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yful / Joyful / Playful / Loveful / Crapture(craft+sculpture)   남정임展 / ceramic   2006_0329 ▶ 2006_0404

남정임_Stone bird의 깃털_세라믹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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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29_수요일_06:00pm

통인화랑 서울 종로구 관훈동 16번지 통인빌딩 B1 Tel. 02_733_4867 tonginstore.com

"알레고리와 해학, 그리고 유희로 빚은 흙의 조형정신" ● 163년 전쯤, "앞으로 다가올 세대들은 실재보다는 상징을, 사물보다는 이미지를, 오리지널보다는 카피를, 존재보다는 외양을 더 사랑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독일의 철학자 루드빅 포이엘바흐(Ludwig Feuerbach)였다. 그 후 오늘날 21세기에 접어들은 인류는 '정보와 소통의 혁명'을 겪고 있다. 그리고 정보화의 물결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패턴들을 변화시켰고 인터넷의 등장은 '소통'과 '노동'과 '유희'의 공간을 인간과 사이버의 결합으로 급속히 대체하고 있으며, 기존의 지식정보에 대한 총체적인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들은 그의 예견대로 디지털화(Digitalization)된 픽션과 감성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확실히 현대인들은 이미지를 먹고 살고 사물의 본질보다는 상징을 더 신뢰하며 원작보다는 복제품을 즐기며 살아간다. 도처에 이미지의 범람을 목격하며 복합 미디어에 잘 길들여져 있다.

남정임_Stone bird의 깃털_세라믹_2006

이미지로 무장하고 코드화된 신호체계에 의해 모든 사회구조는 시스템화 네트화 되어 있다. 이제 그 누구도 네트의 그물망으로부터 자유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스스로 배태해낸 모든 정보와 지식들의 통합된 그물의 덫으로 서로 얽혀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정보유목민들로 특징지어진다. 정보가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디든 유목민처럼 떠난다. 그리하여 우리는 신유목민들로 정보와 이미지의 바다를 거침없이 유영한다. 이러한 환경아래, 예술은 다양성의 차원을 넘어 합성과 혼성 그리고 이종교배의 복잡한 양식을 띠며 한층 더 난해한 다층구조를 형성해 가고 있다. 회화와 비디오, 조각과 공예가 그리고 디자인과 예술이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새로운 예술의 형태를 띠며 과거에 체험할 수 없었던 조형양식으로 자라나고 있다. 이른바 퓨젼이라는 예술 형태로 이식되고 교배되기도 한다. 거대한 자본의 꽃으로 피어난 상업화물결은 예술의 존재의미와 기능, 그리고 현대인에게 예술이란 진정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한층 복잡하고 모호한 경계에 놓이게 한 것도 사실이다.

남정임_Stone bird의 깃털_세라믹_2006

지난 '90년대의 중반, 필자가 출강하던 대학에서 사제로 만난 작가 남정임은 자유분방한 드로잉능력과 표현의지가 강하고 남다른 실험정신과 인내심이 강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학과 대학원과정을 마친 후, 헝가리 케츠케메츠((Kecskemet) 국제 세라믹 스튜디오 유학에 이어 일본 시가라키 도게노모리(陶藝의 숲)에서의 연수를 거친 외국 유학생활을 통해 그의 도자예술 전개와 조형기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남정임_Stone bird의 깃털_세라믹_2006

그의 조형세계는 세 단계의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초기의 작업성향은 곤충의 부분형상을 통해 문명과 인간사회의 한 단면을 조망하며 비판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위대한 가치의 발견을 시도했다. 두 번째 단계는 미와 추, 사물과 인간, 물질과 정신 등 대립관계에 놓여있는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현상에 대하여 예리한 시각으로 통찰하면서 양자의 대립과 혼돈의 상태로부터 화해코자하는 의도로 '다리(bridge)'라는 조형언어를 채택하게 되며 이를 통해 분열과 괴리의 이중구조를 연결고리로 조형의 알레고리를 형성해 갔다. 그 후, 세 번째 단계에서 그는 과감한 변신을 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데 그러한 조형어법이 이번 전시의 주된 핵심으로 보인다. 그의 변화의 물결은 예술과 공예의 내면에 도사린 근원적 문제로서 '유희와 아름다움 그리고 쓰임새'의 문제에 대한 각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주 테마는 'Stone bird의 깃털'로 돌 새는 날지 못하나 날고자하는 욕구가 강렬하고 무거운 반면 깃털의 이미지는 가벼우며 자유로이 유영할 수 있다는 대립적 관계항을 설정하고 있다. 이는 그가 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번민과 갈등, 도예의 예술사적, 문화적, 사회적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온 결과물로 이해되어진다. 또 다른 한편, 그의 작품에서 우리는 해학과 풍자 그리고 익살을 읽어낼 수 있다. 미니멀하게 단순화시킨 용기의 형태위에 극도로 절제된 인간의 형상, 새, 그리고 오브제들과 레고의 조각들이 등장한다. 그러한 오브제들은 마치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즐겨 썼던 데페이즈망 depaysement ( 轉置, 轉位法 ) 기법의 일환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생경한 이미지를 통해 상상의 세계를 제공하며 은유적 상상을 촉구하고 있다. 기성의 오브제들과 추상적 형상을 띠고 있는 유기체들은 아주 작은 새의 늑골과 흉부의 골격 같은 이미지형태로 기하학적이고 메카니즘적인 인공물의 딱딱함을 무너뜨리고 사고의 공간을 확장시키고자하는 의도가 녹녹히 배어 있는 듯하다. 이러한 조형의지를 표출해내기 위해 그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완성하는 무광세라믹기법을 사용하고 그 위에 회화적 기법 또는 드로잉적인 요소를 도출해 내는데 그것이 다름 아닌 하회전사(下繪轉寫; Underglazing transfer)기법이다. 공판화의 한 기법인 세리그라프(Serigraph)로 유기적, 또는 기하학적 형상들을 프리핸드 드로잉한 다음 실크에 감광시키고 안료층을 전사지에 옮긴 다음 자신이 빚은 조형형태 위에 붙이고 다시 불에 구워낸 결과물들이다. 이렇듯 복잡한 과정을 거쳐 얻어낸 백아(白 )의 희디 흰 조형물들은 흙이라는 물성(objecthood)을 벗고 도조적(陶彫的) 조형물로 태어나 현대 회화적인 이미지가 결합됨으로써 우리의 미감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 그의 조형세계는 흙을 쓰되 도자기이기를 거부하며 불에 굽되 이미 도예로 예속되지 않는다. 작가의 말대로 더 이상 방구석에 쌓여가는 무거운 조각(Sculpture)이기보다는 누군가의 손에 잔잔한 기쁨을 쥐어주는 크래프트(Craft), 즉 이 두 의미의 합성어인 크랩춰(Crapture)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켜 실현코자 하는 것이다.

남정임_Stone bird의 깃털_세라믹_2006

프랑스의 야수파 화가 앙리 마티스가 "다른 작가와 똑같은 방식으로 그리려 하지 않은 것이 내 생애 동안 나를 괴롭혔다." 고 언급한 것처럼 예술가는 남이 모방할 수 없는 독자적인 세계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남정임의 독창적 전개방식은 장난감처럼(toyful)-즐거움(joyful)이 절정에 달해-그것을 유희(playful)하며-마침내 삶을 사랑하는(loveful), 그럼으로써 버거운 현대인의 삶에 희열과 사색, 서정적 은유를 던져줌으로써 사이버화 된 이 세상이 아직은 촉촉한 감성과 사랑이 싹트고 있음을 은밀히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 정택영

Vol.20060329d | 남정임展 / ceramic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