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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202_금요일_6:00pm
참여작가 토마스 바이얼레_나카무라 마사토_다니엘 플룸_잔왕 클로드 클로스키_차오 페이_디륵 플라이쉬만_문형민
부산시립미술관 2층 대전시실 및 로비 부산 해운대구 우동 1413번지 Tel. 051_744_2602
이 전시는 자본주의적 논리와 일상에 침투한 그 구조적 측면들을 이데올로기적이고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작업들을 통해 구성된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의 논리를 공적이고 사회적 차원에서 혹은 '외부'로부터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재전유하는,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적 쾌락에 바탕을 둔 새로운 창조적인 영역을 이끌어내는 작업에 초점을 맞춘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한국에는 거의 소개되지 않았지만 각자의 활동공간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인 한국의 문형민, 중국의 차오 페이, 독일의 디륵 플라이쉬만도 최근 활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와 그에 대한 개인적 대응이라는 주제는 오늘날 국가의 테두리를 초월한 것이다. 따라서 이 전시는 특정한 국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선정에 있어서 국적을 특별히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만 오늘날 현대미술의 중심지라고 부를 수 있는 베를린, 북경, 파리 등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작가를 선정했으며, 작가들이 살면서 작업하고 있는 이러한 지역적 정체성이 작품이 결과적으로 반영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독일 작가인 토마스 바이얼레가 중국에 가서 작업한 'Chinese motorway' 시리즈나 역시 독일 작가인 다니엘 플룸이 한국의 TV 화면을 소스로 해서 작업한 작품 등, 지역적 정체성 그 자체도 혼성되고 교차된다. 한국작가인 문형민은 미국에 유학하면서 경험했던 사회적 기호와 소통의 문제에 내재한 모순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교차와 혼성 그 자체가 오늘날 전지구적인 문화적 상황 그 자체인 것이다.
모든 것이 보편적인 등가의 교환가치로 환원되는 전지구적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수하고 개인적인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혹은 개인적 쾌락과 사회적 가치를 모순된 것으로 보지 않고 두 가지를 공존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이 전시는, 다른 것과 교환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가치인 개인적 쾌락이 어떻게 그 자체의 유일무이함을 상실하지 않고서도 의미있는 사회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가, 혹은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발언하면서도 어떻게 개인의 특수성과 개인의 내면이 가진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현대미술의 중심부에서 활동하는 5개국 8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8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정치적이고 '외부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논리를 '내부'로부터 재전유하고, 이를 통해, 현실을 단순히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논리 속에서 새로운 긍정적 영역과 긍정적 가치를 창조하고자 하는 작가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개인과 사회를 대립의 두 항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접점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토마스 바이얼레(Thomas Bayrle)는 자본주의 대량생산의 논리적 체계로부터 추출한, 특유의 옵티컬한 효과를 주는 격자무늬 패턴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대중매체의 이미지나 공업생산품을 이용한, 그러나 지극히 수공적으로 만들어진 바이얼레의 작품들은,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인 것이 교차하는 복잡한 착시적 풍경을 보여주며, 그 유머러스하고 화려한 표면효과 뒤에는 정치적 의미가 숨겨져 있다. ● 도쿄에서 작업하는 나카무라 마사토(Nakamura Masato. 中村政人)는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에 설치한 거대한 맥도날드 로고작업으로 국제적으로 잘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작가는 프로젝트 성격의 작업을 활발하게 진행해왔는데, 이를 통해 그는 현대 도시에서 보편적으로 소비되는 기호나 오브제들을 재맥락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사물화된 일상 아래에 숨겨진 의미있는 사회적 연결망을 회복하고 미술과 외부세계를 현실적으로 연결시키고자 한다. ● 스위스 출생으로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다니엘 플룸(Daniel Pflumm)의 작업은대중매체에서 발췌한 이미지들을 컴퓨터로 재가공하는 영상작업과, 이벤트나 공연을 벌이는 Elektriko라는 프로젝트 그룹 활동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플룸이 창조한 이미지들은 단순히 대중문화에 대한 메타적 비판이 아니다. 그것들은 사회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 사이의 미묘한 경계선을 만들어냄으로써 관객의 위치를 소비자인 동시에 심미적 향유자로서 지속적으로 재정의한다.
베이징에 거주하면서 작업하는 잔 왕(展望, Zhan Wang)은 중국 전통문화의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산업사회의 논리를 작품에 반영하고자 하는 작가이다. 자연과 인공, 산업사회와 전통사회의 문화는 그의 작품 속에서 서로 충돌하기보다는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키치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서정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최근 작가는 산업사회의 대량생산 물품인 스테인레스 냄비나 그릇을 자신이 만든 스테인레스 조각품과 함께 설치함으로써 일종의 산업적 풍경으로 이루어진 산수화를 보여준다. ● 클로드 클로스키(Claude Closky)는 파리에 거주하며 작업한다. 그는 대중매체나 언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상투화된 요소들 중에서 특히 숫자나 도표, 기호 등에 관심이 많다. 얼핏 보면 규칙적이고 체계적인 논리로 배열된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무의미한 기호들이 등장하는 풍자적인 작업을 통해 그는 일종의 다다적 유머를 구사한다. 클로스키의 작업들은 자본주의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존재조건에 대한 유머러스한 비판인 동시에 이 사회를 구성하는 논리에 대해 우리 자신이 가지는 욕망을 드러낸다.
광저우에 거주하는 중국의 신세대 작가 차오 페이(曹斐, Cao Fei)는 오늘날 중국에 폭발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 문화의 면모들이 평범한 중국인들의 일상과 어떻게 충돌하는가에 관심을 가지는 한편, 이 과정에서 소외된 가난한 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애정을 보여준다. 그녀의 작업은 사회비판적 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개인적 환상과 욕망을 존중하는 태도를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 프랑크푸르트에서 작업하는 디륵 플라이쉬만(Dirk Fleischmann)은 일종의 '1인 유사 기업' 형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는 단지 상징적인 시뮬레이션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수익창출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들이며, 이 과정에서 얻은 수익을 또 다음 프로젝트에 투자함으로써 전체 작업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한다. 그는 추상적이고 익명적인 거대자본의 논리와 대비되는, 개인의 특수한 취향과 특수한 역사가 기록되는 일종의 대안적 생산체제를 실험한다. ● 문형민은 서울에 거주하면서 작업한다. 그는 예를 들어 모더니즘적인 형식적 틀과 폭력적인 내용의 신문기사를 결합시키는 등의 작업을 통해 사회적 내용과 심미적 형식 간의 충돌, 혹은 투명한 것으로 경험되는 사회적 영역과 불투명하고 특수하고 개인적인 영역의 충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영역은 문형민의 작품 속에서 단순히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중첩되어 미묘한 층위들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를 통해 사회적 소통이 특수성의 영역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 부산시립미술관
Vol.20051210b | 쾌락의 교환가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