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6_0120_금요일_05:00pm
권두현_김성진_목나정_선병재_이사라_전상옥_정창기_허유진
월요일 휴관
갤러리 선컨템포러리 서울 종로구 소격동 66번지 Tel. 02_720_5789 www.suncontemporary.com
미술의 역사가 동시대 미술적 경향을 지칭하는 사조들의 전개로 형성되었다면 소위 어떠한 'ism'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현재시점에서 바라본 과거에 대한 해석이다. 현대 미술에 대한 섣부른 결론이 많은 난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비평적 시각의 현재성에서 기인한다. 오늘날 미술계의 현상들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전제 하에서 끊임없는 과거와의 충돌과 타협은 어쩌면 미술사의 한 장을 차지하기 위한 필연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 새로운 사조가 태동하는 경계에서의 충격들이 더 이상 낯선 것으로 존재하지 않는 되풀이 속에서도, 현대미술에 대한 논쟁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사진과 회화 사이』展을 열면서 사진과 회화의 정체성과 관계론에 대해 재조명하는 것으로 그러한 현대미술의 단편을 살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사진과 회화 사이』展의 작품들은 표면상, 사진은 회화에 가깝게 회화는 사진에 가까운 형상을 하고 있다. 기획자의 의도대로 선별된 작품들은 전통적 사진스러움을 버리고 타인의 영역인 회화주의의 옷을 입은 일명 그림 같은 사진들과,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사실성을 재현한 사진 같은 그림들로 짐짓 관람객의 시각적 교란을 유도한다.
역대 미술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의 하나인 카메라의 발명 이후 더 이상 회화의 설자리가 없다고 믿었던 어느 화가의 절망감과, 필사적으로 사실주의적 재현을 거부했던 인상파화가들의 몸부림으로 회화에 끼친 카메라의 영향을 규정 하기는 부족하다. 사진에 있어서 회화주의적인 움직임은 빛을 보다 능숙하게 이용하여 사진의 가장 큰 특징인 기록성의 진부함에서 벗어나고자, 이른바 예술 사진을 지향했던 19세기 사진가들의 작품에서도 발견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과학적 기술이 개입되었기 때문에 예술로써 인정받지 어려웠던 당시 견해에 대한 반동적 작용이었으며, 이후 현대 사진은 현실의 대상을 동 시간적인 기록으로 찍어내는 스트레이트 사진과 시간과 대상자체를 작가가 마음먹은 대로 수정 할 수 있는 구성 사진과의 끝없는 대항으로 전개되어 왔다.
본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사진작가들은 전통적인 사진의 회화성에서 탈 시간적 개념의 결합, 디지털 매체의 유입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변화를 거듭한 독자적인 표현 방법을 모색한 것으로, 이는 예술에 있어서 타 장르와의 단절로 고유의 자율성만을 강조한 모더니즘적 예술을 탈피하여 경계를 허물고 소통이 용이해진 포스트모던 시대를 수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예술이 현실계를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라고 했던 플라톤의 전통적인 예술관이 현대에 있어서도 그 표현방법을 달리 할 뿐 현실을 표현한다고 하는 점에서 사진과 회화의 기본 사상은 현실과 인간의 삶을 근본으로 한다. 회화에 있어서 현실적 삶의 현상들을 가장 적극적으로 재현 한 것이 리얼리즘 회화이며 이는 극사실주의 회화의 모태이기도 하다. 본래 리얼리즘 회화는 사물 그대로의 형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자칫 그 외형적인 사실성으로만 제한되기 쉽지만 본래 리얼리즘이란 꾸르베의 작품에서 보듯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담은 것, 이전 아카데미 회화에서 다루지 않았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간과 사물들에 주목하여 표현한 것으로 내면적인 현실성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 포토리얼리즘으로 별칭 되는 극사실주의 회화는 그러한 리얼리즘이 성장한 위에, 직접적인 인간의 감정이 배제되고 대상 자체만을 담담하게 재현한 특성이 강하다. 이는 포토 리얼리즘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전통적 스트레이트 사진과 같은 시각으로 객관적 대상을 포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진과 회화 사이』展에 등장한 회화작가 네 명의 극사실주의적 표현은 외형상으로 작가들의 능동적인 현실참여의 모습을 발견하기보다 중립적인 대상 자체에 몰입된다. 이와 같은 객관적 인지와 개인적 응시가 결합하여 특별한 감성을 불러일으키는데 마치 바르트가 말했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고유한 자기만의 감정인 풍크툼이 느껴지는 듯하다. ● 선병재와 이사라의 작품에서 여성의 낯익은 풍경과 추억을 떠올리고, 권두현, 정창기 김성진의 작품에서 현실에서의 여성 이미지를 보며, 목나정, 전상옥, 허유진의 작품에서 허상적인 여성성을 발견하고, 그러한 것들이 특별한 감정을 담아 나를 찌르며 다가올 때, 바로 풍크툼이 되는 것이다.
『사진과 회화사이』에서 'Where is she?'라는 주제 아래 자의적인 풍크툼을 설정해 본 것은 사진과 회화 사이에서 부유하는 우리들 삶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으로, 구속된 시각 밖에서 사진과 회화의 의미와 관계에 대해 재조명해 보고자 함이다. 더 이상 기록하는 것이 아닌 창조되는 사진으로서의 변모가 과거에 누렸던 사진의 전통적인 정체성을 버린 것이 아니며, 극사실주의 회화에서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대상성도 이전 회화에서의 자유로운 표현력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 ● 정착을 거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예술의 본성이기라도 한 듯, 미술사의 한 장을 차지할 때마다 충돌하는 진통을 공유하며, 변화를 인식하고 수용하는 적극적인 태도는 예술로서의 자리매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 미래 어느 날 구체적 과거가 되어 있을, 무정형으로 현존하는 예술적 변화들을 잠시 뒤로 하고 '사진과 회화 사이'에서 가져보는 자유로운 시각이 조금은 가깝게 현대미술에 다가서게 할 것이다. ■ 장지선
Vol.20060115a | 사진과 회화사이_Where Is Sh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