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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05_0921_수요일_06:00pm
갤러리 도스 서울 종로구 관훈동 55-1 2층 Tel. +82.(0)2.735.4678 www.gallerydos.com
작가 신동원의 작업은 섬세하다. 이는 캐스팅(casting)이라는 예민한 제작과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도예전공자들에게 미감(美感)과 실용성이 적절하게 조합된 도자기를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작가는 도예가로서 공예적인 섬세함은 작품에 남겼지만, 그 조형성은 도기가 아닌 "도조(陶彫)"라 불리는 도예조각분야로 자신의 표현영역을 확장시켰다. 도예란 물, 흙, 불에 인간의 감수성과 기술이 조합되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든다. 특히 '불'을 사용하는 도예의 매력은, 예측이 쉽지 않아 '불의 조화'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작가의 근작에서 보여 지는 이미지의 근원은 "care"에 관한 문제이다. 광의로 해석하면 care란 어떤 대상에 대한 '책임'일 것이며, 협의적 해석은 '걱정·주의'와 함께 '보살핌·보호'라는 의미로 작가는 후자 쪽에 작업의 전·후 그리고 보존의 문제까지 개입시키고 있다. 즉 care란, 인간의 관심 대상에 대한 끝없는 손길을 요구하는 것으로 작가는 소재에서부터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한 작가가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조형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주제나 소재의 끊임없는 고민과 함께, 그것을 표현하는 재료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다. 조형예술이란 음악, 무용과 같은 시간예술과는 달리, 물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다분히 촉각적이며 오감에 고르게 작용한다. 특히 흙이라는 소재의 가장 큰 특징은 반죽하고 성형하는 일련의 과정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즉 같은 입체물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나무나 돌과 같은 재료는 깎아내면 버려지는 것인데 비해, 흙이라는 재료는 작가에게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다시 매만질 수 있는 즉 재 성형이 가능한 재료이다. 그래서 작가는 끊임없는 흙과의 대화를 늦출 수가 없는 것으로, 직접적·촉각적인 '흙'의 성형과정은, 작업의 근원적 주제인 "care"를 드러내기에 다른 어떤 재료보다도 적합하다. 특히 care문제는 작품의 색에도 작용하는데, 작가가 선택한 색은 백색으로, 다른 색에 비해 쉽게 오염되어 보존·보호를 위한 최대한의 care가 요구되는 극단적 색이다.
작가의 백색의 평면에는 기물의 흔적을 읽을 수 있는 선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사물을 표현하는 방법적인 측면은 성실하게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방법과, 원근이나 명암은 무시하고 단축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작가는 후자의 경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데, 3차원의 공간에 배치된 기물을 1차원의 평면에 반복적으로 나열하여 표현하고 있다. 입체의 기물들은 작가의 백색의 화면에서 펼쳐지면서, 본연의 기능은 상실한 채 '도예를 이용한 회화', 즉 입체성과 평면성이 공존하는 공간구성을 보이고 있다. 작가의 백색화면은 흰 도화지 역할을 하며, 다양한 이미지를 담아낸다. 그러한 이미지는 다분히 경직되고 패턴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백지에 이미지를 그려 넣듯 회화적 느낌으로 시각적 일루전(illusion)효과를 보여준다. 특히 도예작업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되는, 아니 생각할 수도 없었던 흙에 수를 놓으며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방법은 관람객들에게 도예작업의 새로운 이면을 보여주며 신동원이란 작가를 각인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왜 같은 기물들을 반복·나열하는 것일까? '나열·반복'의 의미해석은 여러 가지가 가능하겠지만, 작가는 어떤 제의적 의식(ritual)에 의미해석을 두고자 한다. 즉 옛 여인들이 작은 돌을 하나하나 쌓아 그들의 소원을 빌었듯 개인의 소망을 담아 하늘에 올리는 민간신앙처럼, 주제에 접근하여 행위에 대한 '연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처리된 위의 작업들과 함께, 제한적이긴 하지만 색을 이용하며 장식성을 가미시킨 부조작업이 있다. 이미지부분은 도자기로 작업하고 배경은 비단과 같이 광택과 색을 갖고 있는 재료를 사용한다. 흙과 천, 두 재료 모두 근원적 특징은 유연하지만 흙이 도자기화 되었을 때는 천과 대조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 단단하고 견고한 이미지를 색이 있는 원단에 올려놓음으로써 이형공간의 합일은 작가의 작품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연꽃과 같이 패턴화 된 이미지를 조각조각 잘라 다시 퍼즐을 맞추듯 다른 화면에 재배치하는 방법은 평면과 입체의 중간에 작업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체관절인형은 이번전시작품 중 조형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될 뿐만 아니라, 이전의 작품과는 확연하게 구분되어 진다. 구체관절인형이란, 각 관절을 분해한 다음, 동그란 관절부분(구체)을 만들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연결한 것을 말한다. 구체는 만들고 싶은 인형 이미지에 따라서 목에만 넣을 수도 있고 팔에만 넣을 수도 있으며, 인체와 흡사하게 만들기 위해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까지 관절로 나누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인형을 작가는 캐스팅(casting)작업을 통해 팔, 다리, 몸통, 머리를 섬세하게 성형하고, 유리 눈을 달고, 눈썹은 그려지고, 머리카락 동물의 털을 이용하여 제작한다. 이러한 구체관절인형은 '만드는 사람'과 '소유하는 사람'에게 모두 '극단적인 care'를 요구한다. 여기서 인형의 의미는 '서술구조의 직접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인형은 개별적인 표정과 동작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 할 수 있어 기물의 표현방법과는 많은 차이점을 갖는다. 인형을 대하면 그 인위성으로 인해 이질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한자 한자 문장을 읽어 나가듯 자세히 들려다 보면, 작가의 얼굴과 많이 닮아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작가가 닮고자하는 상(像), 즉 1차적 인간의 특징인 외모를 의식적으로 조작한 자신을 만들어 감정이입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명을 없고 이상적으로 조작되고 꾸며진 인형은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자신 그이상도 이하도 아닌 결과를 얻게 되고, 기묘한 기분을 느끼며 자신을 닮은 인형을 care하게 되는 것이다. 거울을 보며 자신을 매만지고 꾸밀수록 자기애(自己愛)는 강화되는 심리상태처럼 말이다. 이러한 '바람'의 극단성은 인형 개개의 몸에 새겨진 부적을 통해 서술적·제의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내용은 은유적이지만, 조형표현은 직설적으로 담아내어 3자의 감정에 즉각적으로 호소하게 된다. 이처럼 예술작품의 호소력은 은유를 통해서도 내적자아가 표출되기도 하지만, 직설적으로 표현될 경우 그 감흥은 즉각적이 나타나게 된다. 즉 앞서 언급한 백색의 평면작업들이 나열과 반복 그리고 재조합을 통해 형태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를 의식적으로 연구하여 보여주었다면, 인형은 표정과 동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접적이고 강한 메시지를 담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즉 전시명에서 보여지 듯 작가는 자신의 모든 소망을 담은 작품과 함께 관람객이 상상·교감하길 바라는 것이다. ■ 오성희
Vol.20050926a | 신동원展 / SHINDONGWON / 申東媛 / cera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