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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01_수요일_07:00pm
책임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 월요일 휴관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번지 에이스빌딩 3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김선좌 개인전 "검은 빛" 展 ● 김선좌의 작품 속에서 '검은 색' 이라는 기호는 고정된 의미로 붙잡을 수 없는, 매우 유기적이고 변화무쌍한 생명체로서 존재한다. 그는 모든 빛이 흡수되어 어둠과 고요가 번진 세계에서 역으로 검은'빛'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확장되는 검은 빛의 유희 속에서 새로운 인식 세계를 경험한다. 그의 경험 속에서 검은 빛은 자신에게 상응하는 무수한 기표들을 찾아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차연differance의 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 김선좌는 작업노트를 통해 검은 빛의 유희가 펼쳐내는 차연의 구체적 예로, '불안함', '어지러움', '한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음', '외로움', '자유로움', '매스꺼움', '뒤집혀 있음', '흔들림', '두려움', '웃음', '당돌함', '가벼움' 등을 들고 있다. 실제로 그의 영상은 이렇듯 부유하며 생산해내는 검은 빛의 언어유희들-동음동의어, 동음이의어, 이음동의어, 동음반의어...-을 매우 직관적으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비록 김선좌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의 경험과 매우 근접한 정서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김선좌는 이번 '검은 빛' 展을 통해 '검은 허공', '검은 바람' 이라는 제목의 영상 작품 두 점과 벽면 드로잉, 설치 작업을 함께 보여준다. 그의 드로잉은 영상 작품이 투사되는 벽면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어둠 속에서 무한히 미끄러지는 검은 빛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섬세하게 묘사해 나간다. 또한 천장에는 검은 공을 매달아 설치하는데, 그 검은 공은 시시각각 검은 해 혹은 검은 달로 기능하며 어둠이 번진 전시장에 한층 더 깊이 검은 빛을 드리운다. 김선좌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의 상상을 토대로 '검은 빛'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 빛을 자유자재로 주조하고 변주할 것이다. 검은 빛이 어둠을 잠식하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검은 빛이 유연하게 춤을 춘다. 훅! 단 숨에 이 검은 빛을 꺼트릴 수 있을까? 만일 그 빛을 꺼트린다면 이 어둠은 환해질까 어두워질까? 상기할 것은 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고, 흥미로우며, 새롭다는 사실이다. ■ 유희원
김선좌 작업노트 검은 빛 ● 밤에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나를 둘러 싼 공간과 그 안에 머물고 있던 사물들이 모두 검은 빛이 되어 버린다. 책상에 놓여있는 잡지와 책들, TV와 고장 난 라디오, 이들은 자신의 형상을 잃고 어둠 속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빛이 사라져 버린 공간은 마치 텅 비어있는 듯 고요하다. ● 모든 빛이 흡수되어 나오지 않는 그곳은 / 어둠이 머무는 곳이다. / 나는 그 어둠을 틈타 / 사물들 사이를 오고간다.
잠이 깨어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거울을 본다. 거울에 비친 모습에서 밤의 흔적을 발견한다. 말 없는 머리카락, 내려앉은 속눈썹, 까만 눈동자, 이들 안에 갇혀 있는 검음은 불안한 듯 나를 쳐다본다. 마치 밤이 오기를 기다리는 듯 말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나를 자꾸만 밤으로 재촉한다. 이들은 내 귓가에 검은 빛이 머무는 곳으로 가라 속삭인다. 속삭임에 고개를 돌려 발 밑을 바라보니, 검정 구두에서 검은 빛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은 어디로 가려 하는 것일까? 흘러나오는 검은 빛을 바라보면서 혼자 중얼거린다. ■ 김선좌
Vol.20060307a | 김선좌展 / 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