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공간-마을공터

GRAF 2006 : 열 개의 이웃_7 / 이수영_박수진 / 토당동, 행신동 공터   2006_0401 ▶ 2006_0930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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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토당동공터, 행신동공터 Tel. 031_231_7233

공간의 상상, 空터 - 恐터 - 公터 - 共터 空터-사회의 틈새 ● 공터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듯이 집이나 밭 따위가 없는 비어 있는 땅, 즉 '빈 땅'이고, 또 하나는 도시에서 시민의 보건이나 안녕을 위하여 일부러 남겨 놓은 일정한 터, 즉 '빈 터'이다. 공터에 대한 두 개의 사전적 의미, 즉 '버려지듯이 비워진'과 '일부러 남겨놓아 비워진'은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상적으로 비워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비워짐'으로 수행되는 공터의 역할로서, 공터는 비워져야만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이다. 다시 말해서 공터는 비워있음으로써 비어있지 않는 것이다. 이수영의 「공간의 상상-마을공터」는 이 공터를 크게 두 가지의 작동방식 아래에서 다루고 있다. 즉 하나는 '거리두기'로서, 또 하나는 '대면'으로서 이다. 또한 두 개의 작동방식은 두 개의 공터에 각각 분리되어 적용된 듯이 보이지만 공터에서 이 두 개의 작동방식은 모두 초자아의 '즐김'의 운동처럼 수행된다. 이수영의 공터 작업은 공터의 기표들을 따라가면서 상상적 동일시와 상징적 동일시의 과정을 거치고 또한 실패하면서 사회 속에서 공터의 맞닥뜨릴 때 누벼지는 그 접점에서 공터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또한 "무엇을 원하는가?"라는 대답에 대한 답으로서 공터 작업은 환상을 상연한다. 공터는 하나의 구멍이기도 하지만 또한 하나의 영사막이기도 하다. 이것은 어두운 심연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그것을 가름하게 해준다.

동사무소_두꺼비고물상_무당집

두 개의 공터- 공터와 만나는 두 가지 방법 ● 恐터에서 公터로 孔터 주변 돌기 이수영은 '옆 동네 공터'의 작업을 일컬어 '분주한 조사연구'에 의한 개념적 작업이라고 명명한다. 특히 고현학(考現學, modemologie) 이수영은 구보 박태원이 자신의 창작방법이라 했던 '고현학'의 창작방법을 끌어다 쓴다. 고현학은 '고고학'의 짝패로서 발안된 개념으로, 현대의 풍속과 세태를 조사·기록하는 학문을 가리키는데 이는 현대적인 일상생활의 풍속을 면밀히 조사 탐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라 칭하며 쓰레기, 광고, 지번, 땅 주인의 추적, 도시개발계획, 공터의 팔자와 사주 등을 조사한다. 더불어 공터의 장소 기억을 복원하는 고지도와 현재 공터를 지칭하는 지도들을 대질시킨다. 이것은 공터에 대한 상징적 동일시의 과정이라고 하겠다. 그는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의 비어져 있는 장소, 그럼으로써 공동체의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공터의 위치와 역할을 찾아간다. 먼저 지도를 즐겨하는 작업에 사용하는 작가는 여기서도 공터의 지정학적 위치를 찾아간다. 상징적 질서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는 지도는 아주 좋은 매체이다. 그는 현재 고양시 토당동에 해당하는 고지도를 조사함으로써 "국소적 인지가 미흡한 공간에 대한 전역적 인지를 가능케 하며, 전역적 공간상이 경험적 인지보다 근원적인 것처럼 하여 인간의 이해와 경험을 대리보충한다." 또한 "실증적 역사 자료를 구성함으로써 비어있는 이해와 경험을 불러 세운다." 이후 부동산에서 사용되는 지번지도, 고양시청의 도시개발지도, 항공지도, 동사무소 지도, 소방서에서 사용하는 지도, 파출소에서 사용하는 지도, 마을버스지도 등 현대의 지도 속에서 공터의 자리를 구멍낸다. 그리고는 그 구멍을 따라 돌기 시작한다. 동사무소에서 듣는 공터와 구렁이에 얽힌 이야기 등의 민담들, 소방서에서 듣는 공터에서의 화재사고 이야기들, 마을사람들을 통해 듣는 여러 이야기들 등 공터의 내러티브는 계속해서 번식하며 공터 주위를 따라 맴돈다. 공터 안의 폐가, 버려진 쓰레기, 낙서, 광고, 지번 역시 공터라는 빈 구멍을 따라 돈다. 이 상징적 기표들은 공터를 대변하지만 그들이 움직이는 작동방식은 공터를 따라 끊임없이 회귀하는 충동의 방식으로 공터와의 거리두기를 한다. 작가는 공터와의 직접적인 대면을 가지려고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 이 실패는 작가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필연적인 실패이다. 하고 그 주위만을 돌 뿐이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가까이 가기 두려운 恐터를 계속해서 孔터의 주위를 초자아적 즐거움으로 순환한다. 즉 의미화되지 못한 공터의 두려움을 상징들을 통해 펼쳐 공동체의 公터가 되도록 시도한다.

발굴하기_돌탑쌓기_밭일구기
발자국 설치미술
허수아비 설치

空터에서로 共터로 工터로 메우기 ● 작가는 '작업실 앞 공터'는 분주한 오감을 사용한 경험적 작업을 시도했다고 한다. 이 공터는 작가 자신의 생활공간이고 일상의 공간이기에 항상 공터에서 실연되는 여러 가지 퍼포먼스와 여러 부류의 생명체가 왕래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또 보지 못했다 해도 느낄 수 있다. 이 공터는 비워져 있음으로 해서, 익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과 충동을 배설하고 채우는 공간이다. 작가는 여기서 공터의 '무궁무진한 생산'과 '싱싱한 배설의 과정'을 있는 그대로 작업에 옮겨온다. 이것은 공터와의 상상적 동일시과정이라고 하겠다. 먼저 작가는 공터의 사계와 발자국 설치미술 등을 통해 무수한 변화와 움직임, 생존과 죽음 등을 알린다. 그리고는 그 죽음을 애도한다. 예컨대 돌탑 쌓기와 공터에서 행하는 유적지 발굴 작업이 그것이다. 또한 밭 일구기 작업을 통해 죽어있는 땅의 표지처럼 보여지는 공터에서 죽음을 뚫는 생생한 삶의 의지에 존경을 보낸다. 이 작업들을 통해 작가는 空터가 비워있는 것이 아닌 공공의 땅인 共터임을, 그리고 무엇인가 계속해서 생성되고 배설되는 삶과 죽음의 순환이 이뤄지는 생성의 工터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이수영의 두 개의 공터작업은 두 개의 층위에서 접근한다. 먼저 기억을 매개로 한 시제적 차원에서 접근은 시간을 넘나들면서 지금 여기를, 다음은 가능태와 현실태를 넘나들면서 공터의 양태로서의 지금 여기를 보여준다. 작가는 그 접점에 작가적 상상과 공동체의 상상을 채워 넣음으로써 공동체 안에서 공터의 환상을 가로지르며 공터의 윤리, 공동체의 윤리를 표현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이수영의 공터 프로젝트는 공공미술로 확장되어 나간다. ■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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