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초록신호등

노세환展 / ROHSEAN / 盧世桓 / photography   2006_0405 ▶ 2006_0411

노세환_달리는카메라(프랑크푸르트)_디지털 프린트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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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405_수요일_06:00pm

인사아트센터 5층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www.ganaart.com

외눈박이 초록신호등 ●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았다." ● 시골집의 대명사인 외가도 서울이었고,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친척을 자주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안에서 살았다. ● 어느 덧 대학을 졸업해서 직장이라는 조직 안에 있다. 출근해야하는 시간, 그 곳에 꼭 있어야만 하는 시간들이 있다. 그것은 도시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 것이다. ● 학교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풍경이 너무 예뻐서 버스에서 내렸다. 하지만 내가 차 안에서 봤던 그 풍경은 더 이상 아니다. 뭘 건질 수 있을 듯 하진 않다. 디지털카메라를 잡는다. 그냥 한 장을 찍었다. 다시 버스에 올라 그 사진을 review한다. 휴지통이 그려진 버튼을 누른다. (2004년 작가 노트 중에서) ● 어느 틈엔가 나도 차를 가지게 되었다. 자유로를 달리다가 예쁜 곳을 보면 내리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를 않는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이제 달리는 차 안에서 보는 풍경이 더 만족스럽다.(2005년 작가 노트 중에서)

노세환_달리는카메라(자유로)_디지털 프린트_2005
노세환_달리는카메라(자유로)_디지털 프린트_2005
노세환_달리는카메라(출판단지)_디지털 프린트_2005
노세환_달리는카메라(자유로)_디지털 프린트_2005

나는 빨리 이동해야 한다. 늘 빨리 빨리 서두르란 이야기를 듣곤 한다.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차를 타는 일은 어느덧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이동 중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내리고 싶지만, 바쁘다.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달리는 차 안에서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 뚱뚱한 나는 할일이 많다. 오늘도 집에 갔다가 아버지의 잔소리로 아침밥을 해결했다. 이제 운동은 탈출이다. 잔소리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 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원을 달리는 것이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한 뒤 난 다른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05년 작가 노트 중에서) ● 도시인들은 낮에는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없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월급을 받는 조건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침에 10분의 단잠을 운동을 위해 포기할 수 없다. 그래서 산책도 야간으로 밀려 났다. 하지만 산책이 전부 이진 않았다. 그 안에는 가장 도시인다운 풍경이 있었다. ● 우리는 더 이상 엔셀 아담스의 작품에서 보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자연,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가끔 먹는 쵸컬릿의 단맛처럼 그저 몇 달에 한번쯤 바라볼 때만 그 자연들이 아름답다. 그 안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것, 그 단조로움 과 한가로움에 익숙해 질수 없는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내가 혹은 도시에 사는 당신이 바라보고 아름답게 느낄 수 있는 장면들에 자연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도시에 사는 외눈박이인 나에게 초록신호등이 들어 왔다. ■ 노세환

노세환_밤의공원(평창군)_디지털 프린트_2006
노세환_밤의공원(헤이리예술인마을)_디지털 프린트_2006

노세환의 움직이는 풍경, 속경(速景)의 아이러니 ● 우린 항상 머물러 있다, 가끔 떠나는 것인가? 아니면 항상 떠나고, 달리고 있는 것인가? ● 노세환의 작업은 나에게 이런 단상을 먼저 떠오르게 한다. ● 차를 타고 달리면, 대신 창 밖의 풍경이 움직인다. 내가 달리는데도, 풍경이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멈추어 있던 대상은 곧 움직일 것 같다. ● 세환의 작업은 이런 모순이 전제된 예측만 할 수 있는 속도가 만드는 무정형의 그림이다. 즉 속경(速景)이다. 사실은 내가 달리지만 경치가 달리는 것이다. 그래서 얻어지는 속경의 구성은 무엇인가? ● 붓의 속도가 낼 수 없는, 시간의 궤적이 그려낸 사진만의 고유의 그림이며, 또한 시간차 표현행위이다. ● 사진이 발명되면서 영접한 시간의 연속 속에서 어느 특정의 순간을 끄집어내고, 그것을 얼마 동안의 시간을 노출하느냐가, 사진가 혹은 사진을 다루는 예술가에게 큰 명제였다. 짧은 시간의 노출에 의해 밝혀진 동물이나 인간의 연속 동작이 규명되고 (Marey나Maybridge), 다시 큰 시간의 노출이 그리는 궤적이 규명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인상파를 지나 구성주의, 다다이스트에게 새로운 표현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 그것은 빛 그림 (photo drawing, painting)이라는 사진 (photography)본질과도 맞닿아있다. ● 만 레이 (Man Ray)에서 시작된 이 개념의 사진들은 해리 캘러한 (Harry callahan) 그리고 유명한 피카소의 빛 드로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움직이는 풍경의 단서들이다. ● 노세환의 첫 개인전은 이런 역사적 작업들과 연계되어 있으며, 위대한 예술가들이 그랬듯이 자유로운 정신을 구현하는 다음 작업이 기대되는 것이다. ■ 배병우

Vol.20060406a | 노세환展 / ROHSEAN / 盧世桓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