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on Smith

시튼 스미스展 / Seton Smith / photography   2006_0323 ▶ 2006_0507 / 월요일 휴관

시튼 스미스_WINDOWS_플렉시글라스에 컬러인화_180×120cm_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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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23_목요일_05:00pm

작가 초청 강연회_2006_0322_수요일_05:30pm 장소_홍익대학교 제1신관(E동) 103호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가인갤러리 서울 종로구 평창동 512-2번지 Tel. 02_394_3631

평창동 이전 후 갖는 가인갤러리의 두 번째 전시는 독특한 느낌의 서정적인 사진으로 파리와 뉴욕을 비롯한 전 세계 미술계에 잘 알려진 미국 출신 사진작가 시튼 스미스(Seton Smith, 1955- )의 개인전입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시튼 스미스의 이번 개인전에는 작가의 1990년대 주요작품 약 스무 점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본 갤러리는 전시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는 작가의 초청 강연회도 함께 개최될 예정이오니 관심 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시튼 스미스_SEVERAL DOTS(pergamon series dark)_플렉시글라스에 컬러인화_180×120cm_1994
시튼 스미스_PILLOW A_플렉시글라스에 컬러인화_180×120cm_1994

"우리가 이 세계를 제대로 지각하고 있는가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세계는 우리가 지각하고 있는 것 그대로라고 말해야 한다." 실제적인 지각이란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자신의 철학사상과 예술이론을 전개한 프랑스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그의 대표저서『지각의 현상학』에서 '지각'의 본성에 관해 이와 같이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다.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실제적인 지각이란 우리 각자의 몸이 자신이 속한 세계에 젖어 들어 사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체험하는 매우 구체적인 활동이자 모든 사유와 언어에 앞서는 원초적인 경험이다. 사실상 우리는 자신이 살아 온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삶의 방식을 취하듯, 시간의 축적을 통해 형성된 각자의 지각의 역사에 따라 똑 같은 대상을 보고도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 사진작가 시튼 스미스(Seton Smith, 1955- )는 철학사상이 아닌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인간의 실제적인 지각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초점이 벗어난 흐릿한 사진 앞에 선 사람들은 몽롱하고 아련한 분위기에 휩싸여 일순간 모든 감각의 방향을 잃는다. 이 형상이 무엇을 찍은 것인가를 "생각하기" 앞서 그 자체를 "보고" 알 수 없는 기분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단색조의 실체를 알 수 없는 흐릿한 형상과 통제되지 않은 듯한 카메라 기술은 생경한 화면을 만들어 내어 보는 사람의 상상을 자극하고 그 사람만의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시튼이 자신의 사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특정한 피사체가 아니라 그 피사체가 불러오는 세계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로서의 지각현상인 것이다. ● 그 이미지들은 실제적인 것(the real)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실제적인 것에 대한 작가의 추상화된 해석이며, 작가는 보는 사람이 그 이미지들을 실제의 어떠한 상황이나 대상과 결부시키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느낌과 해석으로 바라보길 원한다. "장면을 만들어 내는 것은 나지만, 그 해석은 열려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경험을 그 장면들에 투사할 수 있다"는 그녀의 말처럼 그녀의 주된 피사체인 램프, 그릇, 의자 등의 일상 오브제나 계단, 기둥, 창문 등이 포함된 실내 공간은 그것이 가진 원래의 익숙한 의미가 아닌 보는 사람의 지각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예컨대, 거울에 비친 피아노의 일부분을 찍은 시튼의 사진을 보고 누군가는 의자의 윗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사람의 머리 형상을 떠올릴 수도 있다. 문자의 의미가 어떤 특별한 "기표(signifiant)"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만들어내는 기표들의 끊임없는 미끄러짐 속에서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자크 라캉의 언어이론처럼, 시튼의 사진은 지각의 주체를 따라 확정되지 않는 끝없는 의미화 작용을 겪는다. 언어의 기표들이 주체 속에 자리 잡을 때에만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듯 시튼의 사진 속 형상들도 그것을 대하는 주체와의 만남에 의해서만 온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시튼 스미스_FEZ CABINET_플렉시글라스에 컬러인화_91×61cm_1997
시튼 스미스_LAMP & PHOTOS_플렉시글라스에 컬러인화_180×120cm_1997
시튼 스미스_HIGH MOON_플렉시글라스에 컬러인화_180×120cm_1997

그렇다면 시튼의 작품이 사진으로서 갖는 특징은 무엇이며 그녀는 왜 사진을 자신의 예술매체로 삼고 있는가. 사진이라는 매체는 본디 빛을 기록하는 것으로서 시간성을 지니며, 사진이 담지한 시간은 특정한 공간을 통해 드러난다. 그러나 시튼의 사진에서 시간과 공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며 심도 있는 논의를 필요로 한다. 시튼에게 시간은 사진을 찍는 행위와 그 결과물 모두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시튼은 사진을 찍는 행위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 잭슨 폴록이 붓을 들고 캔버스 위에 물감을 흩뿌려 하나의 화면을 완성하듯, 그녀는 오랜 시간 카메라를 들고 사물들이 반사하는 빛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낸다. 그녀만의 고유한 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녀는 트라이포드 없이 카메라를 직접 손에 들고서(hand-held) 초점을 대상에 맞추지 않은 채 낮은 조명 아래 긴 노출로 촬영을 한다. 일반적인 사진작가들이 카메라를 고정시켜 한 장면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는 것과 달리 시튼은 카메라의 흔들림을 방치한 채 한 장면을담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 조리개를 열어 두는 것이다. ● 사진을 찍을 당시 작가의 시간은 현재 사진을 보는 관객의 시간에 중첩되면서 비로소 작가의 의도는 완성된다. 시튼의 사진 앞을 천천히 걸으며 감상하는 관객은 사진 속 공간과 사진 표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겹쳐 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진에 담긴 작가의 시간과 현재 자신의 시간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시튼의 고유한 시간성은 그녀의 이면화 형식 사진에서 더욱 강조된다. 다르지만 연결된 듯한 두 개의 화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 것으로 동일한 대상에 대한 다른 시선을 제시한다. 따라서 두 장의 연결된 사진은 공간의 이동뿐 아니라 시간의 연속성을 드러내는데 효과적이다. 움직이며 사진을 감상하는 관객에게 시튼의 이면화 형식의 사진은 마치 영화의 연속적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한편, 시튼의 사진에서 시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이 담고 있는 공간이다. 시튼은 일상 사물을 찍을 때조차 사물 자체보다 그 사물이 놓인 주위 공간에 더 큰 비중을 두며, 그녀의 사진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 역시 실내 공간 사진이다. 특히 시튼의 사진 속 공간에는 건축적 요소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 토니 스미스를 도와 언니 키키와 함께 기하학적 모형을 만들곤 했던 시튼의 작업에는 토니에게서 두드러졌던 건축적인 측면이 많이 남아있다. 또한 시튼은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여러 다른 건축형태들을 보고 그것들이 정서적으로 어떤 느낌을 주는지 연구했으며 작은 건축모형들을 만들어 사진작업에 사용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시튼은 초기에 사진과 실제 오브제를 함께 설치하는 공간 특정적인 작업을 주로 했으며, 1990년대 이후 사진에 전념한 이후에도 건축물을 즐겨 찍고 실내공간을 찍을 때도 그 장소가 가진 특색 있는 건축적 요소를 통해 공간을 강조하고자 했다. 그리고 시튼은 거의 대부분의 사진에서 독립된 한 공간을 찍기 보다는 관계로서의 공간을 드러내길 원했다. 기둥들 사이로 보이는 거울에 비친 공간, 창문이나 문을 통해 바라본 집 안 가구들, 계단을 내려오며 찍은 벽과 바닥 등 시튼의 사진에는 작가 고유의 건축적 공간 해석이 두드러진다. ● 사실상 이러한 관계로서의 공간 역시 한 장의 사진보다는 시튼의 특유한 두 장이 연속된 사진들에서 잘 나타난다. 한 사진에서의 계단이 끝나는 지점부터 다른 또 한 사진에서의 계단이 시작하는 식으로 두 장의 사진 안에서 공간의 연속이나 확장이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그 결과 관객들은 두 장의 사진 사이에 있을 공간을 각자 상상하게 된다. 이는 부분을 통해 전체문맥을 추측하게 하는 시튼만의 공간에 대한 은밀하고 간접적인 제시 방식이다. 그녀의 이면화 혹은 삼면화 형식 사진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은 이처럼 각각의 이미지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상호작용으로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하나의 이미지에서 옆의 다른 이미지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겨가며 그 사이의 문맥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읽어내도록 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시튼 스미스_BUTTERFLY BOY_플렉시글라스에 컬러인화_180×120cm_1993
시튼 스미스_X Back Chair in Mirror and Piano in Mirror_플렉시글라스에 컬러인화_180×120cm_1993

시튼의 사진은 그것이 어떠한 사물이든 실내공간이든 자연풍경이든 그것을 보는 사람들 각자의 세계 안에서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지만, 사실상 그것들 대부분은 작가 자신의 주변에 자리한 것으로서 작가에게는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그러나 작가 자신의 일상 공간이 개인의 사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사람들 깊은 내면의 기억과 무의식적인 욕구로부터 새롭게 해석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시튼의 사진 속 대상들은 그것이 무엇이건간에 특정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전혀 다른 시공간으로 한없이 옮겨갈 수 있다. 시튼의 사진에서 중세 유럽풍 저택의 실내장식이나 오리엔탈풍의 회화와 같은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의 대상들이 그 시대성과 장소성을 상실하며, 박물관의 고대 유물 역시 그 본래의 역사적 의미나 사료로서의 가치를 떠나 다른 사진 속 대상들과 다를 바 없이 하나의 이미지로서 사람들에게 작용할 뿐이다. ● 사진은 실재(the reality)를 그대로 재현하는 본성을 가졌다는 점에서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작가의 주관이 개입되기 어려운 매체다. 그러나 시튼은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매체를 가지고 마치 추상화나 시처럼 감상하는 사람 각자의 주관에 따라 그 해석을 열어놓는다. 시튼이 다루는 것은 분명 실재이며 그녀는 어떠한 것도 조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대하는 우리는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에 젖어들어 실체를 알 수 없는 어떠한 열망과 기억에 사로잡히고 만다. 시튼의 사진이 매력적인 이유는 그 흐릿한 아름다움 자체에 있다기보다 한 개인의 익숙한 일상이 카메라 렌즈를 통해 각자의 세계 안에 저마다의 친밀함으로 전혀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 신혜영

Vol.20060323b | 시튼 스미스展 / Seton Smith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