00pm

책임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번지 에이스빌딩 3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Halou - 구멍꾸미기 ● 지나가야만 되는 그 길엔 내가 두려워하는 미지의 검은 구멍들이 있다. 그 검은 구멍들은 나에겐 상당히 소름 돋는 상상을 일으키는 두려움의 대상이자,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피곤한 존재이다. 언제 느닷없이 내 시야에 들어와 내 머리위로 쥐가 떨어지는 상상을 하게 함으로써 날 괴롭힐지 알 수 없는 그 구멍들을 힘찬 기운의 청색테이프와 실리콘 총으로 막음으로써 좀 더 편안한 나의 정신적 생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임희영

임희영_구멍막기_단채널 영상_00:14:00_2003
임희영_구멍익히기_디지털 프린트_7×9cm_2003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사소하지만 특별한 습관들을 가지고 있다. 심각한 얼굴로 줄곧 바닥만 보고 걷는 사람, 타인의 옷차림과 표정을 세세히 관찰하며 걷는 사람, 길가에 핀 꽃이나 가로수를 보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사람, 행상에 늘어놓은 물건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힐끔거리며 걷는 사람, 이어폰을 크게 켜고 어깨를 들썩이며 걷는 사람...

임희영_구멍꾸미기_단채널 영상_00:26:00_2006

그런데 작가 임희영은 길을 걸을 때면 언제나 자신의 가장 큰 두려움의 대상인 '검은 구멍들'을 발견한다고 한다. 마치 구멍들을 탐색하기 위해 길을 걷고 있는 사람처럼,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크고 작은 건물의 흠집들로부터 바위 틈에 생긴 구멍, 벽에 뚫린 하수구, 뚜껑이 열린 맨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구멍들을 발견해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떼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시작된 이 구멍 공포증은, 애써 다른 생각들을 떠올리며 발걸음을 재촉해보아도 어김없이 몇 걸음 지나지 않아 그를 검은 구멍 앞에 멈추어 서게 한다. 그리고 그 앞에 서서 마치 심한 가위에 눌린 사람처럼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한 채 구멍 너머의 쾌쾌한 하수와 구더기, 쥐떼들을 떠올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유년기에 읽었던 어느 명작 동화에서 거짓말을 한 대가로 입만 열면 마구 튀어나오는 온갖 벌레와 파충류, 쥐떼들에 시달려야 했던 한 소녀처럼, 그의 구멍 공포증은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을 단절시키는 심각한 신경증을 일으켜 끊임 없이 자신을 학대하고 괴롭혀온 것이다. 결국 작가 임희영은 구멍 공포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한다. 그가 찾아낸 방법은 오히려 신경을 곤두세워 정체 불명의 구멍들에 집중하고 골몰하는 것이다. 그는 먼저 '구멍 익히기'라는 사진 작업을 통해 수많은 구멍들을 하나 하나 카메라에 채취하기 시작한다. 익스트림 클로즈업으로 화면의 중심에 크게 자리 잡힌 일련의 검은 구멍들은 실제로 구멍 공포증을 갖고 있지 않은 일반에게도 어느 정도의 공포감을 조성할 만큼 인상적이다. 이렇게 구멍들을 채취한 그는 다음 작업으로 '구멍 막기(14'00'')'라는 영상 작업을 통해 검은 구멍들을 청색테이프와 실리콘 총으로 힘껏 막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흰색 면 장갑을 낀 그의 손은 흡사 외과 수술을 행하는 의사의 예민한 손놀림을 연상시키며, 그의 앞모습이 화면 속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가 얼마나 진지한 표정으로 이 작업에 임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또 다른 영상 작품인 '구멍 꾸미기(26'00'')' 에서 임희영은 크고 작은 검은 구멍들 주위에 여러가지 색의 크레파스로 꽃잎과 줄기, 나뭇잎을 그려 나가기 시작하는데, 이로 인해 공포를 불러일으키던 검은 구멍들은 마치 그림을 갓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그려 놓은 듯한 색색의 꽃송이들로 교체되기에 이른다.

임희영_구멍꾸미기_디지털 프린트_29×42cm_2006

『구멍 익히기-구멍 막기-구멍 꾸미기』의 과정을 지나 그의 진저리 나는 구멍 공포증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작가 임희영은 검은 구멍이 암시하는 네가티브한 요소들을 적극적이면서도 한편 타인의 눈에는 유머러스해 보이기까지 한 퍼포먼스를 구사하여 제거하고, 변화시킨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고쳐지지 않는 습관, 징크스, 크고 작은 공포증이 있다. 한 개인의 내부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공포심은 타인과 나누어 가지거나 일순간 사라지지 않고 일생을 통해 나타났다 없어지기를 반복하게 된다. 우리는 작가 임희영의 'halou' 전을 통해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를 우리 각각의 징크스와 공포증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혹은 적응해나갈 것인지 작은 힌트들을 얻어갈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 ■ 유희원

Vol.20060422d | 임희영展 / mixed media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