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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삶의 정신을 담은 사군자 ● 한국인에게 사군자만큼 친근한 화목(畫目)은 없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정성스럽게 난을 치기도 하고, 집집마다 사군자 그림이 걸려 있기도 합니다. 비록 현대인의 삶은 자연과 멀리 떨어져 있지만, 난을 정성스럽게 키우고 가을이면 국화의 은은한 향기를 동경합니다. ● 이렇듯 사군자가 우리 삶 속에 밀접하게 들어와 사랑 받는 이유는 그 속에 인간이 추구해야 할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눈 속에 핀 매화, 선비처럼 고결한 난초, 가을 찬 이슬 속에서도 붉은 빛을 더하는 국화, 바람에 휘어져도 부러지지는 않는 풍죽에 담긴 정절, 절개, 극기의 정신은 자연 속에서 소신 있게 살고자 한 동양인 그리고 한국인의 심성입니다. ● 옛 사람들은 이 네 가지 화목을 즐겨 그리며 그 속에 담긴 깊은 뜻을 흠모하여 자신을 되돌아보고 따르고자 하였으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 뜻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동양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조차 사군자에 대한 심도 있는 공부나 창작을 하기보다는 사군자를 한 학기 지나가며 배우는 통과의례쯤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화가 문봉선이 직접 사생한 사군자 ● 이에 저자는 한 사람의 한국화가이자 강단에 선 교수로서 중국과 일본의 것과 다른 독자적인 우리 사군자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자 하였습니다. 옛 화보를 답습하거나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식물에 대한 정확한 사생을 통해서 새로운 사군자의 모습을 담으려 애썼습니다.이에 저자는 한 사람의 한국화가이자 강단에 선 교수로서 중국과 일본의 것과 다른 독자적인 우리 사군자의 모습을 화폭에 담고자 하였습니다. 옛 화보를 답습하거나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식물에 대한 정확한 사생을 통해서 새로운 사군자의 모습을 담으려 애썼습니다. ● 15년간 우리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정확한 모습을 화첩에 사생했는데, 매화는 전남 승주 선암사의 고매와 섬진강변 매원의 매화를, 난초는 안면도와 제주도 등에서 사생한 난을 실제 자연 속에 모습에 충실하게 표현했습니다. 국화는 민가에서 주로 사생한 것을 그렸으며 대나무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시누대와 구례, 하동 섬진강변의 왕대 두 종류로 나눠 그렸습니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그 과정에서 얻은 귀중한 산물이라 하겠습니다. ● 중국의 기법을 소개한 책이 아닌 전문성과 저자의 생생한 체험을 담은 책이 거의 없는 실정에서, 이 책은 전통을 계승하여 시대에 맞는 사군자를 재창조해낸 젊은 화가의 노력에 생생한 육성을 더해 공부하는 학생에게나 사군자를 배우는 사람에게 바른 교본이자 지침서가 될 것입니다.
사군자를 더욱 빛나게 하는 화제 ●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은 화제(畫題)의 소개입니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방법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화일체(書畫一體)에서 나오는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를 강조했습니다.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에 대해 퇴계 이황 등이 쓴한시와 안민영 등이 쓴 시조를 가려 뽑아 소개했으며, 그 화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보고 그림에 어울리는 화제를 찾아보며 그림 실력뿐만 아니라, 그 그림에 담긴 뜻까지 음미하도록 하였습니다. 또 화법과 함께 추사 김정희, 양주팔괴 중 한 사람인 정섭 등의 화론을 묶어 소개하며 그림 그리는 법만큼이나 이론과 논평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딱딱한 이론의 틀에 갇히기 보다는 현장감각에서 나온 쉬운 화법과 그림 그리기에 직접 도움이 되는 화론, 한시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 또한 우리나라 사군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매란국죽 각 화목의 역사를 간략하게 실어 깊이 있는 공부를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쉽게 만나는 사군자 ● 4가지 화목을 매화ㆍ난초(1권), 국화ㆍ대나무(2권)로 나누어 묶어 야외 사생을 나갈 때도 부담 없이 소지할 수 있으며, 네 화목 모두 그리기 부담스러운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화목만 선택할 수 있습니다. ● 이해하기 쉬운 짤막한 화법에 그 화법의 특징을 소개한 저자가 그린 매란국죽의 다양한 모습을 하나씩 담아 이해를 도왔고, 고전과 함께 그림을 편집하여 고전의 읽는 맛을 더했습니다. ● 화법을 숙지하며 하나씩 차근차근 그림을 응용하여 따라 그려보고, 화론과 화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면 사군자를 배우고 정신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새로 그린 매란국죽』 중에서 ● 회화로서의 사군자는 동양 회화의 근본이 되는 조형원리와 예술철학을 한데 아우른, 세계 어느 회화 장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야다. 그러나 서예계나 미술계는 물론 일선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사실을 망각한 채, 한 학기 배우고 지나가는 통과의례쯤으로 전락시킨 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빚어진 제문제를 교단에서 절실하게 경험한 화가로서 무엇보다 사군자에 대한 위상을 새롭게 정립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_서문 중 ● 매화(매실)나무도 일반 나무와 같이 늦봄부터 무성한 잎이 돋아나기 때문에 줄기나 가지를 관찰하려면 추운 겨울, 특히 꽃이 피기 전을 택해 사생해 보면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잎이 진 줄기나 가지에서 매화의 특성을 살필 수 있어 꽃눈, 잎눈이 어디에 붙어 있고 잔가지, 햇가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옹이나 이끼 등 매화의 전체 골격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꽃이 피고 나뭇잎이 줄기와 가지를 가리기 때문에 다시 일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묵매화를 배우기 어려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_1권 18p ● 선인들은 '석묵여금(惜墨如金)'이라 하여, 먹 아끼기를 황금같이 하라고 했다. 수묵화를 그릴 때 짙은 먹은 결정적인 곳에만 쓰고, 맑고 깊은 담묵의 먹색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먹색은 담묵에 있는 만큼, 좋은 먹을 짙게 갈아 맑은 물에 섞어야 깊고 윤기 나는 먹색을 얻을 수 있다. 좋은 먹색을 내려면 먹도 좋아야 하지만 좋은 벼루에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갈아야 윤기가 나고 짙어진다._1권 140p ● 묵란은 사의(寫意)의 경지를 높게 치지만 배우는 단계에서는 관찰과 사생의 과정을 철저히 거치는 것이 좋다. 중국의 묵란은 중국에서 자생하는 난을 중국인의 눈으로 보고 느낀 감정을 그린 것이므로 우리 묵란을 그리려면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 피는 난을 그려야 한다. 묵란을 그리는 기법은 시대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역시 자연이다._1권 144p ● 사군자 중에서 국화를 가장 마지막에 배우는 이유는 묵란, 묵죽, 묵매에서 운필과 기초적인 먹색의 조율 방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또한 묵란, 묵죽, 묵매는 점과 선으로 구성되지만, 묵국은 점과 선 외에 면이 더 들어가고 모필이 지닌 모든 성질을 이용해서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_2권 23p ● 사군자 중에서 묵죽화는 가장 널리 사랑받아 온 화목이다. 대나무의 모습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군자의 정신에 비유됨은 물론, 그리는 과정의 단계가 분명하여 다른 화목에서 느낄 수 없는 세계가 있다. 또한 매화, 난초, 국화에 비해 실생활과 가장 밀접하여 집 언저리나 강가에서 늘 볼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친숙한 식물이기도 하다._2권 112p ● 묵죽화는 서예의 네 가지 서체를 이용하여 그린다. 줄기[竿]는 해서를 쓰듯이 긋고, 마디[節]의 삐침은 예서와 같이 하고, 가지[枝]는 초서를 쓰듯이 하며, 잎[葉]의 가지런함은 행서를 쓰듯이 긋는다. 어느 때부터인가 옛 그림과 실제 자연(대나무)과 비교하는 눈이 생기면서 좋은 그림이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_2권 117p
지은이_문봉선 ● 1961년 제주도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중국 남경예술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0년대 자전거나 도시 주변 풍경을 통해 현대적인 수묵풍경화를 선보였으며, 1990년대에는 북한산, 설악산, 금강산을 그려 진경산수의 맥을 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바람, 물, 소나무 등 자연에 깃든 우리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십여 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북경 아트 페어'(2005) '한국 현대작가 초대전'(2004) '진경-그 새롤운 제안전'(2003) '수묵의 향기, 수묵의 조형전'(2001) 등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1986년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회화), 1987년 중앙미술대전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 동아미술제 동아미술상(문인화), 2002년 선미술상을 수상했다.
Vol.20060324c | 새로 그린 매란국죽 1, 2-문봉선의 사군자 다시 보기 / 지은이_문봉선 @ 도서출판 학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