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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빔 서울 종로구 화동 39번지 Tel. 02_723_8574
'드로잉', 일기의 형태(Drawing, Shape of a Diary) ● 갤러리 빔(gallery biim)에서는 이선조(Lee, Sun Jo) 개인전인 '등' 전시를 통해 드로잉을 중심으로 한 여성작가의 세계를 밀도 있게 선보인다. ● 몇 년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한 작가 이선조의 귀국 후 첫 드로잉 전시. 파리에서 드로잉을 시작하게 된 작가에게 드로잉은 하루하루의 시ㆍ공간을 담아내는 일기의 형태가 되기 시작했다. 작가의 드로잉에는 홀로 거주하는 고독한 인물들이 '아무것도 아닌 동시에 전부인 것'처럼 화면에 자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유명한 예술가들의 얼굴이 붙은 까만 포스터를 파리의 거리에서 가져온 작가는, 날마다 하나 둘 씩의 '신체 드로잉'을 그려 방 벽에 붙여가며 단절된 풍경들을 꼴라주해 자기만의 벽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 인물의 신체에 드러난 작가의 시선과 표정은 짧지 않은 일기들을 만들어낸다. 파리에서 작가의 방에 가득 쌓이고 벽에 붙여졌던 드로잉들은 한국에 돌아온 후 이번 전시를 통해 한 장 한 장 그림의 이름을 부여받게 됐다. 그때의 일기장인 드로잉에 이름을 붙여줘야, 비로소 또 다른 하루들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작가의 말처럼 일기는 '작가의 방과 몸 밖의 나'와 하나의 말 걸기를 시도하여 작은 역사가 되고자 한다
'등'으로 말하기 ● 작가 이선조의 드로잉은 각각 다양한 시선을 지닌 신체풍경(Body Scape)인 '등'을 담아내고 있다.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뒷모습을 내보인 인물들에게도 여지없이 시선은 있다. '등'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는 미셀 투르니에(Michel Tournier)의 말처럼, 작가는 그리기를 통해 어느덧 '등'으로 말하기를 하고 있다.
화면 밖으로 전달된 신체의 한 장면 장면들, 어깨를 감싼 두 명의 뒷모습, 작가가 본 현실과 환상이 섞여 나온 인물의 시선들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프레임 없는, 그 밖의 이야기들을 무겁지 않게 들려준다. 날마다 그린 일기 형태의 신체 풍경과 전시 포스터 위에 하나하나 붙여낸 콜라주 작업은 단편 단편이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실험의 여정이다. 잠든 듯 이야기하듯 치유하듯 등을 내보이고 있는 화면 속 이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세 줄의 이력서에 붙이는 변명 ● 45살에서 38살이 되었다. / 하룻밤 사이에... / 어제 그리던 것을 오늘 이어 그리는데 / 세상이 달라졌는지 색이 다르게 나온다. / 밤사이 난 가벼워졌는데... / 어젯밤 무슨 꿈을 꾸었는지 / 생각이 나질 않는다. / 가벼워진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다. / 하지만 이제는 '등'으로 / 말할 수 있게 되었다. ● 2006년. 1월 (작가 노트 中) ■ 이선조
Vol.20060224b | 이선조展 / LEESUNJO / 李善照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