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희망아

김소연_박수진展   2006_0203 ▶ 2006_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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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6_0203_금요일_06:00pm

창 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6번지 창조빌딩 B1 Tel. 02_732_5556 www.changgallery.net

사람은 희망으로 살아간다. ●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를 책방에 쭈그려 앉아 단숨에 읽은 적이 있다. 서로를 짓밟고 짓밟히며 어디론가 끊임없이 기어오르는 애벌레들. 그 애벌레들의 모습이 다름 아닌 우리네 사는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슬픔이 느껴졌다. 우리는 그 대열에 끼어 무의미한 나날을 보낼 때가 많다. 그리고 그 어느 곳에서 스스로가 나비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는가를 후회하며, 희망을 버렸던 스스로를 안타까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전시를 함께하는 박수진의 그림일기에도, 담벼락에 낙서를 즐기던 어린 나에게도, 당뇨로 한걸음 한걸음이 힘든 나의 어머니에게도 희망은 늘 그 삶 속에 있다. 기억은 오래된 것을 품고 희망은 새로운 것을 품듯, 나는 시멘트 위에 내 낡은 기억들을 담았으나 그 속에는 살다가, 살다가 잃어버린 새로운 희망이 숨었다. 지금은 춥지만 이네 곧 봄이 올 것이다. 꽃피는 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희망으로 살아가길 바란다. 누구이고 어느 때이고 망설임 없이 현실과 희망 사이에서 희망을 택하며 삶을 살길. 마음 따뜻한 봄에, 그 새날에 보다 가까이에 있을 희망이 기다려진다.

김소연_골목그림_시멘트 패널에 유채_182×124cm_2005_부분
김소연_골목그림_시멘트 패널에 유채_182×124cm_2005_부분
김소연_골목그림_시멘트 패널에 유채_124×182cm_2005_부분
김소연_골목그림_시멘트 패널에 유채_182×124cm_2005_부분

시멘트라는 물질은 우리 삶의 거의 대부분을 지탱해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사이의 관계)도 떠받쳐주고 있다. 이 시멘트는 우리의 삶의 기반을 감정적 색조 그리고 독일 철학자들이 표현하듯이 분위기'Stimmung'에 두게 하면서, 서로를 서로에게 잘 고정시켜주고 아름답게 꾸며준다. 서로서로를 형성해주기까지 한다. 이 사회의 모든 문화생활을 공유하는 수백만 명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힘을 통해서 개인들을 서로 연결시키고 한데 끌어 모으게 하는 배경에 있다. 이 시멘트가 현존하는 거의 모든 곳에 편재한 나머지, 이제는 눈에 거의 띄지 않을 만큼 그것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브 미쇼, 『기체 상태의 예술』) ● 내가 시멘트를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물질로 선택하게 된 것은 이렇듯 삶 속에서 숨죽인 채 내 유년기 사진의 대부분의 배경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간과했던 삶의 기쁨과 희망이 함께했기 때문이다. ■ 김소연

박수진_삘딩나시와 삘딩바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06
박수진_털코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70×150cm_2006
박수진_풍선달린옷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12cm_2006
박수진_걷기싫은날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0×100cm_2006

옷日記 ● 그 환승역 도로가 맘에 들어. 바퀴들이 도와줄 거야. 내가 걷지 않아도 그곳에 잘 도착하도록 말이지. / 그들은 내 눈동자를 호시탐탐 노린다. 숨이 막히고 앞이 보이질 않는다. 나의 무기는 보는 구멍하나와 숨쉬는 구멍 하나. / 코끝을 찌르는 아픈 바람과 따가운 공기가 무딘 털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준다. / 나를 주도적이게 하는 숨막히는 기관들이 힘들게 해. 푸른 탄산음료의 차가운 찌릿함이 나를 자라게 한다. / 중국집 그 담벼락에는 쾡한 빛의 냄새가 난다. 어느 날엔가 만나지게 될 거리의 여린 네온싸인. / 끊어질듯 휘청거리는 나를 붙잡아줘. / 기억할까? 내가 그 구름위에서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지. / 가볍게 떠나고 싶어진다. / 그것을 향한 가능성, 그 천사와 같은 시작. ■ 박수진

Vol.20060203b | 사람아 희망아-김소연_박수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