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에 선 시선

주최_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기획팀   2005_1123 ▶ 2005_1129

김잔디_한람방문_세번째_설치_혼합매체_2004

초대일시_2005_1123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김잔디_박미현_방명주_오정일_유근택_이길렬 이범용_장고운_전성원_조성호_최진기_허구영

지도교수_박영택_신혜경_정연경_조광석 책임기획_조두호

주최_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기획팀 섭외_김석원, 유행진 / 디자인_박승훈_윤재영 / 예산_고경옥_박재은 홍보_오혜석_김초롱_이유라_이동은_박보경

갤러리 우림 서울 종로구 관훈동 30-27 Tel. 02_733_3738

눈앞에 펼쳐져 있는 어떤 사물 혹은 풍경을 '본다는 것'은 단지 망막을 통해 대상의 형상이나 색 등을 인지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의 눈은 있는 그대로의 사물을 보기도 하며 보지 못하기도 한다. 과학자의 눈, 의사의 눈, 화가의 눈, 사진가의 눈은 각기 다른 것들을 보고 또 같은 것을 본다. 또한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망막을 통해 뇌에서 인지한 후 개인이 알고 있는 혹은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와 결합하여 또 다른 풍경을 생성한다. 즉'시선'에는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그만의 고유한 '시선'이 들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다는 것은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감정 상태와 가치관이 드러나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념적인 행위이다.

박미현_무제_종이에 검정펜_70.5×50cm_2005
방명주_부뚜막꽃(Rice_in_Blossom)_디지털프린트_100×130cm_2005
오정일_Braid2004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3×41cm_2004

다양한 각도와 폭넓은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만의 특권이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년 이전에는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네 발로 땅을 딛음으로써 하향적 시선을 가지고 있었기에 제한된 공간만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력에 대항해 땅으로부터 직립할 수 있게 되었고 인간은 수평적이고 폭넓은 시야를 획득함으로써 사물과 세계를 일 대 일의 대응 관계로 인지하게 되었다. 시각은 인간과 세계를 맺어주는 가장 신뢰할만한 매개로서 서구 인식론에서 특권적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서구의 미술에서는 이러한 인간 중심적이고 이성적인 공간과 시각의 인식을 통해 일점 원근법, 공기 원근법 등의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다. ● 반면, 과거 동양에서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은 서양의 시선과는 매우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의 시선은 다(多)원적이며 그림 내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인다. 즉 한 화면 안에 하나의 소실점으로 대상이 객체화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시선이 공존하는 것이다. 틀에 짜여진 방식으로 공간을 인식하고 세계를 프레임 안에 가두려 했던 원근법은 세계, 즉 풍경을 눈으로 보지만 그것은 이성의 눈으로만 보는 방식이다. 그러나 동양의 산수화에 나타나는 다양한 시선은 공간을 단지 시각에만 의존한 방식이 아닌, 직접적 감각체험을 하는 방식으로 생성된 것이다. 이러한 시선은 자신이 체험한 풍경을 가시적인 공안 안에 유동적으로 연출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유근택_바닦혹은또다른정원_종이에 수묵채색_180×190cm_2004
이길렬_Pick up 시리즈_설치_혼합매체_1999~2005
이범용_Untitled_가변크기_혼합재료_2004
장고운_문_캔버스에 유채_116.8×91.0cm_2005

그러나 근대 이후, 우리는 시선을 한곳에 정착하게 하는 원근법, 투시법 등의 서구적 시각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눈앞에 보이는 것, 내 망막이 인지하는 대상만을 믿게 되고 오히려 이 법칙에서 벗어나는 것들은 간과하거나 지나치게 되었다. 직립하여 정면을 응시하는 인간은 오히려 발밑이나 높은 곳에 있는 대상에게 무심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 이것은 캔버스의 사각처럼 네모반듯하게 구획된 현대인의 거주 공간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육면체로 이루어진 서구적이고 모던한 모든 공간들은, 원근법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으로 대상을 파악하게 하는데 적합한 과학적인 건축 공간이다. 이러한 짜여진 네모난 틀 안에 서식하게 된 인간은 정해진 눈을 통해 공간을 바라보고 세계를 가시적 공간 안에 가두는 방식에 익숙해지고 만 것이다.

전성원_암사동 J씨 모기인간 발견하다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5
조성호_Landscape_mixed media_162×113cm_2004
최진기_grape tree_설치_포도가지_접시_20×20×18cm_2005
허구영_Paradoxical Measure_벽에컬러쉬트, 바닥에밀가루와오브제_25×650×300cm_1996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제한된 이야기를 갖는 시선에서 벗어나 공간과 시선의 문제를 다각도로 새롭게 해석해보는 체험을 하고자 한다. ● 어떠한 사물을 바라볼 때 관자의 위치와 거리에 따라서 그 대상은 매우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다 볼 때나 매우 높은 건물에서 아래로 내려다 볼 때는, 내가 평소 살아가던 공간이 미니어쳐와도 같이 축소되어 보일 것이다. 마치 동양의 산수화에서 보여지는 심원법이나 고원법과도 유사한 이 시선은, 고도에서 거리를 둠으로써 대지 위에서 바라보았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더욱 폭넓게 보게 한다. 반대로 일상적으로 보고 맞닥뜨리는 사물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매우 크게 확대해서 보면, 전혀 다른 대상처럼 생경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매일 우리의 밥상에 차려지는 밥알을 확대하여 인공조명을 가한 방명주의 작업은 마치 꽃들이 몽글몽글하게 모여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또한 사물에 육박해 들어간 시선들은 직립한 인간중심적 시선이 아니라 존재 본위의 시선으로 일정한 거리에서 육안으로 본 대상과는 전혀 다른 또 다른 대상을 보여준다. 어둠 속에서 미생물처럼 살아서 꿈틀거리는 것만 같은 오정일의 작업이나, 육면체의 일상적 공간의 부분을 클로즈업한 장고은의 작업은 가까운 시선의 교차를 통해 낯익은 대상과 사물을 낯설고 생경하게 체험시킨다. 이처럼 사물의 부분에 집요하게 가 닿는 시선은 삶이 이루어지는 일상적 공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무심한 시선에 일침을 가하는 동시에 현대인을 둘러싼 사각 틀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허물어뜨린다. 클로즈업된 일상의 편린들은 공간 안에 침투된 시선 앞에서 그 껍질을 벗어 내리는 것이다. ● 이와 같은 다양한 시선들은 고정된 위치에서 세계와 일 대 일로 마주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관객으로 하여금 능동적으로 움직이면서 다양한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체험을 하게 한다. 공간과 시선의 다채로운 유희가 펼쳐지는 것이다. ■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Vol.20051123b | 순간에 선 시선-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기획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