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6_0301_수요일_05:00pm
김보미_김송은_백병기_유화수_이명우_정재원
드루아트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화동 50번지 Tel. 02_720_0345
'놀이'는 인간의 본능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는 호이징가의 개념을 굳이 빌려오지 않아도 우리는 이 단순한 진리를 수없이 체득해보지 않았던가! 어린 시절 졸음과 배고픔이 해결되면 곧 놀이에 열중했고, 그 놀이의 중심에는 항상 형형색색의 장난감들이 있었다. 사방이 장난감으로 빼곡히 채워진 가게는 그 어떤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상향이자, 부러움과 선망의 대상이었다. ● 헌데 그 어여쁘고 재미나던 장난감들이 어느 순간 몽땅 사라져버렸다. 화려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말을 걸던 그 장난감들이 한낱 고철 덩어리와 헝겊 조각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리고 깨닫는다. 그 때 그토록 빛나던 것은 장난감이 아닌 때 묻지 않은 어린 마음에 가득했던 순수의 에너지였음을. ● 이제 젊은 여섯 작가들이 그 순수의 에너지를 찾아 장난감 가게, '토이 스토어'(Toy Store)를 열었다. 이 가게 속으로 옛날 옛적 곶감이 무서워 줄달음질쳤다는 줄무늬 호랑이가 실로폰 건반과 병치된 모습으로 뛰어들고(백병기, Tigellophone), 같이 소꿉도 살고 병원놀이도 하던 꼬마인형은 어느새 훌쩍 큰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엄마의 빨강 구두를 신고 사랑에 빠졌다. (김보미, My doll was growing up!!)
어쩐 일인지 오랜만에 만난 곰인형은 깁스에 링거병까지 매달고 몸져 누워버렸다. (정재원, 곰인형의 입원생활) 달에서 계수나무 떡방아를 찧던 토끼 허물 밑으로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만큼 길게 돋아난 다리가 여기 지구를 향하고 있다. 오래지 않아 강력한 중력을 이기지 못한 몸이 땅으로 떨어져버리면, 그것으로 영영 토끼와는 이별, 다시는 계수나무 그늘 아래 쉴 수 없게 되리라. (김송은 / "애들아, 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단다.")
이쯤 되면 토이 스토어는 단순히 어린 시절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섰던 그 때 그 장난감 가게가 아니다. 잡힐 듯 너울거리던 봄날 나비의 날갯짓마저 하얗게 세어버리고 이제는 그 옛날의 꿈으로 박제되었기 때문이다. (이명우, 나비 상자) 하지만 아직 나비는 죽지 않았다. 투명창에 갇힌 나비는 관객들의 손놀림을 동력으로 답답한 칸막이를 뚫고 훨훨 날아갈지 모른다. 이 나비들의 날갯짓과 함께 터져 나올 어린이의 웃음, 그 활력과 생명의 에너지를 받아 '토이 스토어'는 다시금 환한 빛을 발한다.
그 빛을 통해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토이 스토어'에서 우리는 무엇을 살 수 있을까? 순수함, 한 때 내 안을 가득 메웠던 지난날의 생명의 에너지는 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내 안에 갇혀, 그 때 그 때의 감정에 사로잡혀, 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내 삶을 있는 그대로 관조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이제는 정말 보아야할 것을 볼 때가 되지 않았는가. (유화수, 장기두기) 장기판을 내려다보며 휴식하는 장기알 인형의 모습에서 우리는 다시금 그 때 그 순간의 희열과 감탄사를 돌려받는다. 아, 이 가게에 놀러온 보람이 있다. ■ 유화경
Vol.20060306b | Toy Stor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