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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215_수요일_05:00pm
갤러리 인 서울 종로구 팔판동 141번지 Tel. 02_732_4677 www.galleryihn.com
線에서 공간으로 ● 많은 다른 작가들처럼 나의 그림의 시작도 「본다」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그 시작은 표현해야할 대상을「모른다」에 있었다. 그래서 곤충이 더듬이로 관찰하듯 화면에 무수히 많은 線긋기를 통해 대상을 천천히 더듬어 알아가는(촉각적인 관찰) - 아마도 그것이 그림을 통한 나의 소통의 제슈쳐 였던 것 같다. 그림외의 또 다른 작업으로「본다」라는 풀리지 않는 질문을 시각장애어린이들과의 조형작업을 통해 관통해 보고자했었다. 시각장애라는 타자의 경험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서에서부터 조금씩 나를 포함한 공동체의 체험으로 나의 관심을 확장시켜주었다.
내가 전통을 바라보는 이유는 그것이 공동체 문화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에게 전통은 '알고는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무엇'이기도 하다. 전통에 다가가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이번 전시에서 전통의 재구성을 시도해 보았다. 전통을 재구성하는 작업은 원래 우리 안에 있었던 것들, 다시 그것의 멥버로 돌아가는 것, 예를 들면 민화속의 기원, 욕망, 기능을 다시 기억 Re-MEMBER 하는것이라 생각한다. 민화는 옛 서민들의 생활공간의 장식, 또는 민속적인 관습에 따라 제작된 실용화(實用畵)로서 부의 축적과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등 구체적인 욕망을 현실화 하는데 쓰임이 있었다. ● 나에게 흥미로운 것은 생활 속에서 민화가 가지고 있는 쓰임의 기능과 쓰임(체험)으로 공동체와의 소통을 위한 도구로써의 역할이다. 이런 쓰임의 기능은 민화의 공간화 작업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접점을 찾아보는데 영감을 주었다.
2개의 전시 공간을 감모여재도(사당도)와 책가도로 나누어 공간화 하였다. 감모여재도는 조선시대 민화 중 제사를 모실 때 쓰였던 것으로 위패를 모시는 사당과 모란으로 장식한 제단, 그리고 음식을 차려놓은 제사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감모여재感慕餘在란 사모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그의 모습이 실제 나타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민화 속에 담겨있는 소통의 열망을 현대의 홈 씨어터의 형식에 적용하여, 사당은 이미지를 보는 떠있는 모니터 상자로, 제단은 좌우모란 스피커와 대형모란도로 , 제사상은 서 있는 의자로 공간화하였다. ● 제 2전시실에는 학문을 중시하던 조선인들의 사상이 표현되어 있는 책가도를 응용한 12m의 거울/유리 작품을 설치하였다. 책가도의 공간이 상징하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통한 확장된 사고의 욕망은 현재 인터넷의 가상공간 체험으로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역원근법과 다시점 표현으로 탈공간을 지향하는 책가도의 핵심을 거울의 반사를 이용하여 다차원적이며 스피드한 무한공간으로 재연해 보았다. ● 함께 전시되는 문자거울 역시 책가도의 다시점 표현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전체 프레임이 한글의 자음 중 ㄷ, ㄹ字등을 연상시킨다. 액자에 해당하는 프레임 안쪽에 모란꽃을 그려 넣고 그림이 들어설 자리에는 거울을 배치하여 또 하나의 가상공간을 경험하게 해 주는 작품이다.
민화의 공간화작업은 점점 개인화되어 가는 현대에 대한 비판과 대안의 모색으로 과거 공동체 문화속의 전통을 기억하고 체험하게 함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생활 속의 쓸 수 있는 생활용품(홈씨어터와 의자, 책장, 거울)의 가능성을 포함시키므로 민화가 가지고 있는 실용화의 의미를 실현해 보고자 하였다. ● 나는 시각예술가로서 오랫동안「본다」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라는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하지 못하는 열등감과 그 핵심을 알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전통이란 공동체를 재구성 Re-MEMBER 함으로서「본다」는 시각을 포함한 공감각적 체험임을 확인하게 된다. 마치 모란이 꽃이며 소리이며, 시간이며 스피커이며 또한 선線이 되는것처럼. ■ 엄정순
Vol.20060216b | 엄정순展 / installation.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