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숲에 있다

배병규展 / BAEBYOUNGKYU / 裵炳奎 / painting   2006_0216 ▶ 2006_0225 / 주말 휴관

배병규_나는 숲에 있다_캔버스에 유채_140×140cm_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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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216_목요일_05: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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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 필자는 경기도 소재 영은미술관에서 열린 영은 창작 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의 전시와 이에 관련하여 열린 세미나에서 배병규의 작품에 대한 가벼운 평을 할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그 당시 배병규는 국내에서의 미술대학 수업을 마치고 8년간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나는 그의 어린시절의 조형적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고향마을의 자연과 햇빛 속에 담긴 에너지와 생명의 꾸밈없는 기록, 대학시절의 표현주의적 열정과 이를 연장하여 유학을 떠나게 된 독일에서의 미술대학 학생으로서의 생활, 그리고 그러한 이국적 환경 속에서의 여러 가지 형식 실험을 통한 조형적 모색과 돌파구의 발견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작품들을 내 나름대로 해석해 본 적이 있다.

배병규_야경_캔버스에 유채_160×200cm_2003
배병규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40×140cm_2004

당시 내가 주목한 것은 작가의 어린시절부터 분신처럼 자신과 동반해 온 자연에 대한 감수성이 작가의 작품 저변을 받쳐주고 있으며 이것을 바탕으로 작가는 색채를 통한 예술적 해석과 자신의 주변으로부터 흡수하는 소재와 그들의 느낌들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조형감각을 개발해왔다는 점이다. 그 당시 작가는 아크릴과 유화 뿐 아니라 거친 표면 질감을 보여주는 합판을 이용한 다색 판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해나가고 있었는데, 표현 형식이 무엇이건 간에 작가의 관심은 일관되게 개인적 경험과 자신 주변의 환경에서 일깨워지는 조형적 감수성을 과장됨 없이 충실하게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었다. ● 일 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다시 찾은 배병규의 스튜디오는 이전과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전과 동일한 작업 공간이 보다 잘 정리되고 그 공간에서 작가도 좀 더 차분하게 지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가는 여전히 판화와 유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자신의 조형적 내러티브를 기록해가고 있었다. 다만 이전과 조금 다르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캔버스에 유화 작업을 이전보다 많이 해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작가에게 작품 제작에 있어서 형식이나 재료의 차이는 별로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그가 유화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 작가의 예술적 지향성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배병규_나무와 집_캔버스에 유채_140×140cm_2004

사실 작가의 작품 변천과정을 관찰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초기작에서부터 유학시절의 작업과 귀국 후의 판화작업이나 유화작업이 별개의 것으로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배병규 역시 색채 감각이 뛰어난 작가다. 그는 자신의 생활 경험과 관찰, 그리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순간적 인상을 기록함에 있어서 색채의 상징성과 의미를 잘 이해하여 작품에 적용하고 있다. 그의 작품 안에서 때로는 현란하게, 또 때로는 검은 색이나 흰색으로 과감하게 표현되는 대상들은 결과적으로 작가의 주제를 극명하게 부각시키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배병규_작업실 풍경_캔버스에 유채_120×120cm_2005

이번에 발표되는 작품들 가운데에는 숲을 소재로 하여 그가 이전부터 꾸준히 작업해 온 다색 판화와 자신의 주변 인물을 소재로 한 대형 작품 이외에도 캔버스 위에 유화로 작업한 작품들이 여러 점 포함되어 있다. 출품작들 가운데 화면을 여러 부분의 색면으로 구획하고 마치 스테인드글라스처럼 굵은 검정색 선으로 힘차게 가필한 작품에서는 아직 작가의 유학시절의 추억과 회상이 담겨있지만 나머지 작품들은 주로 귀국 후의 작업환경에서 작가의 관찰력을 반영하는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 작업실에서 바라본 건너편 언덕의 집, 나무, 작가의 작업실에 있는 플라스틱 물병과 같은 평범한 일상의 소재들은 다루기에 따라서는 아주 진부할 수도 있고 회화 표현에서 오랜 기간동안 고정되어 버린 지극히 평범한 기호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가가 이러한 위험성을 피할 수 있는 것은 그 나무와 집, 그리고 생활 주변의 사소한 물건들에 대한 표현이 관념적인 의미와 형식을 고집하지 않으며 관람자와의 상호교감이 가능한 작가의 경험을 단순하고 솔직하게 거기에 담아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배병규_불안한 휴식_종이에 아크릴, 목판_140×140cm_2005
배병규_기다림_종이에 아크릴, 목판_140×140cm_2005

초창기부터 진행되어 온 배병규의 작품의 흐름을 추적해보면 작가는 일관되게 자신의 주변으로부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의 영감을 발견해내고 있으며 한지와 캔버스 위에 판화, 아크릴, 유화 등 형식과 재료의 구애를 받지 않고 다양하게 조형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거창한 담론이나 형이상학적 논리를 담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주변에서 자칫 우리가 잊고 지내기 쉬운 익숙하고 평범한 대상에 대한 애정의 환기이며 교감의 실마리인 것이다. ● 이번 기회를 통해 작가의 작업실을 다시 방문할 수 있었던 필자는 이제 독일 유학에서 돌아와 국내 활동에 자리를 잡아가는 배병규의 작품에서 읽혀지는 진지함과 소박함이 꾸준히 지속되기를 바라며 작업실에서의 대화 속에서 작가가 보여주는 자신감과 희망이 앞으로 순조롭게 펼쳐지기를 바란다. ■ 하계훈

Vol.20060216a | 배병규展 / BAEBYOUNGKYU / 裵炳奎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