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5_1217_토요일_05:00pm
아트인오리 부산 기장군 장안읍 오리 223 번지 Tel. 051_727_3114
'사이' 에 존재하는 모든 것-정만영 개인展 ● 초고층 빌딩을 빠르게 훓어내리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진공 포장된 통조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답답한 현실 속에서 나는 정만영의 영상을 보았다. 현실의 막다른 골목에 서 있을 때마다 찾아가는 높은 산중턱에서 숲과 바람의 냄새를 맡다가 비가 내리자 옷춤을 다잡으며 저어기 아래로 뛰어 내려가는 경험을 하였다. 그러면서 다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예술가의 작품세계가 그의 삶과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보는 입장에서 작가가 자신만의 모든 의지와 철학적 사고 등을 작품을 통해 규명해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작품에서는 작가의 짧든, 길든. 심오하던지 표피적이든지 모든 순간과 흐름과 깊이가 작품에 배여 나오는 것이다. 오늘의 현실은 혼란스러울 만치 유동적이며, 분열하면서 확장하는 거대한 파도와 같이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정만영의 영상작업에서는 폭력과 충격의 기법들이 함께 존재하는 예술적 표현 속에서 그의 자연이라는 대상들은 잠시나마 안도의 한숨을 쉬게도 하며, 다시금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의 배열에 어지럼증을 느끼게도 한다. 그러나 곧 전신주마저 자연으로 스며들어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뿜어낸다.
정만영의 작업은 영화의 시놉시스를 최대한 배제한 비디오 영상작업의 영역 속에서 영화적 효과를 보인다. 그로 인해 일정한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장면 장면 이미지들의 시각적 효과에 몰두할 수 있게 한다. 영상에는 주로 여행을 하거나 일상의 삶의 사이에서 자신이 흘러 다니면서 느끼며 바라보는 세계와 세계들이 보인다. 이 사이사이의 시선들이 관람자의 감정을 가상적 체험 속으로 이끈다. 더불어 일상을 떠나 자연을 관조하는 서정적 감성으로 일종의 조용한 휴식을 품고 있다. 공중에 부유하는 스크린을 마주하거나 순례하는 관객들은 한동안 말없이 서서 전시장을 들어서기 전 머리 속에서 진동하는 많은 상념들과 일상다반사를 잊고 그저 바라만 볼 것이다. 벤야민이 말하는 기술복제시대에서 기대할 수 없다는 아우라가 존재한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예술의 다양한 발전과 진화가 그의 논리를 깨뜨리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정만영이 말하는 자신의 작업의 큰 테두리는 realspace와 virtualspace의 Between에 대해서이다. 작품 안에 존재하는 이미지들은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대상들이지만 영상으로 흐르는 사이사이들이 현실 너머의 가상의 세계로 다가온다. 사운드와 함께 흘러가는 이미지들의 중간. 사이. 를 보여주는 그의 작업들은 실재와 가상을 반대항의 입장에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접점의 끝을 맞잡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해석한 듯 하다. 즉 현실의 사물을 보는 여러 가지 해석을 시도함으로써 새로운 눈으로 가상의 사물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 사유의 영토가 없는 자에게는 아우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사유의 사유. 사유의 자유가 바로 작가 정만영의 예술작품이 아닐까한다. 우리에게 보여지는 작업의 결과물들은 이미지들의 사이와 흐름 속에서 논리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무리인 듯 하다. 나는 새롭게 시도하는 작가 정만영의 작업세계에서 또 다른 사고의 열림과 의미생성을 기대해본다. ■ 박진희
Vol.20051218a | 정만영 영상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