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겟집

한생곤展 / HANSAENGGON / 韓生坤 / painting   2006_0301 ▶ 2006_0320

한생곤_가겟집_슬레이트, 기와, 연탄재가루, 콘테_32×41cm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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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301_수요일_06:00pm

갤러리 쌈지 제1전시실 서울 종로구 관훈동 38번지 쌈지길 내 아랫길 Tel. 02_736_0088 www.ssamziegil.co.kr

그림을 앞서는 삶, 삶을 담은 그림, 한생곤의 "가겟집" ● 한생곤은 스스로를 '지구 위의 여행자'라 자처하고, 2002년 중고 버스에 '노란버스화실'을 마련 한 이후 지금까지 전국 곳곳을 돌며 유목민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글로벌화에 기인한 노마디즘(nomadism)이 현대 유목민을 만들어 낸다고 하지만 한생곤이 자처한 언뜻 낭만적으로까지 들리는 유랑 작가 생활은 글로벌 노마디즘과는 거리가 있는 만큼 녹녹치 않아 보인다. 한생곤의 작업에 대한 설명에 앞서 작가의 삶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한생곤은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도 같은 여행과 '그리기'를 통해 그의 삶을 고스란히 그림에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작가들이 미디어 테크놀로지로 작업의 범위를 수평적으로 확장 시키거나 다양한 방법으로 미술의 경계를 허물기를 시도하고, 현대 철학이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개념작업을 끌어가는 가운데 한생곤은 캔버스와 종이에 목탄 혹은 연필 등의 기본적인 재료로 색(color)을 가급적 배제한 드로잉 작업을 해왔다. 신작 '가겟집' 시리즈에서는 거친 길바닥의 재료들을 다스려 화면 안으로 들여오는 작업을 시도하는데 거친 재료를 다스린 다는 것은 작가가 길에서 수집한 숯, 연탄재, 슬레이트, 기와, 조개 껍질, 소주병, 맥주병, 쇠 등을 빻는 과정을 통해 재료들의 형상을 없애고 질료화하여 캔버스 화면 안에 들여옴을 말한다.

한생곤_가겟집_연탄재, 슬레이트, 기와가루, 콘테_34×24cm_2006
한생곤_가겟집_연탄재, 슬레이트, 기와가루, 콘테_24×34cm_2006

"불"을 견디고 남은 최소의 형태, "빻는다"는 행위를 통해 형태(form)를 제거하고 남은 결과물인 '가루'는 한생곤 화면의 밑바탕이 되는 거친 텍스쳐를 만들어낸다. 그 밑바탕 위에 그려진 단순한 풍경들은 지금은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등장으로 서서히 사라져가는 "...상회", "...슈퍼", "...네 가게" 라는 이름의 구멍가게, 골목어귀의 노점상들을 담은 사람냄새나는 삶의 풍경이다. 생계를 꾸려 나가기 위한 방편이자 삶의 터전인 가겟집들에서 작가는 "먹고 사는 중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오는 '미감'을 느끼곤 한다"고 말한다. 마치 몰취향(tasteless)적이며 무심한 듯 보이지만 각자 제 나름의 사연을 지닌 허름한 가게의 간판과 각종 상호가 새겨진 문구들부터 필요와 실용성이 결합된 소소한 가게 안팎의 장치들, 주인의 손길이 그대로 묻어나는 물건들 진열하는 방식까지 ... 작가는 소박하고 서민적인 일상인들의 미감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한생곤_가겟집_연탄재, 기와가루_34×24cm_2006
한생곤_가겟집_연탄재, 슬레이트, 기와가루_41×24cm_2006
한생곤_가겟집_연탄재, 슬레이트, 기와가루_41×24cm_2006

한생곤의 '가겟집' 전시가 열리는 쌈지길은 크고 작은 가게들이 들어서있는 가게들의 집합소이다. 이 특정장소에서 "가게"에 관한 주제의 작업을 선보이는 것은 쌈지길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는 가게들의 옛모습을 상기시킬 수 있게 하고 사라져가는 가겟집과 그것을 둘러싼 소박한 삶의 모습을 통해 무심히 놓아 두었던 기억과 추억을 대면하게 한다. ● 회화의 태고 형태로 돌아가려는 듯 소박하고 특별한 기교 없는 한생곤의 그림들이 각박한 삶을 사는 현대인들의 메마른 정신의 기저에 씨앗이 되고 "화가로 죽자"는 작가의 바람과 더 가까워 지기를 희망한다. ■ 양옥금

Vol.20060305a | 한생곤展 / HANSAENGGON / 韓生坤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