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미학-만찬(萬饌)

충무갤러리 개관 1주년기념展   2006_0322 ▶ 2006_0420

이정승원_Marilyn Monroe_포스트 잍_92×72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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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22_수요일_05:00pm

류지선_박희섭_이동재_이정승원_송종림

충무갤러리 서울 중구 흥인동 131번지 충무아트홀 Tel. 02_2230_6629 www.cmah.or.kr

현대미술안의 맛있는 재료 ● 충무갤러리의 개관1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이번전시는 "재료미학-만찬(萬饌)"이라는 주제로 시작된다. 이미지의 창작 또는 차용과 변형 그리고 그에 따른 재료의 선택과 활용 등 미술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치게 마련이다. 특히 산업발달에 따른 다양한 부산물들이 끊임없는 쏟아지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조형예술분야의 매체선택의 비중은 더욱더 높아지고 있으며, 현대미술이란 명칭 하에 작가자신의 취향과 구미에 따라 소화시킬 수 있는 재료군(萬饌)들의 범위는 더욱더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 미술이라는 큰 테두리(萬) 안에 취사선택할 수 있는 재료(饌)에 대한 연구가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각종 곡류(이동재), 자개(박희섭), 지우개가루(류지선), 접착메모지/Post-it(이정승원), 구슬(송종림)과 같이 전 에는 미술의 재료로 편입될 수 없었던 것이 어떻게 조형작품 안에 녹아들어 있는지 알아보는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재료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그리고 그 결과 ● 일반적으로 미술의 영역에는 주제나 재료선택에 있어 전통적인 방식에 대한 향수가 있다. 이는 현실계에서 벗어난 이상화된 영역으로 미술가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가꾸어 가며 살아가는 수단이었을지도 모른다. ●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현대미술은 기존의 전통회화 기법과 정반대되는, "재료지향적 미술"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즉 종이나 캔버스에 연필이나 유화물감과 같은 전통적인 도구에 상응하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 가지 작업을 가지고 수 없이 많은 기교의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첨단매체를 이용하여 원하는 만큼의 대량 복제도 가능하게 되었다. ● 현대미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자연물 또는 산업생산물을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로 사용하고 있고, 미술계에서는 그러한 작가군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전시에서 나타나는 '오브제 아트Objet art '는 이를 반영하는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따라서 이번에 참여하는 5명의 작가들은, 시대에 편승하는 작업보다는 '재료선택의 당위성'을 찾고자 하는데 전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자리에서 같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재료에 대한 탐구한 결과를 보여주며, '자연물(박희섭, 이동재)→산업생산의 부산물(류지선)→산업물(송종림, 이정승원)'이라는 고리를 엮어간다.

박희섭

자개의 꿈 - 박희섭 ● 자개는 무지개 빛을 발하는 특유의 색광色光현상으로 인해, 전통적으로 장인들에 의해 특정 공예품 위주로 많이 사용되어왔으나, 작가는 '자연의 영원성'과 '꿈'이라는 동양의 정신이 담긴 현대회화의 표현 매체로 전용하고 있다. 한지에 오방색을 기본으로 한 바탕을 만들고 그 위에 자개의 가는 조각들을 수백ㆍ수천의 선 또는 점으로 겹쳐 하나하나 붙이는 과정을 반복하며 이미지를 만든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전통과 현대, 수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회화적 화면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동재_icon(미스터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콩_92×72.7cm_2005

icon_곡물로 재현된 도상들 - 이동재 ● 현미 한 톨 한 톨로 조합된 가수 현미, 콩으로 재현된 미스터 빈Mr. Bean, 쌀rice을 이용한 라이스 미 국무장관 그리고 콩쥐 팥쥐는 각각 콩과 팥으로 그려지는 등 각각의 이름은 언어적 모티브로써 그에 적합한 곡물로 재현된다. 이 밖의 제임스딘, 마릴린 먼로, 장미희와 같은 대중스타들과 체게바라, 제인구달, 아인슈타인, 전봉준과 같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인물들을 곡물로 재현함으로써 단순한 언어유희에서 역전되는 이중 구조적 해석이 발생되기도 한다. ● 이러한 곡물들은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주식主食의 의미에서 벗어나, 디지털이미지의 화소(pixel: 2차원 화상을 표본화할 때 그 하나하나의 표본화점)처럼 캔버스 위에서 점으로 기능하여 이미지를 재현을 위한 매체로 작용한다.

류지선_꽃2_한지에 지우개 가루와 아크릴채색_91×144cm_2006

지우개 가루로 축적된 형상 - 류지선 ● 작가가 지우개가루를 이미지표현의 하나로써 사용하게 된 계기는 '동물원 연작'에서 부터이다. 본성을 상실한 채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의 존재감을 표현하는데 있어 지우개 가루의 물성은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왜냐하면 그리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대상이면서 털과 유사하게 표현할 수 있는 지우개가루는 단지 동물의 모습을 유사하게 재현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불투명한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나타낸다. ● 이처럼 이전 전시가 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하였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결코 향기로울 수 없는 지우개 가루의 축적으로 형상화된 꽃과 그를 향해 날아가는 화려한 색상의 나비와의 대비를 통해 오히려 허무적인 느낌을 전달해주고자 한다. 즉 꽃은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할 수 없는 불모의 장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를 향해 날아가는 나비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물신숭배의 특징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정승원_Flower_포스트 잍_가변크기_2005 Marilyn Monroe_포스트 잍_72×92cm_2006

포스트 잍을 통한 이미지 해석 - 이정승원 ● 이정승원에게 있어 포스트 잍은 붓과 물감을 대신 하는 재료이다. 광선효과로 분할 된 색을 붓끝으로 하나하나 찍어나가는 점묘법을 사용한 신인상주의 화가처럼, 디지털시대에 사는 작가는 영상의 최소단위인 픽셀pixel을 포스트 잍으로 대치하고 있다. 이정승원의 모나리자, 마릴린 먼로 등과 같이 차용된 이미지들은 똑같이 재현되기 보다는 점차적으로 완성되어지려는 단계를 보여주거나, 아니면 해체된다. ● "포스트 잍은 현대인을 상징한다. 포스트 잍의 현란한 색상, 펄럭거림은 현대사회의 분주하고 다양한 사회를 비유하고 있다. 포스트 잍의 이러한 시각적 모습과 단순한 반복행위의 작업은 현대인의 정신분열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처럼 삶의 변방에 존재하던 일상의 사물은,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되면서 해체된 수많은 색면으로 대체되면서 '오브제아트'로써 흥미로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송종림_Daisy_혼합재료_140×80cm_2006

구슬을 통한 눈의 유희 - 송종림 ● 송종림의 작업은 은유적이다. 구슬이라는 매체를 통해 작가가 만들어 내는 화면은 이미지가 한번 걸러지면서 왜곡과 재편집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즉 캔버스에 1차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형형색색의 이미지는 그 위의 덮여진 표면이 둥근 구슬을 통해 흐려지고 흔들리면서 우리의 눈에 전달된다. 빛의 반사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감각적인 화면은 시각적 유희를 넘어 다분히 촉각적이다. ● 검은 먹구름을 통해 쏟아지는 빗방울들은 구슬이 만들어 내는 굴곡을 통해 방울방울 눈앞에 내리는데, 두 손으로 모아 받아 봐도 될 것 같다. ■ 오성희

Vol.20060322d | 재료미학-만찬(萬饌)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