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기호들의 침입

김혜란展 / painting   2006_0214 ▶ 2006_0228

김혜란_무제 untitled_종이에 드로잉_21×15cm_20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문신미술관 빛 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214_화요일_05:00pm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빛 갤러리 서울 용산구 효창원길 52 Tel. 02_710_9280 / 02_2077_7052 www.moonshin.or.kr

파리를 여행하던 이탈리아 인 시그마씨가 갑자기「복부에 통증」을 느낀다고 가정하자. (...) 시그마씨는 적합한 단어를 찾아낸다. 그 단어는 그가 느끼는 통증을 가리킬 뿐 아니라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시그마씨는 자신의 통증을 의사에게 호소하려 하며 , 그때 그는 복통 대신에 자신이 생각해 낸 단어를 사용할 것이다. (...) 시그마는 의사의 진료를 받아보기로 결심한다. 그는 파리 지역의 전화 번호부를 뒤진다. (...) 시그마는 자신의 방에서 나와 그가 잘 알고 있는 간판을 찾아낸다. 그것은 다름 아닌 카페 간판이다. (...) 시그마는 지하로 내려가 그곳에서 세 개의 작은 전화 박스를 보게 된다. 또 다른 규칙 체계는 그의 주머니 안에 있는 동전을 사용하는 방법을 말해 준다. (...) 그는 x라는 동전을 y라는 전화에 사용할 수 있는 동전으로 읽어야 한다. (...) 그는 자신이 통화하고자 하는 의사가 01.43.26.00.19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숫자는 의사의 이름을 가리키거나 「그 사람의 진료실」을 의미한다. (...) 진료 시간을 예약하기 위해 시그마는 코드 전환을 해야 하고 자신이 이탈리아 어로 생각하는 것을 프랑스 어로 옮겨야 한다. 이 덕분에 의사는 예약을 접수하고 자신의 주소를 시그마에게 알려 준다. 그 주소는 파리의 특정한 지역과 건물의 층수, 그리고 그 층의 호수를 가리키는 기호이다. 또한 진료 자체는 시그마와 의사 두 사람 모두가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보편적인 기호 체계, 즉 모든 벽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루어진다. 그 다음에는 시그마가 택시를 알아본 다음 그것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작용을 비롯하여 택시 기사에게 말하는 방법, 그리고 그런 기사가 (일방 통행 표시, 빨간 불, 좌회전/우회전 금지 표시 등의) 교통 신호판 들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작용들이 이어진다. 또한 시그마는 건물의 승강기를 알아보고, 그가 원하는 층에 가기 위해 그 버튼을 누르는데 필요한 작용과 의사가 근무하는 건물을 비롯하여 문패를 알아보는데 필요한 작용도 알아야 한다. 시그마는 의사의 작은 문패 옆에 위치한 버튼 중에서 초인종과 복도의 조명등도 구분해야 한다. 이런 차이는 버튼의 모양이나 위치, 또는 그 위에 새겨진 도식적인 그림으로 드러난다. ( 예를 들어 하나에는 종 그림이 있고 다른 하나에는 전구 그림이 새겨져 있다.) 결국 의사를 만나기 위해 시그마는 수많은 기호를 특정한 기능과 결합시키거나 그림 기호들을 특정한 실체와 결합시킨다.(...) (움베르토 에코, 『기호 개념과 역사 il Segno』) ● 앞선 시그마씨에 관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일상이 기호의 체계망 안에서 부단히 교차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내가 집(경기도 수지)에서 작업실(서울 회기역)까지 가기 위해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편의점에 들려 생필품을 산 뒤 열쇠로 문을 따고 불을 켜고 보일러를 작동시키기까지의 과정에 이를 적용해 본다.

김혜란_낯선 기호들의 침입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7×131cm_2006

#1. 지하철 ● 지하철 안에 부착된 작은 사람들의 이미지와 마주친다. 현실감을 배제하고, 그들의 제스쳐에 집중해본다. 무언가를 알려주고 싶어하는 듯 보이는 과장된 몸짓. 반사적으로 언어적 의미로서의 지시 내용을 인식하지만, 그 얼어붙은 순간에, 그들은 스스로 그곳에서 빠져 나와 형상이 환기시키는 연속적 상황들을 재현한다. " 기호학적 기능으로 도상을 살펴보면 도상은 두 개의 가정, 즉 상징적인 것과 지표적인 것 사이에서 망설이는 것이다."(찰스 퍼스)

김혜란_비밀처리장123_혼합재료_35×106cm_2005
김혜란_파이프 메신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3.5×53cm_2005
김혜란_선풍기 / 세탁_혼합재료_55×45cm_2006

#2. 선풍기 ● 지난 여름 선풍기를 샀다. 대부분의 경우, 소형 가전 제품을 새로 구입했을 때 사용설명서를 먼저 읽지 않는다. 기본적 메커니즘에 이미 익숙하기 때문에 짧은 몇 번의 조작과 시행착오 후, 비교적 쉽게 그 기구를 소유할 수 있다. 선풍기 날개에 부착된 스티커의 발견은 그런 이유로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튜브모양 손가락과 유기체적 형상의 날개, 이들을 뒤덮는 빨간 X형태는 정보의 전달이 아닌 이미지로서 다가오며 유희적 상상력을 촉진시킨다. 마치 의약제품에 '부작용 주의' 라는 경고성 문구가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듯이.

김혜란_도로주행-게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31×97cm_2006
김혜란_도로주행-2_혼합재료_112×145cm_2006_부분

#3. 도로 ● 버스가 도로를 달린다. 달리는 버스에 결부된 시간성과 순간적 시선에 포착된 형태는 도로 사인에 색다른 해석을 가능케 한다. 하나의 형태는 또 다른 형태로 변화되고 이어지며, 본래의 공간과 방향에 대한 암시는 한편으로는 미적인 자극이 된다. 흰색, 검은색,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유사한 현실속 풍경을 연상해본다. ■ 김혜란

Vol.20060213a | 김김혜란展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