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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221_수요일_07:00pm
오픈공연_안녕하세요?_DJ 안과장
참여작가_강지윤_이정후_이훈_인효진
책임기획_유희원
동절기 관람시간 / 02:00pm~09:00pm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서교동 407-22 에이스빌딩 3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대안공간 미끌을 열며 ● 대안공간을 열며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왜 돈도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합니까?" 라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사물의 가치가 자본의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이 시대에 미술 행위만큼이나 소모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젊은 작가들이 배를 곯아가며 끊임없이 작품을 생산해내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물리의 법칙 중에 에너지 보존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에너지는 그 전환 과정에서 한 형태의 에너지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전환될 뿐이며, 에너지 전환이 일어나기 전후의 에너지의 총합은 항상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것이다. 고도의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종종 이 에너지 보존 법칙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자본으로 환산되지 못한 에너지들은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물리의 법칙처럼 한 번 생겨난 에너지는 소멸되지 않는다. 작가들은 자신의 육체와 정신을 불태워 작품을 만든다. 이렇게 작가들이 작품에 담아낸 에너지들은 잠재되어 있는 위치에너지와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미술 행위에 담겨진 에너지만큼이나 순수하고 힘센 에너지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대안공간 미끌을 열며 다시 한 번 에너지 보존 법칙을 되새긴다. 아직 위치에너지로만 존재하는 젊은 작가들의 에너지가 세상과 마주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 에너지가 세상과 만나는 순간 그것은 열로, 빛으로, 운동으로 바뀌어 세상을 움직이는 큰 동력이 될 것이다. ■ 유성준
It's not magic ● 분명 이것은 마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단호한 부정의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이 현실인가? 고개를 저어 부정해 보아도 현실은 늘 알 수 없는 이야기, 뜻하지 않았던 사건, 붙잡을 수 없는 순간들의 연속으로서 존재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걷어내어야 있는 그대로의 현실과 마주할 수 있을까? 이 전시에서 보여지는 모든 이미지들은 현실과 마법 혹은 실제와 판타지 라는 매우 불분명한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각 작가들의 작품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실과 현실의 배후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마법의 순간들을 배회하며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현실의 알레고리를 점점 더 깊은 미궁 속으로 빠트린다.
이 전시에서 강지윤은 자신의 욕망과 사회 사이의 완충 역할을 위해 '환상'을 차용한 회화 작업을 보여준다. 그는 의식적으로 환상을 쫓으며 스스로 이미지에 사로잡힌다. 일시적인 환상 속에 한 발짝 들어섰다가 다시금 뒤로 물러났을 때 남겨지는 충족감은, 그것이 비록 일시적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고 풍족하게 만드는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한다. 아마도 우리가 그의 작품들을 통해 느끼는 야릇한 불안의 요소는 살아 꿈틀거리는 고조된 욕망과 그것의 완곡한, 또는 우회적인 표현들 사이에 팽배하는 긴장감 때문일 것이다. 이정후의 작업은 크게 포토몽타주와 포토로망 방식으로 나뉜다. 그는 은유로 가득 찬 몇 가지의 단서를 쥐고서 현실의 수수께끼들을 풀어나간다. 그가 쥐고 있는 단서들은 사실 너무도 긴 역사성을 지닌 알레고리들이기 때문에 그 익숙함은 오히려 우리를 현실로부터 이탈하게 만들고, 어느덧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다다를 수 없는 심연에 이르기까지 긴 여행을 떠나게 한다. 그는 단조로운 일상에서 미지를 발견하고, 상상의 세계에서 일상을 두드려 깨우는 흥미로운 사유를 펼친다.
이훈은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35mm 영화 필름 타래를 툭툭 끊어 상영하는 영상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약 12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적절히 편집되어 극장에서 상영되는 필름 이외의 촬영 분, 즉 영화 현장 전체를 기록한 메이킹 필름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한다. 최근 메이킹 필름을 역사가의 입장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그 중요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데, 이는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어쩌면 '진실에 보다 근접한', 현실 바깥의 현실을 담아낼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그 기록들이 비춰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또한 영상 설치 작업 안에서 시각 이미지와 사운드와의 단절을 실험하여 인간의 감각기관이 어떻게 기능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인효진은 그의 '천국의 섬' 시리즈 작업 중에서 '블랙 선글라스'라는 공통의 코드를 착용하고 등장하는 인물이 그려진 2점의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얼핏 보면 인상주의 시기의 회화와 닮아 있는 그의 사진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들여다 볼수록 생각지 못한 이야기들을 펼쳐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울 근교의 공원에서 한가로이 자연을 벗삼아 즐기고 있는 등장 인물들을 찬찬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비록 그것이 유예되고 조작된 행복이라 하여도 값진 순간으로 느껴지며, 그 잠시간의 유토피아가 곧 연기처럼 사라져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어느 정도의 미스테리함마저 감수하게 된다. 어느 평화로운 오후, 차가운 현실을 벗어나 잠시간 천국에 머무르고 싶다면, 그 찰나를 붙잡고 싶다면, 그 증거를 당신의 뇌리에 각인시키고 싶다면 인효진의 뷰파인더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그 곳에서 블랙 선글라스를 낀 사내들에게 한 마디 인사라도 건네보는 거다.
"우리, 전에 어디서 만난 적 있었나요?" 자, 아직도 이것이 마법이라고 믿고 싶은가? 현실은 건재하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떤가? 머리와 가슴을 텅 비우자. 그리고 여기 수수께끼와 같은 작품들을 펼쳐놓고 있는 4인의 작가들과 함께 내일의 오늘이 어제의 모레가 될 때까지, 순간이 영원에, 영원이 심연에 이르기까지 이 치명적으로 열린 세계에 한 동안 머무를 각오를 해보기로 하자. ■ 유희원
Vol.20051221a | It's not magic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