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김지원_김을_김태헌_김학량展   2006_0405 ▶ 2006_0418

우당탕탕展

초대일시_2006_0405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10:00pm

갤러리 눈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7번지 미림아트빌딩 2층 Tel. 02_747_7277

김지원 ● 비 오는 아침 출근길 전신주 옆의 가지치기한 우람한 포플러 나무위에 위태롭게 까치집이 얹혀있다. 나뭇가지를 자르는 인부들이 정으로 남겨놓은 것일까? 그 나무는 말이 안 되게 거의 다 잘려나갔어도 여름이면 다시 잎이 무성해질 것이다. 불안하고 불안하다. 덩치 큰 녹색의 청소차가 차도와 인도 턱 사이를 그 만큼만 거리를 유지하고, 천천히 지나가며 먼지를 빨아들인다. 이런 아침에 먹고 마시는 낙(樂)도 알지만 하루 한 끼만 먹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침을 시작하고 또 하루가 간다. 2006.

김지원_계몽적인그림_종이에 볼펜, 과슈_50×70cm_2005
김지원_아직 가보지 못 한곳_종이에 볼펜, 과슈_100×71cm_2005

김을 ● 나의 드로잉 나는 무릎을 바닥에 대고 다시 두 손으로 바닥을 짚는다. 그리고 나서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고개는 목 뒤 승모근이 팽팽해 질 때까지 최대한 깊게 숙여본다. 가랑이 사이로 그림1, 그림2, 그림3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림들이 보인다. 그 뒤쪽 테이블 위에는 나의 드로잉 뭉치들이 애처로운 모습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나는 그들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인생에 관해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진실의 열쇠는 이렇게 엉뚱한 곳에 숨겨져 있기도 하다. 내 몸 속 온갖 장기들이 해독할 수 없는 대화를 시작한다. 그들 세포의 표정까지도 감지된다. 나는 다시 일어서서 잠시 몸을 추스르고 문제의 그 쎄멘벽돌을 갈기 시작한다. 이 작업은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이 작업은 특히 목적이 모호해서 곤혹스럽기 짝이 없지만 가끔 나를 재미있는 곳으로 인도해 주는 통로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바로 그때 소파에 놓아둔 점박이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상자는 간식용 초코렛을 담아두는 작은 상자인데 흰 바탕에 라벤다색 작은 점들이 무수히 찍혀있어서 무심코 바라보면 가끔 착시와 함께 약한 현실감의 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혹시 운 좋게 그 혼란을 경험하게 되면 온 세상이 온통 점으로 보이게 된다. 나는 곧 모종의 점 안으로 빨려들어 간다. 점안에는 강한 서풍이 불고 있다. 바람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땅 위를 걷는지 허공을 걷는지도 모르는 체 한없이 걷는다. 나는 곧 나의 날개가 (왜 날개지?) 차가운 바람에 얼어붙어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날개만이 아니라 온몸이 차가운 얼음에 갖혀 있는 것 같다. 멀리서 검은개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간신히 눈동자는 움직일 수 있는 것 같다. 어디선가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타나 내 앞을 지나면서 그 잔영을 나의 검은 눈동자에 새긴다. 나는 간신히 입가에 비 기술적인 웃음을 짓는다. -이하 생략-

김을_무제_라카 스프레이_33×24cm_2006
김을_무제_라카 스프레이_33×24cm_2006

김태헌 ● 언제부턴가 설렘으로 진행되던 내 삶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새롭게 시작되던 일상이 줄어들더니 삶이 지루해진 것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위로 천개의 달이 뜨기 시작했고, 나는 한 동안 이 재미있는 해석의 놀이에 푹 빠졌다. 그러나 낯선 세상과의 만남에서 느낄 수 있는 흥분을 내 몸은 원한다. 올 겨울도 짐을 꾸려 불쑥 집을 나서 멀리 쌍트 페테르부르크에 선 것도 이 때문이다. 초로初老에 고삐가 제대로 풀려 만나는 세상에서, 거기서 주워 담은 작은 그림을 들고 봄날 전시장으로 놀러 나왔다.

김태헌_시베리아횡단열차에 많은 것들- 오목두기_종이에 드로잉_20.5×17cm_2006
김태헌_북경_종이에 드로잉_20.5×17cm_2006
김학량_기념비적인 풍경-조직생활3년_종이에 드로잉_18.4×12.8cm_2006
김학량_기념비적인 풍경-길_종이에 드로잉_14×20.8cm_2006

김학량 ● 예술이야말로 가장 관능적인 몸 아니겠는가, 다름 아니오라, 통(通)하려고 하는 짓이니까, 열라고, 열어제낄라고 하는 짓이니, 그렇다 할 만한 사태이다, 또한 예술은, 세계에 대한 개념적 드로잉이라고 할만도 하다, 자칫 제스처나 효과에서 멈추어버릴지라도, 그 업은, 어느 순간, 제 삶 멀쩡히 경영하던 사람들을 불러 세워 통곡이라도 할 만하게 뒷통수를 냅다 갈겨버리기도 하니까, 그러는 사이 어느맘 때엔, 나/너도 모르게 나와 너의 몸이, 나와 너의 넋이 열리는 순간을 가끔씩은 육신으로 겪기도 하니까, 그 다음에, 물론 세상이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는다 하드래도, 가슴 한 구석에서 뭣 좀 이물감 나는 무엇이 스멀거리며 나/너의 뻔한 넋을 갉아먹는 소리 있어, 참으로 서서히, 참으로 서서히, 세상이 움직이는 바를, 저 멀리, 구만리 바깥, 구름 흐르는 소리처럼이래도 들을 수도 있으니까, 그제서야 바람이, 세상 변화해감을 지그시 알려주는 증표임도 알겠으니, 하여 예술은 가장 관능적인 것이어야 한다, 왜 아니 그러하겠는가, 이 황막하기 그지없는 광야에 외발로 선 마당에, 그렇지 아니하다면, 무엇이겠는가,

Vol.20060410d | 우당탕탕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