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5_1123_수요일_06:00pm
참여작가 강미희_경효진_권택중_김정원_남윤표_류기현_박기진 박지호_안성진_오광석_이경숙_이정환_정수현_정현민
김진혜 갤러리(구 보다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Tel. 02_725_6751
1.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추리소설이란 인간의 심미를 자극하는 매력이 있다. 수학의 교집합처럼 때로는 과학의 비이커처럼..... 그러나 결론으로 가는 여정은 분명하다. 범인은 드러나고 결과는 분명하다. 크리스티의 소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는 반전의 절정이며 추리소설의 백미이다. 지금까지 미술에서 문학을 차용하거나 문학의 혜택을 받아온 일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소설의, 정확히 말해 추리소설의 미학적인 전개방식 또는 글쓰기의 공식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간단히 말해 15명 각자는 소설을 읽고 느낀 바를 미술의 형식으로 표현하자는 것이다. '범인은 도대체 누구일까?'는 '이 작업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로 도치 되는 것이다. 어쩌면 문학은 미술의 그것과 공통점이 많다. 문학작품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장점을 미학적 공통분모를 통해 미술작품으로 전환하여 풀어냄으로서 작품해석의 미적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모색하고자 한다. ● 2. 전시개념 본 전시의 개념은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나'와 등장인물의 관계를 탐색하고 소통을 시도하여 소외와 허위의 삶의 모습, 위기와 대안의 패러다임으로서의 관점으로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기인한다. 우선 이 소설이 갇혀있는 섬, 즉 폐쇄된 공간 설정과 '범인은 우리들 중에 있다'라는 서로간의 의심과 단절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딜레마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떳떳치 못하며 과거에 죄를 지은 적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신의 죄에 대한 심판이 분명히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우리 모두가 인간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인간적인 유대감의 결여를 들어내고 있으며 모든 것을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계약의 문제로 축소시킨다.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믿으려 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로 우리는 집단 무의식 속에서 범인을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범인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다. 단순한 관점의 전이만으로도 우리의 헛점을 치밀하게 찌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주관적 감각과 집단무의식에 의존하며 그것이 진실인양 믿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판단하고 경험하는 모든 일상은 다양한 일면들을 함께 가지고서 하나의 존재로 인정받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면만이 전부인양 착각하는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진실은 왜곡되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자신들만의 시뮬라르크에 갇혀 살아가는 것이다. 본 전시는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우리의 관점을 바탕으로 전시를 통해 우리들, 즉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리려는 것이다.
작품은 각자 다른 성향의 15명의 작가들에 의해 제작되며 제작물들은 크게 재현(representation)의 2가지 형태인 외적 사실의 재현, 내적 사실의 재현부터 정보화시대의 쟁점인 시뮬라크럼(simulacrum)의 현상을 이용하거나, 그 실체를 손작업을 통해 드러내려한 것 까지 다양하다. 주제 또한 작가 개인의 일상과 삶의 비유에서부터 이기주의나 소외 같은 거대한 사회적 이슈까지 폭넓게 다뤄지고 있다. 그에 따라 각자의 담론에 가장 적합한 매체, 개념을 제작자의 능동적인 구축과 선택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어 제작물들의 전시형태들을 다양하면서 일관성이 있게 전시하도록 기획하게 되었다. ■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소학과
Vol.20051123e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