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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215_목요일_05:00pm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340
색채의 향연 ●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활발한 미학적 논의 속에서 painting이 차지하고 있는 자리는 디지털 미술이나 개념미술 등 여타 분야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시대적 요구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미술양식들에 주연의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지만 그림은 끊임없는 재창조와 자기복재를 통해 주목받는 분야로서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림에 대하여 논할 수 있는 모든 철학적, 미학적, 역사적 관점들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완결된 마당에 그 속에서 창조적, 독창적 방향 제시는 독창적, 창조적 그림을 그려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세계적 미술의 흐름과는 달리 아직 우리나라의 미술풍토는 여전히 기존 평면그림이 절대적으로 강세를 보이지만 이들 그림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찾거나 미래를 논한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일이다. 정체된 듯 보이는 국내 미술계에 요 근래 몇 년에 걸쳐 신선하고 색다른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미술가군이 흘러드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놀라운 점은 이들 새로운 젊은 피의 유입이 결코 현대 과학의 이기를 등에 업는 소위 디지털 미술만이 아니란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 이후 탄생한 이들 세대는 풍요로운 생활과 교육을 바탕으로 기존세대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시각과 실험을 보이는데 그것은 성공여부에 관계없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서국진은 이러한 기존 그림의 미학적, 기법적 완결편 위에 다양한 시각적 작업을 보여주는 젊은 미술가군에 속해 꽃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새롭게 재 발굴하는 그림을 보이고 있다. 꽃은 서양미술에서 정물의 형태로써 출발하여 앤디워홀에 이르러 사물 그 자체의 이미지로 변화된 단계로 보여 지듯이 서국진의 꽃 연작 작업은 동양화의 재료를 통해 서양화적인 이미지를 보이는 요즘의 cross-over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 꽃이 갖는 아름다움을 단순화하여 화면가득 주기적으로 반복된 작품은 앤디워홀에서 이미 경험했던 일이기에 서국진의 작품을 비롯하여 요즘 나타나는 이른바 포스트-포스트모더니즘 그림에서 기법적 독창성을 찾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반면 서국진이 선보이는 그림은 서양화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동양화에서 느낄 수 있는 서정적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똑같은 형태의 꽃이 무한한 자기 분열을 이어가는 화면에서 보이는 모노크롬적 요소와 인위적으로 단순화된 꽃의 외형에선 미니멀리즘의 요소까지 찾아진다. 이러한 다양한 그림의 요소와 그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은 시각적 무아지경과 더불어 음악적 리듬의 반복, 지극히 평범하고 상투적일 수 있는 꽃이라는 소재에 지극한 정성으로 복재된 그녀의 그림에선 비가시적 색체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서국진의 작품에서 느끼는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은 무척이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여겨지지만 현재 그림이 처한 독창성의 한계에서 새로운 양식으로 주목받는 요즘의 젊은 미술가군 사이에서 뚜렷한 두각을 보이기 위해선 첫째로도 둘째로도 미술가 자신만의 전매특허인 독창성을 즉-서국진의 그림만이 갖는 특별함, 차별화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들 기본조건들과 더불어 지금의 젊은 열정이 더해진다면 요즘의 새로운 젊은 미술 흐름에서 그녀의 작업은 한층 더 기대하고 싶은 좋은 모범이 될 것을 확신한다. ■ 이기섭
Vol.20060212c | 서국진展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