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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22_목요일_06:00pm
갤러리 더 스페이스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22번지 Tel. 02_514_2226 www.gallerythespace.co.kr
想像 : 코끼리를 그리다. ● 재미있게도 자신의 삶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스스로의 역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절대적인 힘을 갖고 있지는 않다. 현대 사회에서 '나'라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규정되며, 그때마다 주어지는 이름은 '획득 한다'기보다는 '부여 받는다'는 표현에 더 가까워 보인다. 때로는 이러한 현실이 우리들의 나약한 마음에 깃들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도 하고, 혹은 반대로 타인에 대해 독단을 내려 원래 그 사람의 본질과는 별로 상관없는 인물로 정의 내리게도 한다.
작가 김석일이 말 하고 있는 것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우리가 얼마나 본질과 표피가 어지럽게 부유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하는 증거들을 경험하며 그가 내린 결론은 각자에게 상상의 자유와 즐거움을 되찾아 주자는 것이다. 그 과정과 결과가 오류일 수 있으나 그러면 어떠하랴. 그 오류가 상상의 즐거움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면 훨씬 다양한 즐거움이 생겨나지 않을까. 긍정의 힘이란 의외로 대단한 저력이 있는 것이다. 유물적인 현대사회 에서는 별다른 가치가 없어 보이는 이 초월적인 태도는 의지가 세상을 변하게 하는 위대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지의 범람에서 우리가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장 보드리야도 말했듯 '저항'이듯 말이다. 미약한 듯 보이는 이 태도가 품은 가능성은 긍정하는 자에게 희망으로 반응한다.
화면의 인물들은 가늘고 약한 한 줄의 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선을 채우는 부피도 양감도 색채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 인물들은 분절되어 원래의 인물상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조차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작전을 펴고 있다. 사진을 찍는 듯 보이는 인물, 멋진 드레스를 입고 탱고를 추기위한 준비자세를 취한 인물, 배낭에 무언가 잔뜩 짊어지고 여행을 떠나는 듯한 인물들로 보이는 이미지들은 관람하는 저마다의 상상력에 의해 또 다른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동양화나 앵그르의 소묘에서 볼 수 있는 선적인 요소가 특징적인 인물들은 일종의 컨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으로서 대상에 대한 관찰과 정확한 재현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의 이미지는 하나의 결과물로 복속되는 것을 거부하는 장치로써 작용하고 분절된 여러 개의 화면은 일종의 저항의 메타포로 기능한다. 분절된 화면은 수용자의 능동적 태도에 의해 다시 하나의 유기물로 화하기도 하고 각자 독립된 다른 이미지들로 보이기도 한다. 인간의 인식이 틀을 벗어나 유연해 질 때 생산 되는 깊이와 넓이가 주는 기쁨이란 화면의 달콤한 색채처럼 즐거운 경험이다.
인간, 나아가 사물과 현상의 외형을 판단 할 수 있는 방식을 한 없이 열어둔다는 것은 어쩌면 가능하지 않은 일 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나약하고 쓸쓸한 방법인 듯한 저항을 계속해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절모자처럼 보이는 컨투어Contour가 어린왕자에게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의 컨투어로 보였던 것처럼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상상하고 다르게 생각하려는 우리의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가 볼 수 있는 세계는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그려지는 것이니 그 방법이 즐거운 상상이 된다면 인생은 기쁨으로 충만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면에서 작가 김석일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색과 선의 은유들은 약한 의지조차 희망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 안현숙
Vol.20050924a | Loaded Gun 2005-②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