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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924_토요일_01:00pm
작가와의 만남_2005_0924_토요일_02:00pm~03:00pm 장소_안산문화예술의전당 1층 전시실 / 진행_박우찬
책임기획_보다시각문화연구소
안산문화예술의전당 1층 전시실 경기 안산 단원구 고잔동 817번지 Tel. 031_481_3838 ansanca.iansan.net
영원을 꿈꾸는 정원사(庭園師) ● 전원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독특한 정원에 와있다는 느낌이다. 그의 정원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듯 하면서도 현실보다도 더 리얼한 공간이다. 처음 그의 정원에 초대되었을 때, 착시에 의해서인지 아니면 그가 고안한 교묘한 트릭 때문이었는지 그림 속의 물체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들은 아주 느린 속도로 눈의 움직임에 따라 운동하고 있어 쉽게 알아차리기가 어려웠지만 그것들은 아주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운동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살아 있었다.) 땅, 풀, 나뭇잎, 하늘... 그의 정원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아마 우리 눈의 움직임에 따라 모습을 바꾸어 나간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아마 만물이 순환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생물만이 아니다. 그가 그린 일상의 오브제들도 생물체들과 마찬가지로 순환하고 운동한다.
전원길에게 운동/ 순환이라는 관념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초기 그는 표현주의적 스타일로 격렬하게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그림들을 주로 그렸다. 그러나 격렬한 붓질과 에너지의 주입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물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격렬한 동작도 화면에 옮겨지는 순간 운동/ 순환을 멈춰버린 것이다. 이후 운동의 대상이 인물에서 자연으로 바뀌었지만 그의 관심은 여전히 운동/ 순환에 있었다. ● 그가 구축한(그는 자연성을 옮겨 놓았다고 표현한다) 정원에서는 만물이 자라나고 성장하고 쇠락한다. 그의 정원은 단순한 화면 공간이 아니다. 하늘엔 시간이 흐르고, 오랜 시간 속에서 퇴적된 땅에서는 만물이 성장하고 쇠락한다. 정원사는 그의 정원에다 오랜 세월 다져진 땅을 만들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변화무쌍한 하늘을 옮긴다. 또 정원사는 자연에서 따온 형상들과 주변에서 획득한 다양한 오브제를 가지고 화면을 규칙적으로, 불규칙하게 메워나간다. 때론 마치 잔영처럼 주변의 물감 속에 스며들기도 하고, 또 때론 반 입체의 두꺼운 물감층의 각질로 남는다.
전원길은 인위적으로 정원을 꾸미지 않는다. 그는 자연에서 본 하늘과 땅, 그리고 각양각색의 풀과 나뭇잎 하나하나를 화면에 옮겨 놓는다. 그는 자연을 제대로 옮기기 위해 몇 번이고 자연과 대조해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가 자신의 정원으로 옮긴 자연은 한 순간의 인상적인 자연이 아니다. 그의 화면에는 오랜 시간 만들어진 자연의 다양한 현상들이 녹아 있다. 전원길은 피상적으로 자연을 대하는 도시적 작가가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된, 자연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작업하는 작가이다. 어쩌면 그 역시 자연의 일부가 되서 자연을 잘 이해하는지 모른다. 전원길은 안성의 전원 속 작업실에서 자연과 함께 살며 꿈의 정원을 가꾸고 있다. 늘 보는 자연을 다뤘음에도 그의 자연은 이전에 전혀 보지 못했던 독특한 감성과 논리로 구축된 자연이다. ● 전원길은 전지전능한 조물주의 입장에서 정원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정원은 매우 조화롭다. 정원의 물체들은 마치 긴 호흡을 지니고 순환하는 자연과 같이 그의 정원에 옮겨진 만물들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운동한다. 어쩌면 그가 진정으로 표현하고픈 것은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나누는 시각적 정신적 교감, 즉 생명일 것이다. 그는 영원을 꿈꾸는 정원사이다. 그가 꾸민 정원은 단순한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다. 흙, 숲, 자연, 그 속의 생물들과 더불어 자연에 살면서 그들과 관계를 맺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발견한 순환의 철학인 것이다. ■ 박우찬
Vol.20050919a | 전원길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