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꽃, 빛으로 흐르는 날들

한주연展 / painting   2006_0419 ▶ 2006_0425

한주연_꽃_혼합재료_100×80.3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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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419_수요일_06:00pm

인사아트센터 4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한주연의 작품세계에 부쳐 ● 예술이 표현하고자하는 개념과 방법의 만남이라면 작가에게 있어서 왼쪽 발은 작품을 제작하는 방법론을 그리고 다른 오른쪽 발은 작품의 개념이나 표현을 형성하는 작가의 내면세계로 비유될 수 있다. 어느쪽 발을 먼저 선행(先行)하느냐에 따라서 또한 보폭의 균형에 따라서 작가의 작품세계는 그 성격이나 방향이 결정되며 매우 다양한 귀결점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 한주연의 작품세계에서도 그 같은 상황은 명확하게 드러난다. 숨길수 없는 깊은 감성이 쪽빛처럼 배여나오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그는 이미 자신의 관심을 자연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심연의 세계로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한주연이 추구하는 표현상황은 분명 방법론이나 형식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있다고 봄이 옳을것이다.

한주연_꽃_혼합재료_91×72.7cm_2006
한주연_꽃_혼합재료_91×72.7cm_2006

작가 한주연의 작품에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자연이다. 사실과 추상에 굳이 얽메이지 않는 그의 작품에서 이 자연이라는 대상들의 표현은 묘사라기 보다는 그만의 뜨거운 감성으로 녹여낸 형상들이기도하고 또한 자신의 현실과 과거사이의 놓여진 시간이라는 단층에 각인되어지고 있는 진행형의 이미지라고 봄이 옳을 듯 하다. 그의 작품이 사실적이면서도 사실적이지 않고 추상적이면서도 추상적이지 않은 배경에는 자연을 단순히 하나의 표현대상으로서가 아닌 자연이라는 대상에 감정이입을 시키거나 자연이라는 프리즘을 통하여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회화성에 접근하기 위한 다양한 시각들 때문이다. 때문에 그가 표현하는 자연의 모습들로부터 우리는 낮설지 않은 풍경의 느낌을 갖게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예기치못한 표현상황과 무언가가 끝나지않은듯한 이야기 숨겨져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의 자연이란 그가 남달리 지니고 있는 푸른빛의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겨울바람소리이자 연갈색의 빛바랜 어린시절의 흔적들을 찾아가는 여행이기도하며, 메마를 것 같지 않는 삶의 이야기와 상상력이 흘러나오는 원천(源泉)이기도 하다. 항상 자연을 곁에두고 자연을 못내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감성의 기울기를 그의 작품세계에서 느끼게 되는 것도 아마도 그같은 이유에서가 아닐까?

한주연_흰꽃_혼합재료_100×80.3cm_2005
한주연_꽃_혼합재료_91×72.7cm_2006

이번 전시회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회화작품들이 그 이전의 작품들과는 달리 추상성을 향한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지만 소품의 드로잉과 회화작업들에서 드러나는 자연을 향한 그의 관심이 꾸준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그의 추상적인 경향의 표현들이 자연적 형상으로부터 출발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추상성이라는 도상(途上)에서도 그는 이 자연이라는 동반자를 전혀 버릴 의사가 없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확대되고 과장되어진 형태, 격렬한 선들의 움직임과 강한 색채의 대비로 이루어진 화면에서 꽃의 이미지는 감출 듯이 그 형상을 드러내고 있으며, 꽃이 만개하듯이 군락(群落)을 이루는 홍합을 묘사한 드로잉은 사실적인 표현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추상적 표현상황을 엿보게한다. ● 구상적이든 추상적이든 거칠게 없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다의 침묵처럼 내재되어있는 응어리들, 기억의 마디마디를 채워 주었던 섬의 풍경들, 예술과 현실사이의 벽에 긁힌 상채기들과 같은 내부에 겹겹이 퇴적되어있는 층층이들을 조심스럽게 한겹씩 들추어내어 어떻게 채색하고 잘라내어 캔버스위에 펼쳐 놓을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보여진다. 이같은 그만의 내면작업 방식이나 관점은 작가 한주연으로 하여금 차갑게 정지된 과거에서 정감있는 현실을, 바다의 침묵을 격정적인 색채의 외침으로, 무한한 자연속에서 숨겨진 추상의 정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상상력의 중요한 원동력이며 또한 그의 작품에서 자연적인 형상을 그리고 내면의 감성으로 정화(淨化)된 자연의 울림을 동시적으로 감지할 수 있게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는 어쩌면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표현이 단순한 미적인 조형성이 아니고 시각적인 표현을 넘어서 자연이라는 거울을 통하여 그 무언가 내면의 울림과 메세지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가 채색하는 꽃이 자연의 색채만이 아닌 삶의 고뇌와 흔적들이 묻어있고 그가 묘사하는 침묵하는 바다의 풍경들이 정물화적이 아닌 진지한 삶의 표정과 예술에 대한 신념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한주연_풍경_혼합재료_130.3×97cm_2005
한주연_꽃_혼합재료_162×134.3cm_2005

작가 한주연에게 작가로서 더 이상 필요한 것도 부족한 것도 없다. 오히려 그의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예리한 감성으로 스스로 베어버리고 버려야 할것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세번째 개인전에서 보여주는 일련의 과감한 표현들은 그가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과도 같은 신념을 새롭게 보여주고 있음에 앞으로 그의 회화세계에 대한 풍부한 가능성을 예측하게 해준다. 예술은 결국 확신이 아닌 신념의 문제라고 생각하기에 개인적으로 더욱 그에게 많은 기대를 해본다. ■ 유선태

Vol.20060418b | 한주연展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