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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16_수요일_05:00pm
김진혜 갤러리(구 보다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49번지 Tel. 02_725_6751
『나를 보다-길을 잃다』展에 부쳐... ● '나를 보다'라는 작품을 촬영한 것은 10여 년 전으로 당시 나는 30대 초반의 나이였고 홍대 앞에서 작업실이랍시고 차려 놓고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대학/대학원 입시 준비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으나 정작 자신은 대학원에 진학하지 않고 있었으며 1년 전에 개인전을 한 번 해 놓고 작가연하고 있었고 한편 나름대로 작업이란 무엇인가고 하며 알코올 프렌드들과 제법 열띤 토론을 하기도 했으며 그것을 핑계 삼아 이차 삼차로 이어갔던 기억이 생생한데 어른들 말씀처럼 좀 건전한 삶을 도모하기보다는 외려 때마침 대한민국에 열광적으로 도입된 노래방의 문화 창달에 기여하기 위해 이 한몸 적극 투신하여 홍대 앞 '동교 노래방'의 브이아이피 손님으로 인정받았고 그 결과 일곱 팀의 대기 손님들을 제치고 우선적으로 방 배정을 받을 정도였으며 그러한 주당 모임이 주당 최소 2-3일 가능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확실히 결혼은 하지 않았던 때였고 더욱이 지금의 집사람도 만나기 전이었기에 작년에 돌아가신 어머니 말씀대로 '네 멋대로' '내 멋대로' 살 때였으며 어쩌면 철이 덜 들었을 때였으나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나름대로는 삶에 대한 고민과 작업에 대한 치기어린 열정이 최고조로 올랐을 무렵이었다고 여겨지던 때이며 그 증거로 남아 있는 일곱 권의 취중 난중 일기장이 알리바이로 작용하여 현재도 나를 위무해 주고 있고 또한 그것이 지금까지도 내 작업의 자양분으로 작용하고 있으니 마냥 어리석게만 살았다는 자괴감은 그리 많이 들지 않으며 그렇다고 뭐 대단한 자긍심도 들지는 않으나 그 세월의 경험이 때론 그때의 나보다도 더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의 내 어린 양들에게 규정된 사료 외에 싱싱한 채소를 제공하는 농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에 더욱 그 세월이 후회되지는 않으며 한편 '나름대로' 열심히 살면서 대학원에 들어가고 재학 중에 졸업과 관계없는 개인전을 두 번 치렀고 너무나 부실해서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못하는 내용이지만 그래도 연구 논문 써서 딱 제 학기에 맞춰 졸업했다는 것이 빈약한 삶에 위안거리가 되고 있는 바 어쩌면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할 수 있던 그 시기에 10여 년 넘게 하던 복사기 작업이 아니라 '진짜' 카메라로 촬영하고 커다랗게 인화해서 액자까지 짜 놓은 내 자신의 '리얼한' 얼굴 사진 하나가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마도 나의 일곱 번째 개인전 준비를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그 사진이 모 그룹전의 전시장에까지 갔다가 공간 부족이라는 이유로 낙마하고 대충 재포장되어 작업실로 되돌아와 포장된 채로 어언 구년을 지내다 작년 작업실 이사 후 분위기 전환용으로 벽에 걸리게 된 사연이 떠오르고 그 사진을 다시 깊이 바라본즉 그 사진을 찍게 된 바로 그 상황이 한편의 비디오를 보듯 생생하게 떠오르는바 여느 날보다 좀 더 많은 주당 주중 행사에 참석한 다음 날 이른 오후 덤프트럭에 깔려 죽은 개구리마냥 축 늘어진 그 몸을 겨우 달래 화장실로 끌고 가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미친놈처럼 자신의 이름을 불러대며 자책을 하는 그 순간 거울 쪽 벽에 붙어 있던 백열등 조명이 삐쩍 말라비틀어져 심한 굴곡을 이룬 얼굴에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눈 부분에 깊은 음영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던 것이며 '이게 바로 너로구나' '이게 바로 나로구나' 하는 자책을 했던 것이 내 얼굴을 '리얼하게' 촬영하게 된 동기로서 그 당시의 나는 어느 정도 입신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또한 그 만큼의 양명의 욕심도 있었고 반면 어느 정도 두려웠으며 당시의 상황에 대해 상당히 자괴감에 빠져 있기도 한 상태 즉 혼돈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알맞은 표현인 듯하고 한편으로 나는 그 상태를 확실히 자각하고 있었으며 아마도 그 상태를 적당히 즐기기도 했고 때론 거기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도 치고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그것을 표상하는 작품이 제 때 세상에 선보이지 못하고 아예 인화도 되지 못한 다른 형제들과 더불어 십여 년이 지나 일곱 번째 개인전에 등장하려는 것은 아마도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지금의 나를 확인하게 하며 또 새로 시작한 작업의 의미를 음미하게 만드는 기능을 하고 있는 거라 여겨지는데 그것은 한마디로 지금의 내 삶에 대한 반성을 요하는 것이 틀림없을 것이며 한편으로 십여 년의 간격을 두고 태어난 '길을 잃다'라는 작품과의 연관성이 필시 있으리라는 확신 비스무레한 감정이 이는 것 역시 당연할 터 앞에서 얘기했듯이 그 때의 기억들이 내 머릿속을 후비며 떠도는데 기억은 과거 속에 있고 과거는 기억으로 존재하며 그 기억은 해석이고 자학이면서 회한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또한 삶의 원동력이 되기도 할 것이며 또 그 과거는 현재를 만들고 미래를 지배하는 양태 다시 말해 현재와 미래는 과거 기억의 강력한 힘의 결과임이 틀림없을 것이며 이제 또다시 나는 그 기억을 더듬으며 내가 익숙하게 떠돌던 그 공간들 충무로퇴계로명동종로인사동신촌홍대앞강남역 등등을 부유하고 부유하는 나를 보며 지랄같이 빨리 흘러가는 세월에 상심하며 그 세월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떠나보냈음에 상혼하고 그래도 내가 혹하면 안 된다는 나이 적당히 욕심을 버릴 수 있고 적당히 세상을 깔볼 수도 있으며 그래서 어느 정도 적당히 타협할 수도 있고 따라서 세상을 적당히 이해할 수 있는 그 결과 적당히 세상을 살아 갈 수 있는 나이에 어쨌든 무사히 도달하고 넘기고 있음을 그래도 아직 내가 살아있음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데 나는 이방인유랑인방랑자익명인 부유하는 부유함을 즐기는 부유함을 부러워하는 부자가 되고 싶은... 무엇이 잘못된 거지 나는 도대체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거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 거지 나는 거지? ■ 박진호
Vol.20051111d | 박진호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