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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26_토요일_04:00pm
참여작가 『 Shift 』_이동환_지요상_박서림_민재영 『 Insert 』_서은애_전수경_권기범 『 Delete 』_홍지윤_우종택_정진룡_나형민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www.chohungmuseum.co.kr
동양의 회화인식은 대상에 대한 다양한 접근의 토대 위에 취함(取)과 버림(捨)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대상의 취상(取象)에 있어서 취(取), 사(捨), 선택의 과정은 대상에 대한 본성(本性)과 그 진정성(眞正性)을 파악하고, 이를 요약 · 해석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취사선택의 과정은 알곡만을 골라내는 '키질'로서, 과거의 농경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오늘날 현대미술에 있어서도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과정이다. ● 키(key)란 알곡을 선별하는 키,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 컴퓨터 자판의 기능버튼 등등의 의미를 총체적으로 함유하고 있다. 이 중에서 키보드(keyboard)의 Shift, Insert, Delete 키에 주목한 이유는 이 키들이 이동(動), 삽입(取), 삭제(捨)의 동양적 회화사상과 연관성을 가질 수 있으며, 대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조형의 보편적 개념이자 근본적인 인식의 과정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hift』는 방향을 바꾸거나, 물건을 이동시킨다는 뜻을 가진 단어이다. '이동'이란 물체의 다양한 면을 접하기 위한 시점의 변화를 내포한다. 즉 인식에 있어서 올바른 시각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운동 속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Shift』라는 주제 하에서는 움직이는 시선 또는 이동시점이 반영된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 『Insert』는 끼우다, 삽입하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이다. 이는 올바른 조형을 위한 선별의 개념 중 '취함'의 개념과 상통한다. 그러므로 『Insert』라는 주제 하에서는 취함의 과정을 '끼워 넣기'로 해석하여 이를 통해 주객관계의 비틀기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 『Delete』는 삭제하다. 생략하다. 지우다 등으로 해석되는 단어이다. 컴퓨터에『Delete』키의 '파일을 지운다.'란 의미는 '파일의 경로를 지운다.'는 뜻으로 하드에는 내재되어 있으나 현시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불필요한 가시성을 비가시화 한다는 의미로 '없다(無)'라는 뜻이라기보다 '몰(沒)'의 개념에 가깝다. 즉 내재적 미학으로서의 여백의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므로 『Delete』라는 주제 하에서는 비움, 또는 생략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였다.
전통회화의 개념에 이처럼 조응하는 세 가지의 키를 Shift → Insert → Delete의 단계로 기획하여 개개의 개념을 회화인식의 한 과정으로 재해석함으로써, 각 주제별 새로운 조형의 가능성을 젊은 감각으로 조명해 보고자 하는 것이 이번 기획의 취지이다.
진정한 미래는 과거의 역사 속에 있다고 했듯이 전통적인 회화인식이 현대 회화 속에서도 결코 낡은 이론이 아님은 물론, 창신(創新)의 원천임을 믿는다. 이는 키의 개념이 갖고 있는 개폐 -전통을 통한 미래의 개폐- 와 해결 -이를 통한 해결점 모색- 의 의미와도 연결된다. 그러므로 이번 전시는 동양의 전통적인 회화인식에 나타난 이동, 삽입, 삭제의 전통적 개념을 Shift, Insert, Delete라는 디지털 키워드에 대입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과 동시에 보다 발전적인 조형언어로서의 가능성을 모색함에 의의가 있다. ■ 나형민
Vol.20051130e | 키 : Shift + Insert + Delet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