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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28_수요일_05:00pm
Jazz Musician 이대희 연주_2005_0928_05:00pm~06:00pm
갤러리 토포하우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4번지 Tel. 02_734_7555 www.topohaus.com
전덕제_연성화 프로젝트 ● 조소작가들의 숙명은 물질성과 대결하는 일이라고들 말한다. 그것이 돌이거나 브론즈이거나 심지어는 폴리코트일 때라도 예외 없이 조소작업의 가장 큰 과제는 재료를 다루는 데 있어서의 완숙한 기량에 있다. 그것은 조소작업을 여느 장르에 비해 훨씬 더 탄탄한 예술노동을 바탕으로 한 진정성의 국면으로 독해하는 결정적인 단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돌을 깨고, 금속을 연마하는 예술가들을 대면할 때 현대미술의 숙명인 새로움의 신화에 대한 강박을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조소작가들의 육체노동에 대한 존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술노동의 저변을 아우르는 첫걸음일 뿐이다. 재료와 대면하는 조소예술의 노동행위를 육체노동으로 귀속시킬 경우 조소작업을 근육질의 남성성에 고착화 하려는 선입견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평면회화를 하거나 디지털미디어를 다루는 작가들의 경우와는 다르게 육체적인 행위를 우위에 둠으로써 재료와의 대결 국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예술에 있어서의 새로운 발상과 창의적인 발견, 즐거운 상상력을 결여한 채 매너리즘을 답습할 위험이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구상 인체 석조 작업을 하는 작가로 잘 알려진 전덕제에게 있어서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일이다. 석재라는 재료와의 대결구도를 강조하는 경향은 특히 구상인체 작업을 해온 그에게 부지불식간에 매너리즘 같은 것을 안겨다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 전덕제의 이번 전시는 형상조각의 경직화 문제에 대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장치들, 이름하여 '전덕제 연성화 프로젝트'로 요약해볼 수 있다. 형상인체 작업의 전형적인 틀을 넘어서 연성화한 조각 이미지로 전덕제 자신의 이야기를 구사하는 일. 돌과 브론즈와 폴리코트를 다루는 입체조형 작가 전덕제에게 있어 예술의 의미를 새로운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강력한 구심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그 단초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바, 전덕제는 구상인체 조각에 자신의 내러티브를 결합하고자 하는 작가이다. 그는 20대 중반부터 여러 차례의 공모전 수상을 통해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제1회 MBC한국구상조각대전 특선(1990년)을 비롯해서 제1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1994년)에 이어 서울 도산공원에 설치된 도산 안창호 흉상 제작(1998) 경력에 이르기까지 탄탄한 모델링 실력을 바탕으로 구상인체들을 만들어왔다. 이후의 개인전과 기획전, 단체전에서 선보인 작품들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일관성을 유지해 왔다. ● 여기에 또 하나 보태어 그 형상성 위에 서사를 결합하려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1998년 이래 다섯 차례의 개인전을 가지면서, 실직자(1998), 무대 위의 일상(2001), 돌과 나(2001), 강릉의 매력(2002) 그리고 이번 말랑말랑한 조각(토포아우스, 2005)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쾌하게 집약한 주제를 내세웠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누구누구 조각전'이라는 식상한 전시제목으로 일관하는 일반적인 관행과는 사뭇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형상조각의 맥락 위에서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구체화하는 계기들을 마련함으로써 전덕제 서사를 전면에 부각하고자하는 태도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명의 아이들이 등장하는 「4중주합창」 연작은 악기를 든 아이와 그 아이가 올라타고 있는 과일과 야채의 결합이다. 이들 각각의 쌍은 나팔과 복숭아, 기타와 사과, 아코디언과 딸기, 드럼과 참외로 이루어져 있다. 또 하나의 아이는 벤치에 앉아서 이들 연주자들을 지켜보는 관객이다. 이 연작에서 주목해 볼만한 점은 다섯 명의 아이들 가운데 관객을 제외한 네 명의 아이들은 컬러풀한 폴리코트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전덕제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볼륨의 문제였다. 따라서 컬러는 브론즈나 석재 고유의 것이면 충분했고, 폴리코트로 만든 것일 경우에도 마치 브론즈인 것처럼 만들면 그뿐이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그는 컬러풀한 입체를 선보이고 있다. 이점이 그가 연성화한 조각가로 거듭나고 있는 유력한 근거이다. ● 이번 전시의 출품작 가운데는 아이와 버섯의 형상을 결합한 연작도 있다. 버섯 위에 올라앉아 오리를 안고 있는 여자아이와, 소리를 지르는 남자아이, 그리고 좀 키가 큰 버섯 위를 타고 넘으려 뜀틀 넘기 자세를 하고 있는 남자아이로 이루어진 「숲 속의 노래」 연작 또한 「작은 음악회」 연작과 같은 맥락의 작업인데, 이 작품은 브론즈 캐스팅으로 만든 작업이다. 따라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거의 유사한 주제와 형상을 가진 작품들도 재질과 표면 처리에 따라 얼마나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는 전시와 공연을 결합한 퍼포먼스를 시도한다. 전시장에서 공연을 하는 일이야 어디서든 자주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 전덕제의 의도는 그냥 오프닝에 맞춰서 몇 곡 축하 연주를 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을 짜서 작음 음악회를 엶으로써 주제의식을 보다 명확히 살리려는 데 있다. 이 대목에서 예술가는 작품을 만드색 생산자의 지위에서 관람자와 작품을 연결하는 프로그래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이른다. 이것은 자신의 작품을 관람자와 만나는 데 있어서 전시장이라는 장소에서 벌어지는 상황까지도 깔끔하게 조율하려는 적극적인 태도이다. 이것은 '컬러풀한 전덕제' 프로그램을 보조하는 말랑말랑한 장치이다.
더불어서 또 하나의 전환점이 있다면 그것은 캐릭터 조각의 새로운 면모이다. 인체 모델링 작업에 이력이 붙은 전덕제가 최근에 심취하고 있는 작업들이 캐릭터 조각 연작이다. 그는 자신의 딸을 모델로 하는 석조 인체 구상 작업을 통해서 인체구상 석조작업이 보여줄 수 있는 절정의 기량을 선보여 왔다. 이제 그는 석조 작업의 새로운 경로를 찾아서 캐릭터 조각을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이미 구작 「침팬지와 아이」에서 선보인 인물과 캐릭터 인형의 결합에서 보이듯이 전덕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유머감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들을 담아온 그는 가끔 아이의 머리 위에 챔팬지나 도날드 덕과 같은 인형을 얹어 두고 아이의 표정과 인형의 표정을 일치시키는 정교한 작업을 시도한 바 있다. ● 이제 그는 보다 본격적으로 의인화 한 캐릭터 인형 조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헤엄치는 오리」는 하얀 대리석 위에서 물결무늬의 연녹색의 청석 위에서 유영하는 오리의 모습이다. 「튜브 타는 오리」는 헤엄칠 수 있는 오리가 튜브를 타고 노는 있을 수 없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시복어 형제」는 해초 사이에서 재미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 두 마리 복어의 모습이다. 「개밥그릇 지키기」는 지난해에 "나"라는 주제로 열린 소조각회의 기획전에 출품했던 우화적인 작업이다. 이 모든 캐릭터 조각들은 이전의 작업들에 비해 훨씬 연성화한 개념과 방법을 가지고 있다. 이들 말랑말랑한 석조들은 실재를 재현하는 형상 조각의 경직된 국면에서 한 발 빠져나와 있다. 동물의 모습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해 그의 작업은 훨씬 더 정교하고, 세밀하며, 민감하게 돌을 다루어야 한다. 전덕제에게 있어 딱딱한 육면체로부터 부드러운 캐릭터 조각을 캐내는 일은 근육질의 남성성으로부터 벗어나 보다 날카롭게 예술적 감수성을 찾아나가는 커다란 변모이다. 그것은 힘쓰는 조각가의 거친 면모가 아니라 마치 고고학자가 굳은 땅을 캐내서 유물을 발굴해내듯이 단단한 돌 덩어리에서 부드러운 캐릭터 조각을 캐내는 섬세한 작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컬러풀한 전덕제, 말랑말랑한 전덕제를 통해 만날 수 있는 것은 예술노동의 진정성을 바탕으로 울려오는 전덕제 내러티브의 깊고 짙은 향기이기 때문이다. ■ 김준기
Vol.20050930d | 전덕제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