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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215_수요일_05:00pm
갤러리 도올 서울 종로구 팔판동 27-6번지 Tel. 02_739_1405 www.gallerydoll.com
기억들이다.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의 형상, 느낌, 이야기들... 속삭임. 그리고 그들의 관계들. 이들이 조금씩 내 머릿속에서 변해간다. 고약한 도깨비로 변하기도 하고, 천사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으로 변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기억들을 그들과 성격이 비슷한 옻칠로 표현한다. 옻칠은 성격이 고약하고 까다롭다. 온도,습도 등 여러 가지 신경 써주지 않으면 응고될 생각을 하지 않아 전시를 앞두고 발만 동동거리게 만든다. 잘못 건드렸다간 손, 얼굴이 옻이 올라서 퉁퉁 부어 일주일은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잘 달래서 기분 좋게 해주면 영롱하고 아름다운 색감을 나에게 선물한다. 이럴 때면 정말 사랑스러운 연인 같다. ■ 홍성용
홍성용의 pop 옻 art ● 우리 문화에서 전통을 현대에 어떻게 이어 나가야하는가 하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들에 많은 방법들이 제시되어왔다. 홍성용은 현대Pop적인 이미지를 한국전통 칠 기법으로 제작한 화면을 통해 해답을 찾고 있다. 때문에 결과물로 생성된 화면은 고유의 색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이미지들은 작가가 태어나 살고 있는 장소와 시간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예술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연속성을 지닌 시간의 흐름과 동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세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여 새로운 현재를 보여 주는 작업이 왜 이렇게 새롭게 느껴지는 것일까?
처음 홍성용의 작업을 만난 것은 3년 전 드로잉 전시에서였다. 작은 화면에 평면적으로 그려졌지만 무척 강한 색체와 역동적인 선들로 이루어진 이미지들은 새로운 힘을 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첫 작업의 대면은 기억되었다. 그리고 1년 후 홍성용은 나전을 활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화면에서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검붉은 옻칠바탕 위에서 빛에 따라 반사되는 나전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이 시선에 따라 율동성을 지니면서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1년 후 홍성용의 작업을 접하게 되었다. 여전히 그의 작품에는 인물들이 화면을 메우고 있다. 왜 인물들일까? "송: 인물들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홍: 나는 도시 촌놈입니다. 만약 내가 시골에서 태어나 살았다면 나는 풍경을 작업에 활용했을 것이나, 도시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사람에 부딫치고 살아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현대에 살고 있는 한 개인이라는 것을 언제나 염두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스타일을 즐기며 화려한 색채를 선호한다. 그러한 작가라면 떠올리는 작업은 전형적인 pop art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는 재료만은 가볍고 표피적이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작업에 옻이라는 재료를 왜 사용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 문화에 존재하던 것이지만 현재는 생소한 느낌을 현대의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옻'의 생각, '옻'이 좋아하는 환경을 맞추어 주어야 의도한 결과를 얻을 수 있지요. 이렇게 다루기 어려운 재료를 선택한 이유는 본인이 내부에서 작업을 이끌어내는 들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팝 혹은 키치문화가 일상화 되어버린 현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가벼운 주제를 선택하더라도 표현하는 방식까지 가볍게 다루고 싶지 않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니 그에게는 자신이 한국에서 태어나 자라 온 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인식이 작품에 반영되고 있었다.
유기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성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재료로 만들어진 화면에 부조형태로 놓인 만화적 인물들은 작가의 현재 혹은 과거에 존재했던 이들이 기억의 잔상 속에서 하나의 추상화된 형상으로 단순화된 것이다.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작가의 내부에 자리하기 때문일까. 작은 인물 하나하나는 그 성격을 짐작하게 하며, 말풍선의 등장은 마치 코믹 만화속의 한 장면을 상상하게 한다. 더 이상 무거운 '옻'은 이제 사라지고 즐겁고 경쾌한 이야기가 옻을 통해 전달되고 있다. 이와 같이 홍성용이 보여주는 개인적이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생산하려는 시도는 우리의 시각문화발전에 중요한 행위일 것이다. 작가의 전통방식의 현대적 구현이 계속하여 시각적 유쾌함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 송지선
Vol.20060215c | 홍성용展 / HONGSUNGYONG / 洪性用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