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최양희 블로그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5_1109_수요일_06:00pm
인사아트센터 3층 제1특별관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이상화된 자아와 부재중인 자아가 겹쳐 흐르는 시간 ● 2003년 '석사청구전'으로 첫 번째 개인전을 마련한 뒤, 2년만의 전시이다. '첫 번째'라는 말은 '이전에 행해져 왔던 것들과 실질적으로 다른 것'을 의미한다. 새로움, 낯설음에 대한 탐구의 출발점이 '첫 번째'인 것이다. 이 비동일성에 대한 자각이 이루어지는 시·공간이 '첫 번 째'이므로, '첫 번'은 두 번, 세 번, 네 번... 등의 영속 속에 갇힌 서수가 아니라, 언제나 반복될 수 있는 단절의 기수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2005년의 전시는 최양희에게 또 다시 첫 번째 전시이다.
2003년 전시의 제목, 'you are a work itself'과 이번 전시 제목인 '둘 곳을 찾다'를 비교하면, 젊은 작가가 두 해 동안 여행하며 도착한 곳이 출발점과는 반대편 지점인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현실의 기만적인 미학적 변용을 하염없이 허용하던 곳, '당신'과 '작업'이 구별없이 동일성을 획득하던 곳으로부터, '(머리를, 마음을, 몸을) 둘 곳'과 '두고픈 욕망'이 분리되어 있는 장소에서 '두고(머무르다)'와 '찾다(떠나다)'를 번복하는 지금은 존재론적 변모의 성격을 미리 규정하는 시간이다. ● 젊은 작가 최양희는 졸업으로 상징되는 출발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학생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떠나야하는 이 여행의 불가피성이 일종의 통과의례임을 깨닫지 못하였다. 통과의례에서 행해지는 이별, 기다림 등과 같은 의식들의 중요성은 여행자의 여정에 따라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깨닫는 것을 임무로 지닌 여행자는 여정 중에야 지나 온 것을 거슬러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스스로 깨닫는 것은 현실적인 자아가 아니라, 현실에서 떨어져있고, 아직 다시 태어나지 않은 탈중심적인 자아이다. 안정적인 형식체계를 세우고자 하는 자아는 바로 그 토대 속에 있는 불안정한 흔들리는 자아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최양희가 두 해전 이미 여행을 준비하였다고 하더라도 존재론적 변모의 경험에 접근하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그저 접근에 필요한 준비를 거쳤을 뿐.
최양희는 밝은 빛처럼, 퍼지고 흐르는 폭죽처럼, 명랑한 소리처럼 또는 어깨를 덮던, 옆얼굴을 가리던 머리칼처럼 일시적이고 우발적이지만, 영원하고 불변적인 시간의 이중성을 그린다. 그 시간에 이상화된 자아와 부재중인 자아가 겹쳐 흐른다. 자아의 명증성에 대한 젊은 작가의 태도가 어디로 흐를지는 가늠할 수 없다. 이상화를 통하여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내고 기초를 굳건하게 다지는 것으로, 즉 타자에 의해 자아의 명증성을 보장받고자 할지, 아니면 이상화를 내적 확실성을 갉아먹는 타자로 상대화함으로써 어둠 속의 도약, 자기 자신이고자 하는 절망적인 바램을 이룰지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작업이라는 여행을 통해 자아의 문제에 접근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새로운 첫 번째 전시에서 작가는 간결한 말로 표현되는 지혜, 무게 있는 의미를 듬뿍 실은 말수 적은 표현보다 텅 비어있는 무게의 침묵을 벗어나려는 노력에 집중하고 있는 듯 하다. ■ 임정희
Vol.20051106b | 최양희展 / CHOIYANGHEE / 崔陽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