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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30_목요일_05:00pm
금호영아티스트
금호미술관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번지 Tel. 02_720_5114 www.kumhomuseum.com
강유진의 그림들 ● 강유진의 회화는 현대 회화에 통용되는 방법적인 측면에 대한 고찰로 볼 수 있다. 강유진의 회화는 추상표현주의나 (특히, 물감을 흘리고 붓는 방식은),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 가 1970년대 캘리포니아의 친구 집에서 머물면서 그렸던 터키색의 수영장 그림들, 19세기 영국의 공예가이면서 텍스타일 디자이너였던 윌리암 모리스 (William Morris) 의 버드나무 가지 패턴 (작품 제목 'Morris' Wallpaper' (2006) '모리스의 벽지' 에서 언급되었듯) 을 포함시키면서 그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다. ● 또한 그녀의 그림은 1980년대 영국의 미술그룹 '아트 앤 랭귀지' (Art and Language) 의 작업 'Portraits of V. I. Lenin in the style of Jackson Pollock' 시리즈의 페인팅에서 제시되었던 것과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작업들은 폴락의 드립 페인팅 (drip painting) 기법의 어느 정도 까지를 상징적 표현으로 볼 수 있고, 어느 정도까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형식으로 형상화가 되어야 혁신적인 형식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한계를 시험하는 작업들이었다.
그러나 강유진의 페인팅에서 흘리고 붓는 (drip/pour) 기법은 결국에는 재현을 목적으로 적당히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이들 (Art and Language 에 나온 작품)과 차별화 된다. 그녀의 최근 그림들, 'Table with Wine',' Bedroom with Red', 'Living Room with Pink', 'Kitchen with Green' (2006) 에서는 집의 내부 공간을 재현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로부터 분리하여 뽑아온 자료들과 함께 조화롭게 섞이고 있다. 여기에서 집의 내부 인테리어가 소재로 쓰인 것은 우연적이지 않다. 그 공간은 대조적인 개념으로 가득 차 있는 장소이다. 집의 개념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서사적인 공간이며 동시에 디자인되고 꾸며진 공간이라는 개념을 내포한다. 버드나무 가지 패턴은 평면의 모더니스트 공간 옆에 위치하거나 그 위를 덮고 있다. 구조적인 요소들은 그 공간을 관통하며 넘나든다.'Kitchen with Green'의 그림에서 터키색의 표면 전체를 덮고 있는 버드나무 패턴은 인테리어를 덮어 싸고 있는 벽지일 수도 있고 인테리어 속으로 잠식되고 있는 버드나무일 수도 있다. ● 흘리고 부어 그려진 페인트 덩어리는 'Merry Christmas'에 나타난 크림이나'Bedroom with Red'에서의 피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Bedroom with Red' 그림에서 안락한 내부 공간과 잔인한 살인을 떠올리게 하는 붉은 페인트의 분출은 서로 상반된 요소로 작용한다. 'Passive Admiration about Something that is Hot ' 그림에서 부어진 페인트는 그냥 독립적으로 표면에 붙어있는 페인트 덩어리 자체로 볼 수도 있고 혹은 어떤 것을 재현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앞쪽의 붉은 페인트는 불, 그리고 중간부터 상단까지의 검고 흰 페인트는 격렬한 폭발을 묘사하고 있다. 형식과 재현 사이의 갈등은 그림을 의도적으로 불안정하게 만든다. ● 'Excursion','Intersection ('Excursion'의 수영장이 클로즈업 된) 이나'Passive Admiration about Something that is Hot '에서는 내부 공간을 떠나 외부 공간과 접하게 된다. 캔버스 끝으로부터 45도 각도에는 도로 교차로에 칠해진 '박스'(주차금지)표시를 연상케 하는 진노랑 격자가 있다. 격자 위 아래로 눕혀진 터키색 수영장의 흔들리는 표면 또한 물감을 떨어뜨리고 붓는 방식으로 그려졌다. 노란 격자 밑의 검은 그림자는 수영장의 바닥과 표면을 동시에 환영적으로 드러나 보이게 한다. 그림은 관람자로 하여금 시원하고 상쾌한 물 속으로 뛰어들기를 권하는 동시에, 다음과 같은 지시를 내린다 : 밖으로 나가시오. (Keep clear) ■ 다비드 마브
"회화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의 '재현' 일 뿐만 아니라, 화가의 '표현' 인 동시에 그가 접근하게 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창조적인 힘의 세계이다." ● 나에게 '그림' 이라는 것은 마치 '행복' 이나 '사랑' 이라는 단어처럼 애매모호하고 복잡다단하면서 그 실체가 불분명한 사물이다. 우리는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만족스러운 상태를 '행복' 이라 부르고 있지만 그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고 개별적이어서 그것을 가늠하기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저마다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마음에 그리며 추구하는 이상향이 있지만 그것은 개인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한 개인 안에서 조차도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상은 조금씩 변화한다. ● 행복이나 사랑 같이 추상적인 개념은 연기, 불꽃, 구름같이 무형적인 물질처럼 그 안에 둘러 싸여져 있을 경우에는 식별하기 어렵고 추상적 형태와 색으로 보이지만 적당한 거리에서 바라보게 될 경우에는 그 형태와 색깔이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다. 그림도 마찬가지로 그 표면과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거리에 따라 여러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깊이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표면에 남겨진 흔적을 보고 지나치기도 하고 빠져들기도 한다. ● 그 흔적은 그 자체 물감 덩어리이기도 하고 어떤 것을 연상하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림은 거실의 벽을 장식하기도 하고 화랑에 전시되어 고가의 상품으로 판매되기도 하고 거리의 광고판이나 인쇄물로 복제되기도 하고 포트폴리오 속에 혹은 창고 안에 틀어 박혀있으면서 일련의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같은 그림이 어떤 이에게는 그저 모호한 시각적 소음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독특한 복잡성과 풍부한 기술을 산출해내는 열린 영역으로 간주 될 수도 있다. 그림은 물감 덩어리가 얹혀진 비교적 납작한 구조물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상징적인 소통의 장이 되어 회화의 역사를 이끌어 갈 수도 있다. 이번에 전시될 나의 그림들은 눈에 보이는 세계의 재현일 뿐 아니라, 나의 손이 움직인 흔적이면서 표현이다.
나는 이번 전시에서 양면적인 그림의 성격을 '그림' 을 통해서 드러내 보고자 하였다. 추상적 요소/구상적 요소, 2차원의 패턴/3차원적 공간, 우연/의도, 세부/전체, 뜨거움/차가움, 불편함/안락함, 이상/현실, 습함/건조함, 곡선/직선 등의 대립 항들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게 섞여있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서로 교차하기도 하고 중첩되기도 하고 병치되기도 한다. 그림들이 양립할 수 없는 두 요소 사이에 위치하길 바랬다. 환영과 물질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림의 속성이 현실과 이상을 넘나들며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놓은 '행복'의 그림은 사람들을 허상을 쫓는 우매한 존재로 만들기도 하고 현재의 순간을 놓치게 하는 함정 같기도 하다. 그림 속의 환영이 보는 이의 눈을 속이고 있음직하게, 그럴듯하게 꾸미는 것처럼 말이다. ● 그림이 주는 자극이나 기쁨은 변화하고 사라지기도 하지만, 같은 무게를 지닌 두 가지 사이에서의 긴장감은 한쪽으로 기울기를 끊임없이 갈망한다. ■ 강유진
Vol.20060403a | 강유진展 / KANGYUJIN / 姜洧眞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