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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ime Frame ● 사진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사진가가 마주한 사물의 구축이고, 재배치이고, 각색이고, 변주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프레임으로 완결되고 결판난다. 그런데도 프레임의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비일비재하다. 어떤 사람은 프레임을 사진의 구도나 구성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진의 문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진에서 프레임은 사진의 힘과 품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프레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구도와 구성에 천착하는 사람은 아무리 사진을 오래 찍어도 발전이 더디고 늘 그렇고 그런, 또는 사진의 내공이 약하여 늘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이 프레임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레임이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눈이고, 스타일이기 때문에, 또 사물이 드러나고 인식되는 정체성이면 사진가의 개성이 되기 때문에 프레임을 중요시한다.
그러나 사진의 이상적인 프레임도 교과서적인 탄탄한 구성으로부터 온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프레임이 아니라 교과서적인 사물의 재배치, 안정된 구성틀로부터 온다. 물론 사진에서 구도와 구성은 다르다. 구도는 말 그대로 카메라의 물리적인 시각체계로서 렌즈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다. 반면에 구성은 포괄적 조형의지로서 렌즈의 물리적 특성을 아우를 뿐만 아니라 사물의 위치와 주변 정황까지 헤아리는 인식체계이다. 프레임은 양자를 수용하고 소화하는 상태에서 한 단계 나아가는 고차원의 조형의지이다. 구도라는 물리적 시각체계와 구성이라는 심리적 인식체계를 합한 한 단계 높은 조형의지라고 보면 된다. 작가는 프레임을 깨달을 때 작가로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모드를 구축하게 된다. 따라서 구성은 프레임으로 옮겨가기 위한 통과의례이다. 사물을 재배치하는 구성단계를 넘어서야 프레임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렇다면 프레임으로 건너가는 올바른 사물의 재배치는 어떤 모습일까. 바로 서영철 사진이 하나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그의 사진은 정확히 어떻게 세상과 사물을 재배치하는 것이 올바른 학습방법인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그의 사진은 아주 교과서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사진가가 사물 앞에서 어느 부분을 넣고 빼고, 또 어느 부분을 자르고 강조하고, 또 어느 부분을 드러내고 죽일 것인지를 학습시키는데 손색이 없다. 서영철의 사진은 사진가가 어느 순간 피사체와 마주했을 때, 그리하여 어떤 감정의 소용돌이가 일어났을 때 가장 기본적인 구성이 이런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상들과의 조화, 관계, 호흡의 구성. 그의 사진은 사진가가 재배치한 각색된 사물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사물의 재배치가 곧 사진가의 경험, 성격, 지식, 감각, 열정, 수준의 총체임을 알게 한다. 사물의 재배치가 곧 사진가의 고유한 스타일을 알게 하는 서영철의 사진이야말로 교과서적이고 문법적인 사진적 구성의 모습이다. 그리하여 세상에 쏟아진 사물의 빛과 그림자의 조화를 바라보게 하고, 대칭적 혹은 대립적 이미지 쌍을 바라보게 하고, 또 개성 있는 질감과 톤을 통해서 사물과의 관계와 호흡을 바라보게 한다. 사진가에게는 이런 능력이 필요하다. 프레임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재배치의 조화, 관계, 호흡을 알아야 한다. 그것들이 사진가들에게 교과서적인 구성이자 조형의 기본형이다.
위대한 사진가들이 과거 기본 조형에 충실하고 교과서적인 사물의 재배치에 천착했던 것도 교과서적이고 정석적인 조형이 프레임으로 연결되는 힘을 보았기 때문이다. 서영철의 사진은 차분한 정감이 일어나게 한다. 또 침묵을 보게 하고 시간과 공간의 일시 정지를 느끼게 한다. 전적으로 그가 행한 사물의 재배치 때문이며 구성으로부터 온 각색과 변주의 감각이다. 그가 세상 저편의 사물에서 빛과 그림자를 보고, 사물의 대칭과 대척의 쌍을 보고, 또 톤과 질감을 헤아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감각의 출현이다. 관객들은 작가가 재배치한 사물의 모습을 본다. 서영철의 사진은 사물의 재배치에 따른 구성적 감각과 감성의 출현을 보게 하는 좋은 사진이다. ■ 진동선
Vol.20051102a | 서영철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