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오픈_2005_1005_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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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송인의 전통과 현대의 이상적 결합에 대하여 ● 작가 송인의 작업은 수묵으로부터 비롯된다. 거칠고 마른 필로 화면에 일정한 독특한 질감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조형 표현에 일정 기간 천착해 온 그이다. 작가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에 대하여 [인간 - 이상에 대한 몽상]이라는 명제를 부여하였다. 비록 화선지와 수묵이라는 원칙적이고 전통적인 재료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전통적인 심미관이나 감상 체계로는 수용되기 어려운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들이었다. 짧고 거친 선들을 직선으로 잇대어 사용하거나 목탄이나 연필과 같은 이질적인 표현 방식을 차용한 재기 발랄한 화면은 원필중봉(圓筆中鋒)의 고전적인 필묵관이나 기운생동(기운생동)과 같은 동양회화 표현의 기본적인 요구와 일정한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히려 표현적인 욕구가 다른 어떠한 것 보다도 앞서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것이었다. 작가는 이를 '전통과 현대의 이상적인 결합, 이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즉 수묵이라는 전통적 재료 양식은 수용하지만 표현에 있어서는 특정한 형식이나 관념에 제약되지 않는 융통성 있고 자유로움을 추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 이후의 작업들은 바로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이를 충실히 반영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본래 수묵에 대한 경직된 이해가 전제되지 않았음으로 작가에게 있어서 수묵은 시작부터 일정한 융통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작가는 수묵을 전통과의 연계를 염두에 둔 상징적인 매제로 수용하고, 그리고 이를 통해 발현될 내용들을 현대라는 가치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그의 변화의 폭이나 양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밖에 없을 것이며, 필연적으로 분방한 실험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몇 차례의 변화와 모색 끝에 마침내 이루어진 작가의 작업은 독특한 구조와 작업 방식을 지닌 흥미로운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예의 수묵에 대한 집착과 의미는 견지된 체 그것이 이루어내는 조형성에 보다 주목하는 새로운 작업 경향은 수묵의 운필과 입체적 조형의 묘취가 어우러진 것이다. 어쩌면 이는 작가가 집착해 온 '전통과 현대의 이상적 결합'을 상징하는 구체적인 흔적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상징일 것이다. 즉 전통으로서의 모필에 의한 유려한 필선과 수묵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심미적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되, 이를 수용하는 형식에 있어서는 전통의 평면 조형이 지니고 있는 평이함과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화와 질서를 도모해 보고자 함이 바로 그것일 것이다. ● 대나무나 나뭇잎 같은 사물들을 수묵으로 표현하고 이를 다시 날카로운 칼로 오려 내어 부침으로써 이루어지는 작가의 작업은 일단 그 섬세함과 치밀함에서 눈길을 끈다. 활달한 필선과 거침없는 기세는 작가의 수묵에 대한 이해와 소화 정도가 이미 일정 단계에 이르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해 주는 대목이다. 이를 섬세한 칼끝으로 오려내고 다시 화면에 붙이는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수묵이 지니고 있는 특유의 조형적 내용들은 전혀 새로운 내용들로 재구성되게 된다. 흑백의 대비 강한 화면이나 요철을 동반한 입체적인 공간에 놓여 진 필묵의 흔적들은 이미 전통적인 수묵의 심미에서 벗어난 전혀 새로운 조형적 질서를 지니는 것이다. 그것은 구조적이고 형태적인 시각적 질서이다. 단호하고 엄정한 직선의 공간 속에 자리하는 필묵의 흔적들은 시각적인 착시를 동반한 독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반복적인 직선의 엄격한 화면 구조는 흐트러짐 없는 틀을 견지하지만, 그러한 공간을 넘나드는 것은 비록 변환되어진 내용이지만 분방하고 여유로운 수묵의 독특한 심미임이 여실하다. 이른바 '이상적 결합'은 이와 같이 형식과 내용, 형태와 구조를 통하여 구축되고 발현되고 있다 할 것이다.
사실 작가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실험 양태는 독특한 것임에 분명하다. 특히 형태를 오리고 붙이는 기능적 구사는 단연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적 요소들이 지나치게 부각됨은 본래 의도한 바와는 달리 보는 이들에게 단순한 공예적 기능으로 이해되기 쉬운 점은 경계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전통에 대한 연계를 염두에 둔 한지와 수묵을 기본 표현 매제로 차용한 것에서 기인하는 현상일 것이다. 작가의 새로운 조형과 공간을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양식과 전형의 모색과 추구가 절실하다 할 것이다. 만약 수묵에 대한, 혹은 전통에 대한 보다 융통성 있고 폭 넓은 이해가 동반될 수 있다면 재료의 문제, 표현의 방식은 보다 폭넓은 여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작가가 몰입하고 있는 '이상적 결합'은 이미 일정한 성과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이 여실하다. 획일적인 유사성에서 탈피하여 독특한 구조와 시각으로 구축되어진 작가의 화면은 이러한 면에서 긍정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작가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바로 보다 폭 넓은 이해와 과감한 시각으로 새로운 조형을 여하히 효과적으로 수용해 낼 것인가에 있다 할 것이다. 전통은 시대에 따라 변하며, 이러한 변화들이 전통의 부단한 생명력의 원천이 됨을 상기할 때 굳이 기성의 가치와 조형적 가치에 연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현재 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 자신의 작업에 대한 신뢰와 보다 과감한 용기일 것이다. ■ 김상철
Vol.20051007c | 송인 수묵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