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들-도시회화

책임기획_정직성   2006_0308 ▶ 2006_0317

정직성_신림동-연립주택 2_캔버스에 유채_130×194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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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08_수요일_05:30pm

김보민_김수영_김윤경_김지은_노충현_이문주_이제_정재호_정직성

한전프라자 갤러리 1관 서울 서초구 서초동 1355번지 한전아트센터 전력홍보관 1층 Tel. 02_2055_1192 www.kepco.co.kr/plaza

View, interView_ 도시를 보는 작가들을 보다. ● 저는 플라잉넷 활동을 하는 한편, 그림을 그립니다. 서울의 각 지역을 답사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는 거죠. 작년에 두 개의 전시, '중앙미술대전'과 '서울청년미술제-포트폴리오 2005'에 참여하면서 많은 동년배 작가들의 작업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도시풍경을 그리는 젊은 작가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새삼 놀라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과거 도시풍경화의 한계라고 생각했던 '낭만화된 시선'이 그다지 발견되지 않는 젊은 작가들의 그림들을 보고 많은 궁금증과 함께 반가움을 느꼈습니다. 저와 같은 내추럴 본 도시태생의, 도시에 대한 감수성이 이제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꽃피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 우리세대에게 도시풍경은 어떤 것이었고, 어떤 것일까요? ● 저는 이제 나이가 좀 드니까 어릴 때 자랐던 도시풍경이 얼마나 쇼킹한 것이었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제 경험을 예로 들자면,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가본 동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새로운 공간으로 바뀌어 있더군요. 댐이 들어서서 수몰이 되었다거나 큰 자연재해가 있었던 게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아마도 이런 경우는 대도시 서울의 경우 매우 일상적으로 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나마 초등학교 고학년 때 살았던 동네가 남아있었는데, 막상 가까이 다가갔을 때 장소들이 너무나 많이 달라져있고 사람들도 완전히 다른 사람들로 채워져 있어서 굉장히 소외감을 느끼게 되기도 했고요. 돌이켜 보면 경제적 이유로 얼마나 많이 이사를 다녔던지. ● 그런 것을 이제 커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거예요. 저는 이런 것들이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저와 같은 세대의 감수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부모님 세대의 어른들 같은 경우에는 농촌에서 태어나서 자라서 그것에 익숙하다가, 도시화가 이루어지는 단계를 목격하고 스스로 알면서 그 단계를 거쳤다면, 우리에게는 이게 스스로 만들어 낸 환경이라기보다는 주어진 환경이었고, 그것이 무의적으로 주는 충격도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주어진 것 같거든요. 도시적 상황에 던져진 세대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런 요소들이 요즘 젊은 작가들의 일련의 도시풍경 작업들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래서 이런 작업들을 제 머릿속에서 그냥 단순히 '젊은 작가들의 도시풍경', 이렇게 분류하고 말 것이 아니라 작업의 디테일을 하나하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도시 풍경을 그리시는 젊은 작가들 8분의 작업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세대에게 도시는 어떤 식으로 비춰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게 되었습니다. 또, 개인적인 도시 경험에 대해서도 여쭤보았고요. 인터뷰 전문은 플라잉넷 웹사이트(www.flyingnet.org)에 2005년 9월부터 11월까지 연재기사, '도시풍경' 시리즈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장면들-도시회화 展'은 이 인터뷰기사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작가들이 의기투합해서 진행하게 된 전시입니다.

김보민_한강_모시에 수묵담채, 테이프_55×190cm_2006

"겸제 정선의 그림들을 화면에 그려 넣으실 때는, 화면상에서의 충돌을 원하시는 건가요?" ● 김보민 "예. 그렇죠. 근데 처음에는 그게 굉장히 강하게 나타났어요. 초기에 틀이 그림 안에 있을 때에는, 그러니까 이렇게 창문이나 그림 속의 그림이라는 틀이 있을 때에는 그게 강하게 드러났어요. 지금 그리는 그림 중에 인왕산이나 도봉산 등을 그릴 때 패러디 기법 사용하는 것도 저는 그림 속의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사용하는 거예요." "보민씨 작업은 그러니까 현실의 풍경을 그냥 담는다기 보다는 발전에 관한 욕망에 덧붙혀져 있는 이상향에 대한 욕망을 그리신다고 해야 할까요? " ● 김보민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은 다들 자기만의 회화에 대한 정의가 있잖아요. 저는 그림들은 소수의 컬렉터들만 수집을 하고 많은 사람들은 그림을 보러 갤러리에도 잘 가지 않는다고 보는데, 그럼에도 왜 그림이 존재하는 걸까 생각하죠. 저는 위안을 삼을 수 있어서, 안식처가 되어서 그림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예술의 역할이 그런 거거든요. 저는 이렇게 그려놓으면 사람들이 산 한 번 더 보고, 정말 저런 게 있었는데 하고 생각해보고 그런 것들. 그래서 그림도 이 산의 모습도 제가 그리는 것보다 옛 그림을 보고 그리는 것이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죠."

김수영_마르세이유 서민주택_캔버스에 유채_130×193cm_2005

"건물 각도를 약간 틀어서 그리시는 건가요?" ● 김수영"구조가 잘 보이기도 하지만, 그림 안에서의 구성을 해나가기 위해서요. 저한테는 회화라는 게 구성을 해나가는 것이에요. 사회적인 접근을 하기 보다는 그런 쪽에 치중을 많이 하기 때문에, 사선이라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사선이 그림에서 분할을 하고, 큐빅 끼리의 관계를 만들어내고."● 김수영 "건물이라는 소재를 택한 이후 생각이 많이 진행이 안 된 부분이지만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이, '건축인데 회화네' 이런 거요. 제 그림이 건물을 클로즈업 하면서 구조가 만들어내는 비례를 가지고 컴퍼지션을 하는 과정인데, 건축이라는 것 자체가 그게 다잖아요. 건축하시는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시던데, 건축은 구조로 어떤 디자인을 하는 거라고요. 그랬을 때 '건축인데 회화네'하는 이런 부분. 그냥 회화가 회화다, 건축이 건축이다 하는 게 아니라 장르가 섞일 수 있는데 여전히 내 작업은 회화인 그런 식의 폼을 갖고 싶긴 해요."

김윤경_내가 다니는 풍경 02_캔버스에 유채_97×193cm_2004

"처음에 구상을 하실 때 한 줄로 연결이 되는 형태인 것은 길이기 때문에 그런 것인가요? 한 화면에 네 줄이 들어간다던지, 그런 식으로 재조합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윤경 "길을요, 전체 하나의 풍경으로, 보통 풍경 그림이나 사진을 보면 한 단면으로, 그러니까 화면이 들어가는 크기가 한계가 있잖아요. 그거를 제가 다니는 흑석동 에서부터 인사동 까지의 전체 길을 하나의 풍경으로 만들고 싶어서 그런 건데, 그것을 조작을 하면 풍경이 아니잖아요. 그림으로써 조작을 하게 되는 거잖아요. 저는 조작이 들어가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재현되는 것을 하고 싶어서요. 제가 좋아하는 것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해서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요. 사진에서 유추되는 이미지들은 그렇잖아요, 거리감이 더 심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 공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건 어떻게 보시는지." ● 김윤경 "카메라 시점의 한계를 그대로 표현한 거죠."

김지은_옥탑월드-불법과 합법 사이_캔버스에 유채_97×145cm_2006

"전시장에 그림과 함께 디스플레이 되어있는 법규는 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거야?" ● 김지은 "응. 법에 대한 책을 좀 읽어보긴 했지만 주로 검색을 이용했어. 수사하는 기분이었지. 내가 발견한 뭐가 있으면 그거에 대해 검색하고, 또 검색하고, 막 찾는 거지, 이게 뭔지. 방진막도 공사장 천막으로 시작해서 지식검색으로 치고, 또 치고 하다가 대기환경보전법 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럼 또 그게 뭔지 검색해보고 그 법조항을 찾아보게 되고 그런 거지. 수사하는 기분인거지 뭐."

노충현_사라진 창문 II_캔버스에 유채_130×163cm_2006

"한강 고수부지를 그리시면서도 막상 한강 자체를 그리시진 않잖아요? 이유가 뭔가요?" ● 노충현 "자연이라고 하는 것이요,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인공물보다 '무언가가 있다가 없어지는' 느낌을 못주는 것 같아요. 근데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들은 사람들이 없을 때 비어있는 느낌이 더 잘 전달이 되더라구요. 제가 상대적으로 계절 중에 겨울을 좋아하는 것도 공간 안에 차 있는 것들에 대한 것보다는 없는 것에 더 심리적으로 접촉이 잘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 그림에서는 강뿐만 아니라 나무도 없고, 자연물이 거의 없어요."

이문주_내수동_캔버스에 유채_159×423.5cm_2006

"리서치 과정에서는 한 지역을 정한 다음에 정기적으로 들어가시는 건가요?" ● 이문주 "그런 건 아니야. 그렇지만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가까운 곳을 다니면서 한 것인데, 여기 서울에 와서는 그게 개연성이 없어진 것 같아. 미국에서는 내가 완전히 이방인이잖아. 그래서 장소에 대해서 오히려 더 접근할 때 탁 까놓고 냉정하게 리서치를 해서 할 수가 있었는데, 여기 와서는 내가 여기에 속하는 사람이니까 극복할 수 없는 그런 부분이 있다 이거지." ● 이문주 "한국에 와서는 그런 식의 리서치는 불가능해졌다고 할까. 모든 것이 투명하지가 않은데 내가 밑도 끝도 없이 밀착 취재 할 수 없는 노릇이고 내가 '고발'을 원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는 사람들이 개발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은데 그런 것에 대해서, '잠깐 너의 생각을 멈춰봐.' 이런 정도의 콤마에 해당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 것이니까.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거리감을 그대로 가지고 재개발의 모습을 그리게 될 꺼야. 어쨌든, 장소 하나를 그릴 때, 거기서 살아서 그리는 게 아니라 나의 위치에서 관찰을 해서 그리더라도 알아야 할 게 굉장히 많은 것 같아."

이제_남산의 아침_캔버스에 아크릴릭채색_91×117cm_2005

"중심 주제가 있는 풍경이 아니라, 사소한 풍경을 그리신다는 차이인가요?" ● 이 제 "애정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풍경에 대한. 제가 어떤 풍경을 좋아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어디를 가서 새롭다고 감명 받은 풍경보다 진짜 익숙할 데로 익숙해져서 저한테는 공간이나 풍경으로 보이지도 않는 저희 동네 같은 곳에서 어느 순간 새롭게 느껴질 때, '아, 여기가 이랬었나.'할 때 또는 내 느낌에 따라 새로워 보이고 시점에 따라 달라 보일 때더라고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익숙한 곳인데 갑자기 낯설게 보이고, 새로워 보이고 할 때. 그런 순간. 그럴 때 제가 확 끌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싶다.'라구요. 또, 이런 풍경을 그리면 그림 속에 주변 사람들도 따라오잖아요. 이 사람들하고 이 공간의 순간을 포착하고 싶다, 이런 욕망이 강한 것 같아요. 제가 좀 이런 끈적끈적한 정서가 있어요."

정재호_천변호텔-삼일아파트_종이에 먹, 채색_194×259cm_2005

"요즘 지어지는 아파트와 강북의 옛날 아파트와 매우 다른 것 같아요." ● 정재호 "작년에 시민아파트 그리고 나서 요즘엔 시민아파트가 몇 개나 남아있는지 찾아보고 또, 그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들을 찾아서 돌아다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그렇게 찾아다니는 와중에 어떤 아파트들은 없어지기도 하고.""지금은 거의 아파트 구조를 좀 떨어져서 바라보는 시각으로 그리시는 것인가요?" ● 정재호 "네. 지금은 속으로는 안 들어가고. 아파트 표면을 보면 오래되고 쌓여진 것이, 왜 그 행주를 짜면 국물 배어나오듯이 겉으로 막 드러나는 것 같아요." ■ 정직성

● 본 전시는 도시정보 네트워크 웹진 플라잉넷의 기획기사 '도시풍경' 시리즈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된 전시입니다. '도시풍경' 연재기사는 플라잉넷 웹사이트(www.flyingnet.org)를 통해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Vol.20060308a | 장면들-도시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