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0308_수요일_06:00pm
갤러리 상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9번지 Tel. 02_730_0028
수묵으로 대변되는 산수 이상의 추구-윤미영의 새로운 수묵 실경작품들에 대하여 ● 작가 윤미영의 산수 작업은 일정한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오늘날 산수라 함은 일반적으로 실경을 일컫듯이 작가의 산수 역시 실경에 그 바탕을 두는 것으로 실경산수 특유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었다. 수묵을 위주로 하고 담채를 더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경 산수의 보편적 작업 방식이다. 이에 비하여 작가의 초기 작업들은 수묵과 담채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색채의 운용과 기능적 활용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경향을 띤 것이었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정갈하게 다듬어져 나름대로의 작업 방식과 조형 체계를 확보한 것이었다. 특히 평원적 시각으로 포착된 대상을 화면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여 그윽한 공간감을 구축하고 색과 묵이 어우러지는 정돈된 화면은 현장의 생동감과 더불어 일종의 장식적 조형미를 드러내는 특징적인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 작가의 근작들은 과거의 이러한 경향에서 일변한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맑고 경쾌한 담채의 장식성은 은은하고 그윽한 담묵으로 대체되었으며, 평원(平遠) 일변도의 안정적인 시점은 고원(高遠), 심원(深遠)과 같은 다양한 시점 변화를 통하여 공간의 야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표현 방식의 변화와 시점의 다양화는 새로운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이다. 이는 바로 작가의 근작들에 드러나고 있는 변화의 가장 구체적인 내용들일 것이다.
산수 본연의 정신은 자연의 이상화라 할 것이다. 굳이 번거로운 수고를 감수하면서 명승과 절경을 찾아 나섬은 바로 가장 이상적인 자연 경관을 직접 체험하고 그 조형적 묘취를 포착하기 위함일 것이다. 실경은 바로 산수를 구축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자 방편인 셈이다. 그럼으로 현장을 중심으로 제작되는 산수 작업들을 굳이 실경산수라 표현하며 그 과정과 의미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실경이 산수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일정한 의상화(意想化) 작업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대상으로부터 일정한 이미지를 취사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획득된 이미지는 주관적인 조형적 처리 과정을 거쳐 이상화(理想化)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작가의 개성과 조형 이상이 자연스럽게 반영되어 독특한 화면을 이루게 된다. 이상화에 이르면 표현의 내용은 비록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대상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이미 그 외양의 닮과 닮지 않음은 별반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된다. ● 작가의 작업은 과정으로 본다면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이상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부분적으로 드러나는 형태의 객관적 표현과 구도의 운용은 여전히 실경 특유의 현장 사생의 내용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들이다. 더불어 이러한 형태들을 농담을 살린 수묵만으로 개괄하는 함축적인 표현은 일정한 취사선택의 과정을 거친 주관적 요소가 강한 것이다. 과거 작업에서의 색채 운용이 객관적 사실로서의 대상 인식의 결과라면, 수묵에 의한 함축적이고 개괄적인 표현은 바로 주관적 이상의 반영인 셈이다. 작가의 작업은 바로 이러한 상대적인 요소들이 때로는 조화를 이루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모순의 충돌을 보이는 과정적 과도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겨진다. ● 상대적으로 강한 표현력을 지닌 색채가 수묵으로 대체됨으로써 화면은 특유의 맑고 투명한 공기를 머금은 명랑한 것에서 보다 은근하고 함축적인 습윤한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오로지 농담과 건습만으로 천지만물을 표현하는 수묵의 세계는 그 자체가 다분히 사변적인 것이다. 현란한 색채 심미에서 현묘한 수묵 세계로의 전이는 단순한 표현 재료의 변화뿐 만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과 조형 방식 역시 달라질 것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화면에 깊고 아득한 물리적 공간감을 설정하는 시점을 채택하거나 준법의 운용과 구사는 새로운 조형 방식에 대한 작가 나름대로의 적응과 노력의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수묵의 기본적인 조형 요소는 필묵이다. 일반적으로 필선은 사물의 윤곽을 규정하고, 묵운(墨韻)은 전체적인 조화를 통하여 분위기를 구축하게 된다. 작가의 작업 역시 이러한 기본적인 조형 방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강하고 분명한 필선들로 사물을 표현하고 담백한 담묵을 위주로 한 수묵의 운용을 통하여 화면 전반의 조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수묵 운용은 시종 신중하고 침착하다. 파격적인 호방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에 의한 점진적 방식을 추구하는 작업 방식은 그만큼 안정적인 화면 운용을 담보해 주는 것이다. 이는 수묵에 대한 작가 특유의 운용 방식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 근본을 추적해 본다면 과거 작업에서 담채를 이용한 실경 작업에서의 영향 역시 일정 부분 감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작가는 수묵의 농담 구분을 통하여 색채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의 구사와 운용 역시 담채 사용 시의 경험과 방식을 원용하고 있다 할 것이다. 화면에 드러나는 운필의 흔적들을 마치 점묘를 연상시키듯 무수히 많은 필촉의 집적들로 이루어져 있어 일견 적묵법을 연상시키지만 그 근본적 성질은 다른 것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개별 사물의 표현에 있어서는 장점을 지니지만 수묵 고유의 깊고 그윽한 기운의 표출에서는 일정한 방해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작가의 새로운 작업은 이러한 모순과 충돌을 여하히 효과적으로 수용하여 조화를 이룰 것이가 하는 점에 관건이 달려 있다 할 것이다.
수묵은 독특한 심미 체계와 조형 방식을 지닌 전통성 강산 재료이다. 그 전통이 유구한 만큼 축적된 조형적 경험 역시 풍부한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수묵 고유의 심미는 단순히 시각적인 충동에 의해 감지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연륜과 사색의 깊이에서 절로 우러나오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새로운 작업으로의 변신을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한 바 있다. 작가가 수묵을 자연스레 수용하고 이를 새로운 작업의 화두로 삼음은 분명 시사 하는 바가 있는 부분이다. 수묵은 필과 묵의 운용에 의해 조형을 이루게 된다. 작가는 이미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 체계를 구축한 소중한 경험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필에 대한 보다 과감하고 자신있는 구사와 더불어 묵운에 대한 이해가 동반된다면 작업의 양태는 사뭇 다를 것이다. 작가의 새로운 화두에 주목하며 성취를 기대해 본다. ■ 김상철
Vol.20060308d | 윤미영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