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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15_수요일_06:00pm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이재서 회화의 출발점도 일루전에 있었지만 그의 작품을 추상적 자연주의라 언급해야 할 것 같다...그의 작품에서 무엇이 이야기되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는가가 문제로 떠오른다. 작가는 '중심과 주변', '흩어짐과 묶음',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이라는 상대적 개념으로 자연대상에 접근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그것들은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는가.
작가는 이질적이고 대치되어 보이는 것들을 한 화면에 혼융함으로써 평온한 풍경의 이면에서 휴화산의 불꽃이 부글거리는 회화의 개념적 속성을 간파한다. 사실 이런 회화의 흐름이야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어찌됐든 이들이 공존하고 지속되자면 각각의 특질은 억압되고 상쇄되어야만 한다. 보편적으로 재료의 특성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순치를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하지만 작가는 역설적으로 이들을 완전히 방치하지는 않지만 파괴하고, 뿌리고, 흘리고 다시 덧입히는 반복을 통하여 우연성을 강조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가령 습윤성이 좋은 우리의 전통적 한지와 유성안료의 사용이 특히 그러한데, 의외로 여기에서 이 둘은 전혀 적대적이지 않다.
물과 기름의 혼용, 그 만남을 기꺼이 긍정적으로 수렴한다. 한지에 대해 수용성인 아크릴릭을 쓰기보다는 지용성인 유화를 굳이 쓰려는 의지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일견 이 길은 무모해 보인다. 재료의 특성은 억압되거나 은폐될 수 있을지언정 결코 소멸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재료의 충돌을 세심한 붓질로 기록한다. 재료의 미세한 국면들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그의 화면은 제스처를 위장하지만 정교하다. 하여 그의 화면은 상반된 욕구들이 서로 어울려 시적인 울림을 빚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제시되는 작품들은 형태의 재현은 상실하였지만 의미의 재현에는 더 한층 깊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 유근오
Vol.20060317b | 이재서展 / LEEJAESEO / 李在西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