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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희 드로잉展   2005_1129 ▶ 2005_1226 / 월요일 휴관

박윤희_들여다보기 1_종이에 목탄_79×110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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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29_화요일_05:00pm

삼일로창고갤러리 서울 중구 저동1가 20-6 삼일로창고극장 2층 Tel. 02_319_8020

나의 작업은 기억에 관한 변이, 시각에 관한 변이(투시적확대성), 가상변이(변신카드와 변신로봇) 등과 같이 총체적으로 변이 또는 변형이라는 커다란 맥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 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또한 이러한 변이를 일으키는데 있어 시각적인 변이에서는 지각 적인 클로즈업(확대, 복수성)과 더 나아가 심리적 클로즈업(과장, 허풍)과 같은 기제들이 사용된다. 가상적인 변이에서는 재조립과 해체의 기제가 사용되었다. ● 무언가를 그리되 그것이 다른 무언가인 것처럼 그리는 것 -가장이라고 해야하나 아님 변신 또는 위장일수도- 내가 보는 것은 결코 내가 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 반복은 단순한 동어반복에 그치지 않고 변형과 변이의 과정을 거처 관점의 재구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잠재성과 현실성, 과거와 현재, 지각과 기억은 서로 엇갈리고 겹쳐진다_들뢰즈

박윤희_들여다보기 2_종이에 목탄_79×110cm_2005

1.유년의 막혀진 공간으로 찾아가다-사적 영역의 회복 ● 나의 그림의 소재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내 소재들 즉 집과 물풀, 나무, 이불, 장난감, 냉장고속 물건들, 곤충들과 같은 소재를 계속해서 그리고 있는 건 왜일까... 사실 나의 유년은 많은 부분이 왜곡되었다. 그 왜곡이란 집안과 정원에서만 보내야 했던 갇혀진 유년 이였으며 또 현재의 내가 그때를 기억하면서 그 와중에 왜곡된 부분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뒤틀린 과거는 때로는 너무나 아름답게 나의 뇌리 속에 남아있다. 이상하게도 내가 그리는 것들은 집과 정원에 폐쇄된 상태에 있는 그것들에 점철되어있다. 또한 집 밖으로 나오고자 하는 욕망과 회한보다는 집 속에 있는 작은 사물들을 발견하고 즐기고 있는 형상을 보인다. 이는 현대 사회의 모든 대중이 그러하듯 사적 영역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오픈 된 공간 속에 살고 있는 현실과 반대된 이미지다. 그리고 하나같이 그 소재들은 꾸물거리는 욕심쟁이들처럼 답답할 정도로 덩치 큰 이미지들로 내게 다가오기도 하고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아련하게 너무나 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내가 그리는 공간은 누군가 들어갈 수 없는 폐쇄적 뉘앙스를 풍긴다. 물론 이러한 소재들을 나의 기억에서 끌어왔다 하더라도 내가 현재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나의 현실 역시 묻혀있을 것이다._나의 내면의 숨어있는 공간을 찾는 것 /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공간처럼 보이게 하는 것

박윤희_들여다보기 3_캔버스에 유채_80×120cm_2005
박윤희_들여다보기 4_캔버스에 유채_80×120cm_2005

2. 들여다보기 어려운 곳을 바라보다 ● 수많은 사물들과 미물들이 산재해 있는 그저 그런 일상이지만 나는 그러한 곳을 좀더 면밀히 살펴보면서 새로운 시각적인 변이를 경험하게 되었다. 장난감속의 내부나 일상적인 사물의 구멍 속들, 또는 작은 사물의 확대 등을 통해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과 시각을 발견했다. 소외되고 작은 것들에 대한 내 관심은 그들이 좀더 멋져 보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랄까. 나의 작은 상상력과 관점이 그들을 좀더 위풍당당하고 뻔뻔하게 만들었으면 한다. 하여 나는 모형이 더 현실처럼 느껴지기를 바라며 작은 물건들이 거대한 건축물이나 괴물처럼 보여지는 것을 희망한다. 나는 끊임없이 이것들이 다른 것이 되기를 바란다.

박윤희_이미지 변신로봇_컬러인화_8×12cm_2005

3. 무언가가 무언가가 아닌척 하다. ● 나의 작업은 작은 것을 크게(클로즈업), 약하고 흐물거리는 걸 강한 척 하게 보여지게 함으로써 그곳에서 기괴함을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풍자와 역설을 끌어오려고 하는 것이다. 장난감 로봇의 그림자가 확대되면서 괴물 같은 형상이 되는 것이나 약한 변신카드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설정 등은 우리가 무엇 무엇인 척 하는 것과 같다.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pretend to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본인의 나약함과 못났음을 감추기 위한 것이 아닐까- 내 삶의 영역에서 내가 가장 pretend to 했던 시절은 유년기였던 것 같다. 난 항상 무언가 다른 차원의 삶을 꿈꾸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들... 어릴 때 누구나 그러하듯이 벌레나 괴물이 되는 상상들 즉 벌레의 시선에서 바라본 공간은 어떻게 다르게 보여질까 하는 탐구가 나의 그림 속에 깃들여 있다. 밍키의 마술봉에 열광하고 갑자기 사라지는 마법과 마술을 꿈꾸었던... 그 시절은 항상 내가 아닌 나를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_풍경화 같지도 않고 정물화 같지도 않은 그림

박윤희_변신드로잉 1_종이에 연필_12×10cm_2005
박윤희_변신드로잉 2_종이에 연필_12×10cm_2005
박윤희_변신드로잉 3_종이에 연필_12×10cm_2005
박윤희_변신드로잉 4_종이에 연필_12×10cm_2005
박윤희_변신드로잉 5_종이에 연필_12×10cm_2005
박윤희_변신드로잉 6_종이에 연필_12×10cm_2005

4. 변신카드 드로잉 ● 어느 날 조카가 변신카드를 가지고 느는 모습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게다가 그 카드가 커다란 힘이라도 지닌 듯이 조카는 로봇의 흉내를 내면서 나름 비장했던 것 같다. 그 비장함과 카드의 보잘것없음은 나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본 전시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이와 관련된 드로잉들이다. 변신카드는 가상적인 변이에 해당하는 작업이다. 내가 만든 변신로봇도 거기에 부여되는 힘도 모두 가상적인 설정일 뿐이다. 언제든지 변신로봇의 비닐은 해체되어 스테플러와 비닐조각으로 남겨질 수 있다. 그땐 이미 상상적 로봇도 어떤 형체도 아닌 그저 물질이다. 변신은 신화와 마술 그리고 게임에서 사용되는 현실과 괴리된 것들이지만 우리 인간의 잠재된 폭력성이야말로 인간이 괴물로 변신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현실이기도 하다. 하여 나는 이를 가상적인 변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 유아적 기제를 사용하여 종이 접기와 같은 방식의 로봇은 너무나 허술한 상상력을 부여한다. 해체 가능하고 허술한 덩어리들에게 나는 권력과 힘에 관한 풍자를 하고 싶었다. 누가 봐도 로봇이 아닌 형태와 질감이다. 으스러질 것 같은 물렁한 덩어리들이다. 그러나 내가 규정 내리는 카드 속에서 이것은 힘을 지니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카드를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상대를 누를 비열한 카드의 키를... 마치 한편의 허무 개그처럼 카드 속 로봇은 외치고 있다. 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이를 무시할 것이다. 그러한 힘에 관한 허무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 박윤희

Vol.20051202c | 박윤희 드로잉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