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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1104_금요일_05:00pm
제1전시실 - 유영국 드로잉展 / 제2, 3전시실 - 한만영 개인展
가나아트갤러리 서울 종로구 평창동 97번지 Tel. 02_720_1020 www.ganaart.com
한국 모더니즘의 선구자이자 추상미술 1세대인 유영국의 사후 3주기展 ● 가나아트센터는 한국 모더니즘의 선구자이자 추상미술 1세대인 유영국(1916-2002)의 사후 3주기展을 기획한다. 이번 전시에는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드로잉' 작품을 모아 전시하며 관련된 유화 작품들이 함께 보여진다. 이번에 공개된 작가의 수첩이나 스케치북 속 드로잉들을 통해 색채보다는 화면의 구조와 절대적 구성에 더 관심을 갖고, '산'이라는 풍경 요소를 기하학적 구성으로 추상화시키는 유영국 예술의 특징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유영국의 드로잉은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이다.
절대적 구성의지를 드러내는 드로잉 ● 유영국의 드로잉은 현재 파악된 것으로 총 60점 정도이며 그 중에서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1950년대 후반~1970년대 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25여점이다. 종류별로 살펴보면 크게 펜드로잉, 연필드로잉, 매직드로잉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산과 풍경을 기하학적으로 구성 ○ 이번에 출품되는 드로잉들 중에는 산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작품들이 있다. 작품 속에서 '산' 모티프를 발견할 수 있는 점은 유영국 작품의 특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해 작가 자신은 자신이 태어나 자란 지역인 강원도 울진(현 경북 울진)이기 때문에 산과 바다를 많이 그린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드로잉은 산과 골짜기를 삼각형, 직선으로 환원시키고 단순화시키면서 풍경을 기하학적으로 구성하는 특징을 잘 드러낸다. ● 유영국 예술의 가장 역동적인 시기를 대변하는 펜드로잉 ○ 1950년대 후반-1960년대는 유영국의 가장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치던 시기로, 앵포르멜 경향 이른바 '표현적 추상'의 작품들을 선보인 시기이다. 이번 전시에는 1960년대 추상표현주의적 유화 작품들의 구상으로 보여지는 드로잉들도 다수 출품되는데, 펜으로 그려진 삐죽삐죽하고 소용돌이치는 선들이 화면 가득히 내려 그어져 있는 이러한 양식은 당시 작품들을 예고한다. 드로잉 작업에서도 표현주의적 터치와 격렬한 필치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 드로잉과 관련된 유화 작품 함께 전시 ○ 이러한 의의를 살려 관련시기 5여점의 유화 작품과 드로잉이 그려진 도자기를 함께 전시함으로써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할 뿐 만 아니라 다양한 이미지의 변천을 색이 배제된 화면에서 응축된 필력과 구성력을 통해 들여다보는 색다른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1968년경부터 유영국의 양식은 표면이 고른 색면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여 원이나 삼각형, 직선이 많이 나타난다. 1973년 이후에는 색면과 기하학적 구성으로 산을 대표적으로 풍경의 형상이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나는데, 위 드로잉에서 보이는 나무의 형태를 Y형태로 단순화시키고 산 풍경을 간결한 패턴으로 구성하는 특징은 1973년 이후의 작품들의 개념도로서 그것과의 깊은 연관성을 암시한다. 또한 펜 드로잉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선들은 60년대 표현적 추상시기의 작품을 예고하며, 매직 드로잉에서 보이는 짧고 굵은 막대기 형태들은 1990년 에서 밀집되어 나타나는 형상과 관계된다.
유영국의 예술혼을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 ● 평론가 오광수에 의하면 유영국은 유화에 비하여 드로잉을 많이 남기지 않은 편인데, 그것은 그의 작업 방식이 종이 위에 스케치를 한 후에 이를 다시 캔버스에 옮기는 순서가 아니라 화면에 직접적으로 작업하는 엄격하고 투철한 구성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유영국의 드로잉은 단편적이지만 각 시기의 조형적 관심의 편린이라는 점에서 그의 예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료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드로잉이 머리에 스쳐지나가는 아이디어를 담거나 구상을 위한 스케치나 습작이라는 점에서 작가의 예술혼을 담은 유영국의 드로잉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갖는다.
■ 심포지움「한국의 초기추상미술」_2005_1105_10:00am~05:00pm_국민대학교 예술대학 시청각실 주최_한국미술이론학회, 유영국미술문화재단 / 주관_한국미술이론학회
■ 유영국미술문화재단에서는 이번 전시와 함께 현재 파악된 60여점의 전 드로잉 작 품을 담은 전작드로잉집을 함께 발행한다.
나의 意識構造와 美學과 감성을 통해서 본 名畵의 재해석-My Philosophy and My Reinterpretation of Masterpieces ● 「내가 아주 어린 시절 그러니까 한사람으로서 의식을 간직할 능력이 형성되기도 전에 나는 나의 모친과 사별하게 되었으며 나는 의식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만 모친을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 모친의 형상은 어디까지나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해서 조립된 한낱 개념적인 형상일 뿐, 나는 형상의 세계가 얼마나 개념적인 세계인가를 체험하게 되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모친을 주관화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실(對象을 객관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나의 의식 구조나 또 그것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여겨지는 나의 회화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 「모나리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서 오늘날 우리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속에는 물론 다빈치의 양식과 미학이 담긴 반면, 美術史속에 박제되어 있는 양식이고 미학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다빈치를 매개체로 해서 오늘날의 모나리자를 보고 싶고 느끼고 싶은 충동을 느껴왔다. 모나리자를 통해서 나는 나 개인의 의미를 재탈환해오고 싶은 것이요 재탈환해온 의미를 그려 나가는 과정에서 형상의 세계는 개념적 세계가 아니라 직관적인 세계라는 사실을 체험했다. 또한 그 세계는 그 자체가 명백하고 빛나며 可知的인 어떤 사물을 가리키는 정신과 광채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다. 모나리자를 그릴 경우 모나리자는 내 그림에 있어서 하나의 매개요, 장치물(設定物)이다. 내 회화적 관심은 모나리자가 아니고 그것을 매개로 한 개념공간이랄까 시간공간이랄까 그런 設定物들을 화면에 재배치하고 병치시킴으로써 대비되거나 환기되는 세계에 있다. 내가 그리는 그림 속에는 분명히 또 하나의 그림이 중첩되어 있다. 이미 보아왔던 명화들, 그것들은 나의 화면 속에서는 한갓 장치물일 뿐이다. 그림에 몰입할 때 나는 장치물을 배치하고 기획하고 설계하는 환상적인 도시계획자와 같지만 결국 내가 의도하는 것은 장치물이 아니라 그것이 배치됨으로써 조성되는 공간성의 조화라면 지나친 과장일까.」 ● 「나는 나의 감정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붓과 손으로써 그리고 있다. 만약에 내가 앵그르의 상식을 충실히 화면에 전달하려한다면 나는 그저 단순한 복사가로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나의 눈과 나의 의식구조와 나의 감성으로, 나아가서는 나의 미학을 통해서 그 시대와 대치된 오늘날의 공간성을 나름대로 환기시켜 보는 것이다. 화면에서 시간적 공간적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는 회화적 관심에서 名畵들을 선택한 것이다. 」「공간 p. 60 1979. 6 공간사」 부분 발췌 ■ 한만영
불이(不二)의 길, 차가운 용광로 ● 「때때로 한만영의 작품에서 발견하는 깃털은 화면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였다. 이차원 평면인 따블로에 오브제로서 삼차원의 공간을 부여하는 동시에 공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생물체의 수단인 날개, 깃털의 형상은 4차원의 세계인 시간을 부여하는 핵심적 요소로 작용하였던 때문이기도 하다. 500호 크기 캔버스의 최근작에 등장하는 깃털도 화면 전체에서 차지하는 무게, 크기에 비해 의미와 상징은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과거와 현재, 물질과 비물질, 존재와 비존재, 허구와 실재의 이분법 구조를 가로지는 의식의 경계에 위치한 깃털은 찰라에 보석처럼 빛나는 의식의 한 줄기를 의미한다. 깃털이 자리할법한 곳에 모습을 드러내는 푸른 목걸이는 그러한 심증을 굳히게 한다. 디지털 이미지이지만 현실에 존재한 꽃과 현란한 민화 속의 꽃이 공존하는 화면에서 작은 깃털은 그 두 세계의 경계이자 매개자이다.」
「언어와 문자에 의한 구분이 없는 세계, 그 불이의 세계는 둘이란 개념이 생겨나지도 사라지지도 않은 세계이다. 바로 그러한 불이의 세계를 동경하는 작가는 시간의 소멸을 통해 불이의 세계를 복제한다. 공간과 시간을 초월한 오브제를 도입하기도 하고 만개한 현실 꽃의 사진을 그림 속 꽃의 이미지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민화나 화조화의 호랑이, 새, 나무, 꽃 등이 현대 캔버스 위에서 과거와 현재가 둘이 아님을 주장한다. 이들 선별되고 적절한 조형요소로서 선택된 선과 형태는 드러냄의 욕망과 지워나가는 절제가 둘이 아님을 증명한다. 또한 두 개의 세계를 잇는 평면과 박스의 결합, 평면 위의 생생한 아이콘과 박스 안의 드로잉과 같은 선의 존재는 두 세계의 공존과 부정을 공유한다. 민화 책가도의 어느 한 장소에 있었을 석류를 담은 접시, 천도복숭아의 유혹적인 자태와 색, 화사한 꽃의 요염함 등은 과거 그림에 등장하는 도상이 있는 그림을 소유했던 이들의 욕망에 담합한 혐의가 짙다. 드러나지 않은 선정성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2005년 11월 가나아트센터 한만영전 서문 중에서 ■ 조은정
Vol.20051103e | 유영국 드로잉展_한만영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