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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414_금요일_06:00pm
김윤호_김정현_방병상
스페이스 바바 서울 강남구 신사동 514-1번지 5층(포토피아 5층) Tel. 02_3442_0096
이색적인 체험과 모험이 가득한 '여행'의 존재는 언제나 우리의 감정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사막 한가운데 모래바람을 맞으며 우뚝서있는 성궤를 마주대했을 때의 기분은 과연 어떨까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과거 속으로 들어가 그 흔적을 따라 마을의 모습을 그려 보기도 한다. 현대인들에게 신비스럽고 색다른 체험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용기는 상황을 더욱 흥미롭고 묘하게 끌고 갈 것이며 짜릿한 흥분을 가져다 줄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여행과 관광 모두는 그러한 욕망들을 잠재하고 있다. 도시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 현대인들은 숨통을 조이는 이러한 삶의 압박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과연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벗어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아니요" 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일상은 우리에게 어떠한 존재인가.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있는가? 관광은 우리의 반복되는 삶의 일부분을 해소시켜 줄지 모르지만 진정한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으며 우리 또한 그것을 절대적으로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광이나 여행에는 법칙들이 생겨나고 지켜야할 규칙이 만들어 진다. 여가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들이 필요하고 무엇을 갖추어야만 할까. 이것만은 꼭 가서 해야 하는, 이것만은 이번에 꼭 사야만 하는 등등의 일들이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들을 하기위해 사람들은 일련의 행위들을 반복한다. 관광의 행위들은 우리의 삶에 아이러니를 발생 시키며 그러한 아이러니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발견하고 시각화 해내는 일은 매우 흥미롭다. 관광이나 일상의 여러 행위들 중 특히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관광지에서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지 않는 자는 없을 것이다. 추억을 위하여 너도나도 사진을 많이 찍으려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메라 렌즈 앞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이런 행위들은 사진 찍기가 자연스럽기보다는 촬영을 위해 꾸며지고 연출되어지게 만들지만 그러한 부자연스러움마저 우리는 어느덧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따라서 우리에게 기념촬영은 일상의 행동 이상은 아닌 것이다. 일상의 의미가 변하고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이 아닌 꾸며진 행위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곳에는 자연스럽지 않은 만들어진 가상의 일상만이 존재하게 된다. ● 작가들은 그러한 일상처럼 보이나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가는 행위들 속에서 법칙을 찾는다. 반복되는 이러한 행위들 속에 일련의 법칙이 존재하고 그 법칙들을 찾아 시각화하는 일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이 전시는 무거움과 심오함으로 삶의 철학을 제시하는 진지한 전시가 아니다. 가볍고 경쾌하게 삶을 들어올려 색다른 관점에서 일상을 바라보게 만들며 거기에 있는 알 수 없는 씁쓸한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것이다.
김윤호의 작업은 말 그대로 관광지에서 생긴 일이다. 거기에는 사람은 없고 행위만 있다. 사진 찍는 사람들의 행위는 어두움 속에서 그들의 존재는 감춘 체 단지 스트로버 의 발광현상만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관광지에서 어떠한 사건들이 일어나는지 주시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은 관광이 만들어 내는 도식화된 행위들을 가볍게 주목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해 지나쳐 버린 일상의 반복되는 행위들을 작업으로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다.
방병상의 spectator 들은 관광객들이 갖추어야 하는 덕목을 보여준다. 근엄한 권위를 지닌 그리스 인지 또는 로마인지 모를 시대의 유물에 대한 ( 사실은 우리가 그것이 어느 시대인지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 관광객들의 태도는 무엇일까 그는 박물관 이라는 근대가 만들어낸 권위의 공간 안에 잘 정리되어진 유물에 대해 반응하는 관람객의 태도에 주시하고 있다.
김정현의 작업은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여가의 상황을 어떻게 즐기려는 지 보여준다. 마르크스와 레닌의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 두 사람의 역사성이나 의미를 지워 버리고 단지 관광지의 작은 해프닝을 위한 소도구로 만들어 버리거나 그들의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기위한 소품만으로 존재하게 된다. ● 이들에게 있어 이러한 상황인식은 지금까지 사진작업이 주시하던 세상의 무거움이나 진지함이 아닌 사회 현상에 대한 미세한 관찰과 그것들의 차이 그리고 특히 여가가 만들어내는 가벼움 속에서 일어나는 해프닝 들이 지니는 사회적 의미들을 파악하고 읽어내며 시각화 하는 능력들을 보여주는 유쾌하고 즐거운 작업들이다. ■ 염중호
Vol.20060414a |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