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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211_토요일_07:00pm~새벽까지
기획_대안공간 루프_김인선_김준기
디제이_왕파리(Superfly) 드레스 코드_80년대 분위기의 의상(교복 대환영)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5-11번지 Tel. 02_3141_1377 www.galleryloop.com
Full Moon Party란? ● 루프에서 매달 보름달이 뜰 때마다 하는 파티입니다. 미술인, 문화인들의 교류의 장에서 나아가 일반 대중들과의 새로운 소통접점을 지향하며. 술과 미술과 음악과 함께 가볍고 혹은 무거운 담론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문화 심포지움의 장입니다. 모여서 놉시다, 재미있게... ■ 대안공간 루프
흠, 고민인걸. 파티에 대해 글을 써야 하다니...... ● 80년대 스타일을 주제로 파티를 한다고 하니 잠깐 고민스러워졌다. 글을 쓰라고 하니 더 고민스럽다. 나는 최류탄 냄새에 성가심을 느끼면서 눈물을 찔끔거리며 90년도에 누리고자 했던 대학생활을 위해 학생 시절을 모범적으로 학교를 등교하고 생활해야 했던 운동부족에 비만의 위험을 안고 10대를 보낸 그 시절의 전형적인 평범한 초, 중 고등학생이었을 뿐, 그 당시의 패션을 그리 즐기지는 못했던 시기였다. 그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사회이슈들을 직접적으로 체험했다고도 못하겠다. ● 파티의 주제를 정하고자, 지독하게 삭힌 김치로 만들어진 새빨간 뚝배기 김치찌개와 기름과 소금이 적절히 발려져 윤기있게 잘 구운 김을 반찬으로 두고, 루프의 디렉터 서진석씨, 문희채 큐레이터, 플랫폼 L의 윤희정씨, 그리고 나와 함께 organizer로 참여하는 김준기씨 등은 신나게 80년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모습들을 떠올리며 식사 내내 낄낄거렸다. 그것은 주로 어글리 패션에 대한 것이었는데, 탱탱하게 말아 올린 앞머리며 어깨에 뽕을 넣어 건장한 체구로 보이게 만드는 상의, 칠보 디스코 바지의 패션, 진한 눈썹과 갈색 볼터치, 립 라인 등의 진한 색조화장법 등 온갖 촌스러운 조합들이 물결치던 그 모습은 이번 파티에 무궁무진한 소스들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나에게는 일종의 그 시대의 동경 같은 것이었다. 성인이 되기 전의 학생의 모습에서는 이러한 특징들을 달고 다니기는 힘들었기에 스스로는 만끽하지 못했던 스타일이었고 TV속에서, 대학가에서 이러한 스타일들을 힐끔거리며 바라보기만 했었던 것이다. ● 위트와 유머어가 넘치는 내 친구들과 80년대의 스타일에 대한 평가를 끝없이 뱉어내다가 흥에 못 이겨 마침내 서로의 얼굴을 80년대 스타일로 화장해주고 사진을 찍어대던 어느 날 저녁의 '놀이'를 떠올렸다. 그날은 서로를 보면 깔깔거리기는 하였지만 그것이 단지 80년대를 비웃은 밤은 분명 아니었다. 80년대 절절한 가사의 대중가요들과 팝송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감성에 대한 찬양도 주요 소재였고 패션에서 보여지는 과감한 표현에 대해 은근한 경외감들을 표현하고 있었다. 어릴 때 엄마의 립스틱을 입술에 빨갛게 발라보며 좋아했던 심정도 함께 동반되었다. ● 나와 내 친구들이 그렇게 즐거워했듯 80년대에 유난히 아이러니했던 사회상에 대한 담론은 잠시 덮어두고 그 시대의 패션을 맘껏 꺼내 입고 치장하고 즐겨보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파티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도 조금 홀가분해 진다. 이 글이 너무 가볍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해야겠다. 어쩔 수 없다. 난 즐겁고 웃기는 파티를 원하니까. ■ 김인선
누가 80년대의 문화적 파편들을 보았는가 ● 홍대 앞 극동방송국 인근의 한 건물 이층에서 출발한 대안공간루프의 초창기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이지만 그때 만해도 전시장과 까페가 공존했던 루프의 독특한 공간구성은 하얀 벽면 일색이었던 여느 공간들의 분위기에 비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제 루프도 연륜에 맞게 나이를 먹었고 많은 것이 변했지만, 전시장에 앉아 커피 한 잔이나 맥주 한 캔, 와인 한 잔을 나눌 수 있었던 초창기 루프가 그립기도 하다. 새로운 공간을 마련한 루프가 두 번째 전시를 마무리하면서 파티를 연다. 공간이전에 따라 장소를 알리는 이벤트를 열어야할 필요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루프에게 이러한 파티가 필요한 것은 예술적 소통의 채널을 다각화 하고자 했던 초심을 잊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된 공간 건물로 우뚝 선 루프이지만 극동방송국 옆 자그마한 공간에서 까페와 전시장을 병행했던 유연한 공간개념을 살려서 깔끔하게 딱떨어지는 전시장 기능 이외에도 다소간 흐트러진 모양으로 느긋하게 노니는 곳으로서의 색깔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파티 주제는 80년대이다.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파티의 아이템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자칫하면 퇴행적인 복고취미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바심을 낼 법도 하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이렇게 과거를 되돌아보려는 사유와 감각의 의례들이 얼마나 빈곤했던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는 일이 아니던가. 과거는 현재와 미래를 담보하는 보물창고가 아닐 수 없다. 대안공간루프에서 80년대라는 테마를 가지고 파티를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80년대는 정치적으로는 일반민주주의의 원칙을 일부나마 이뤄냈고, 서로 다른 생각과 느낌을 조금씩 나누기 시작했던 문화다원성이 그 싹을 보이기 시작했던 시대이며, 사회적으로는 근대와 탈근대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시대이기도 하다. 20대 청춘들에게 있어 80년대는 아스라한 유년의 기억일 것이다. 30대에게는 성장기를 거쳐 세상에 첫발을 내딛던 가슴 두근거리는 추억이 서려있을 것이며, 40대에게는 가슴 뭉클한 스무살 청춘의 기억을 떠오르게 할 것이다. 50-60대에게 있어 80년대는 절망과 열망이 교차한 인생의 대격동으로 기억되기도 할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 80년대라는 시대는 유년의 기억이자 청춘의 기억으로 살아있다. ● 그 시대를 관통함으로써 우리사회는 비로소 색과 소리를 되찾았다. 삶을 노래하는 말과 가락을 만들어서 나눠가질 수 있었고, 자기 맘에 맞는 색으로 몸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적은 글자들을 접하면서 머리와 가슴과 입과 귀를 나눠가질 수 있었다. 70년대의 백색테러를 극복하기 위해 '절제를 넘어서 표현으로'를 외쳤던 탈근대의 맹아들이 나온 것도 이 시대였다. 민족주의 담론과 결합하여 전통예술의 계승과 혁신이라는 화두에 불을 지폈던 것도, 민중계급의 혁명운동으로 세상을 한판 뒤집기 하는 데 예술로 한 몫 할 수 있다는 꿈을 꾸었던 것도 이 시대였다. 모던 패러다임이 포스트모던 패러다임과 뒤섞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냈던 시대. 획일성의 사회에서 유동하는 사회로 나아갔던 변혁의 시대. 80년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이렇듯 한 시대에 대한 존경과 경의로 가득 차있다. 동시에 우리 모두는 그 시대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세상의 변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를 일구어 나간 모든 사람들의 열망과 좌절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일 것이다. ● 그러나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타는 목마름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노찾사의 사계보다 거북이의 사계가 더 유명하고, 오윤은 20주기를 앞둔 작고거장이 되었으며, 89년 전대협의장 임종석은 열우당 당의장 후보가 되었고, 인권변호사 노무현은 이라크전 참전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윤리성관계이성문제교육스포츠환경복지육아' 등등등 우리를 둘러싼 그 모든 것에 있어서 극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한 80년대라는 한 시대를 관통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그 시대의 어떠한 하비투스도 뚜렷한 전형으로 남아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하는 편이 낫겠다. 남은 것은 파편들뿐이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이제 그 시대의 파편화된 흔적들을 통해서 열린 감성으로 80년대라는 시공간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고 말해야 할지 말지 솔직히 망설여지지만)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겠는가. 최소한 우리는 이렇게 자문해볼 수는 있다. 누가 80년대의 문화적 파편들을 보았는가. ● 파티 분위기는 오히려 경건 모드가 아닌 경박 모드일 것이다. 빌리진과 할렘디자이어, 터치바이터치, 깅기라기니가 뒤섞이는 댄스가 있을 것이다. 신디 로퍼와 프린스, 퀸, 마돈나, 유리스믹스와 같은 클래식도 있고 비지스와 둘리스, 놀란스의 가벼움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디제이 왕파리 아저씨가 '앉아서 무게 잡지 말고 나와서 바람 잡으세요'라는 작업멘트를 날려줄지도 모른다. 조용필과 이용, 전영록이 식상한 사람들에게는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가 배출한 걸작들이 귀에 쏙 들어올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소방차와 박남정, 김범룡 등 바람 같은 남자들의 댄스곡들과 패션이 동시에 떠오른다. 디스코바지와 교복으로 한 시대를 누볐던 낡은 청춘들도 등장할 것이다. 각자 자신의 80년대를 기념할 만한 한 장의 사진들을 통해 개개인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들춰내기도 할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80년대를 테마로 노는 데 있어 앞서 말한 엄숙한 시대정신 보다는 점점 잊혀져 가는 주변부 문화 아이콘들을 등장시키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경건 모드에 짓눌려 한 시대에 대한 감성적인 조망을 간과해왔던 엄숙주의 시각을 넘어서고 싶기 때문이다. 모여서 놀자. 80년대의 문화적 파편들을 주섬주섬 주워 모아보자. 우린 그때 놀지 못했거나 놀다 말았다. 무릇 파티란, 특히나 과거를 기억하는 파티란 그때 놀다가 다 못논 것 마저 놀 수 있는 여유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심미성을 담보로 쌈빡한 이미지 게임을 벌이는 미술문화공간으로써 뿐만 아니라 주변부 문화의 자잘한 것들까지도 함께하는 열린 소통의 공간을 지향하는 말랑말랑한 루프 생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김준기
Vol.20060211c | 80년대-Full Moon P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