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돌기 안으로 돌기

박종호_심효선_이윤경展   2006_0320 ▶ 2006_0327

심효선_Venus-2006_디지털 프린트_120×168cm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bt3j.com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320_월요일_05:00pm

한전프라자 갤러리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전력홍보관 1층 Tel. 02_2055_1192 www.kepco.co.kr/plaza/

넘쳐나는 매스미디어의 이미지가 내면의 욕구로 빚어진 이미지와 교차되어 나타날 때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작가의 내면적 갈망과 욕구에 대한 실마리가 된다. '겉'으로 표현되는 욕구로서의 이미지는 내면적 심층으로서의 '안'으로 향하는 통로가 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매스미디어로서의 이미지의 충만함 속에 숨쉬며 살아간다. 매스미디어는 이제 디지털 정보와 그 궤를 같이한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으로 디지털 이미지는 그러한 세계를 담아내기에 매우 적합한 유연성을 갖는다. ● 박종호, 심효선, 이윤경 세 사람의 작업은 디지털 사진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내면의 표현을 확장시키고자 한다. 그러나 이미지들은 디지털적 외양에만 천착하지는 않는다. 나름의 현실을 담은 디지털 이미지는 변용을 거듭하며 아나로그적 표피를 얻기도 한다. 외면적이고 표피적인 현실은 다시 내면적 걸러짐을 통해 표면으로 드러난다. 각자에게 당면한 내적 위기의식으로 현실을 파악하고 그 위기감을 고백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겉을 이용하여 안을 말하고자 함이기도 하고 끊임없는 표피의 추구가 기실 안을 향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함이기도 하다. 또한 안의 표현은 표피적인 겉으로만 존재하게 됨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겉과 안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고 그 매개고리는 재현된 이미지로서만 존재하게된다. ● 박종호는 체제 수호로서의 미디어의 속박 속에 길들여진 개인의 무력감과 경멸감을 돼지를 통하여 표현하고자 한다. 그러나 사람의 눈을 가진 돼지의 모습은 자기 모멸임과 동시에 내적인 저항감을 내보인다. ● 심효선은 브라운관이나 모니터의 표면에 투영되는 자신의 모습을 통해 매스미디어에 의해 무기력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자아를 표현하고자 한다. TV속의 세상과 브라운관에 투영되는 TV밖의 세상은 묘하게 대조가 되어 현실의 무력감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브라운관의 볼록하게 왜곡된 상을 각인시켜 현실을 응시하는 통로로 열어둔다. ● 이윤경은 일상적 공간에 엄습하는 낯설음과 불안감을 디지털 사진 이미지를 중첩시키거나 이미지의 콘트라스트를 최대화시켜 표현한다. 일상적 장면이나 장소의 중첩은 그것의 확고함과 안정성에 의문을 나타내고 콘트라스트의 강조는 대상과 일치될 수 없는 거리감을 더욱 강조한다.

박종호_narcissism Ⅰ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06
박종호_narcissism Ⅱ_캔버스에 유채_130×162cm_2005
박종호_이식_디지털 프린트_73×93.4cm_2005

박종호-작업의 출발점이 된 것은 자신의 삶에 있어 스스로가 주체가 아닌 의지의 대상, 혹은 객체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성이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체제에 등록되어 생존과 적응을 위한 교육을 받아왔다. 그리고 그 체제가 표방하는 탈(脫)억제 정책 속에서 자신이 언제나 선택권을 쥐고 있다는 인식이 착각이었을 뿐이라는 패배감은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더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존재로 만들어 갔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개인과 그 체제에 관해 말하는 작업이며 인간으로서 자기경멸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 시대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진리라고 부르는 깨달음과 그 실천을 통한 만족이 아니라, 경제적 혹은 정치적 성과를 얻어내기 위한 효율적인 처리방식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것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도록 미디어에 의해 이전보다 훨씬 효과적인 교육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육되는 '돼지'의 모습은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다.

심효선_확장된TV_디지털 프린트_80×180cm_2005
심효선_자화상_디지털 프린트_112×146cm_2005

심효선-브라운관 표면에 투시된 나는 문득 경직된 표정의 전혀 다른 나를 의식한다. 대중매체의 메시지는 매체의 표면에 비친 왜곡된 공간과 묘한 일치를 이루기도 하고 산발되는 텔레비전 이미지의 투사된 현실공간은 브라운관 표면에서 충돌하여 불일치를 보이기도 한다. 볼록하게 왜곡된 공간은 사각의 틀에 갇혀있는 세계를 해방시키려는 듯 화면 밖의 세계로 눈을 돌리게 한다. 브라운관에 투영된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극적이고 무력한 현실 대응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요구하고 세상 속에 뛰어듦을 갈망하는 의식적인 주체의 가능성이었다.

이윤경_리빙룸 Ⅱ,Ⅲ_디지털 프린트_22×29cm_2006
이윤경_사건의 장소_디지털 프린트_75×170cm_2006
이윤경_코맥스_디지털 프린트_75×50cm_2006

이윤경-우연히 본 사건기사의 보도사진에 눈길이 머문다. 어디선가 본듯한 익숙한 장소, 획일화된 다가구/다세대 주택가에 살면 누구나 봤음 직한 눈에 익은 장소와 풍경. 뉴스에서나 봄 직한 끔찍한 살인사건과 관련된 장소는 그 익숙한 풍경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았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때론 편안하고 나른하기까지 한 일상적 공간에 잠재해있는 내면적인 위기감과 어느 순간 매우 위협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지극히 평범한 공간에 대한 공포감, 이런 것들이 나의 작업의 소재가 되었다. 그러나 대상화된 이미지 또한 낯설고 추상화된 이미지로 동떨어져 부유한다.

Vol.20060320d | 겉으로 돌기 안으로 돌기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