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그리기

박현정展 / PARKHYUNJUNG / 朴現珽 / painting   2006_0323 ▶ 2006_0406 / 일요일 휴관

박현정_옷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7×56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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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23_목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 목요일_10:00am~09:00pm / 일요일 휴관

세오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1동 1666-12번지 꿈을 꾸는 세오빌딩 2층 Tel. 02_522_5618 www.seogallery.com

그대로 그리기_평범한 일상의 리좀식 발상 ● 박현정의 그림은 회화가 미술사를 통해 주인공으로서 존재해왔던 무거운 역할을 가장 일상적 이고 가벼운 소재를 선택하여 그리기라는 기본적 유희를 전달하고 있다. 전철표, 수첩, 의자, 옷 등 그녀는 주변에 흔히 사용하고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실물 크기로 그려낸다. 그동안 미술사 에서 그림의 가치는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으로 가장 고귀한 것과 저급한 것들의 존재 자체를 확장시키며 문화의 발전에 앞장서 왔으며 화가들은 미술사 안에서 고뇌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세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통스럽게 작업해왔다.

박현정_마마스드레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0×84cm_2005
박현정_마마스드레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19×90cm_2005

포스트모던 시대의 미술은 이러한 새로운 사조와 미적 가치의 생산을 개인의 정체성에서 출발하 여 무수히 다양한 개념의 미술을 생산해 내고 있다. 박현정 역시 서민적이며 평범한 삶을 살아 가는 환경 그 자체를 작업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그녀는 주위에서 가깝게 사용하는 오브제를 그대로 화면에 그린다. '그대로 그리기'라는 사실적 표현만으로도 순박하면서 정직한 감성을 전달한다. 미술작품 속에서 늘 기대하는 충격적이며 거대한 영향으로 인한 경이로운 감동이 아니라, 가볍고 평범함 안에서 느끼게 되는 섬세하고 따뜻한 작업이다. 니체의 말 중에 "학문을 예술의 관점에서 보고 예술을 삶의 관점에서 본다면"이란 문구처럼 예술, 학문 과 삶 모두가 중요하며 함께한 그것을 통해서만 새로운 삶과 예술의 방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현정_옷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77×142cm, 60×135cm, 실물크기_2005~6

박현정이 선택한 오브제들은 대량 생산된 프린트 이미지들로 그 이미지가 반복적이다. 그녀는 그것을 수를 놓듯이 다시 캔버스에 꼼꼼히 그려낸다. 이상과 정신의 위대한 철학적 신념을 표현 하기보다는 수공적인 노동으로 무늬와 색들을 배치해 놓은 것이다. 이것은 들뢰즈가 과거 욕망의 흐름보다는 형식화되지 않는 질료적 흐름으로 정의한 신체없는 기관이며 일관성의 구도라고 볼 수 있다. 흔하고 무가치적이며 무의식적인 요소들을 그려냄으로 가난과 부, 기계와 수공, 명품과 키치, 인쇄물과 그리기 등 이분법이 아닌 나열식의 일관성있는 구도를 통해 과거와 현재 간의 고정적 관념들을 종횡무진 넘나들고 있다.

박현정_전철표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0
박현정_의자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0
박현정_스카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7×87cm_2000

그녀가 택한 꽃무늬를 가진 질료적 옷감은 어느 부분을 그려도 같은 효과를 지니는, 즉 주체도 없고 분할도 불가능한 리좀적 발상의 표현이다. 그녀가 선택한 무늬는 추상적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무늬는 하나로서 존재하기도 하지만 연속적 의미를 가지며 다른 공간을 넘나드는 형태다. 그러나 크기는 의복이나 오브제의 구성으로 제한되며 실제 사이즈로 사실성이 강조된다. 그리고 평면적으로 표현된 형태는 회화 안에서의 평면과 입체, 추상과 구상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박현정은 자신의 예술적 방향성을 그녀 주변의 일상에서 발견하고 강도 높은 작업을 통해 이 시대의 다이어그램을 표현하고자 하는 기대되는 젊은 작가이다. ■ 김미진

*리좀:식물학에서 뿌리를 한 곳에 깊이 박는 식물류가 아닌 담쟁이처럼 자신의 줄기와 뿌리가 같이 이어져 나가는 식물류를 가리키는 말로, 철학자 들뢰즈가 "앙띠 오이디푸스"에서 사용한 개념이다. 수직적 구도가 아닌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Vol.20060328a | 박현정展 / PARKHYUNJUNG / 朴現珽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