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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 점점 사라져가는 그 이름 ● 최근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문제가 심각해지는 시기는 10년 후 또는 20년 후일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의 경우 대처할 시간이 벌써 부족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대책을 수립한 후에도 그 효과가 발생하기까지는 장시간이 필요할 뿐만이 아니라, 문제가 심각해진 다음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무 대책 없이 가다가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하여 물구나무서기를 시작한 우리 사회는 급속히 늙어가는 활력을 잃은 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 부모님은 물론, 할아버지와 할머니, 언니와 오빠, 말썽꾸러기 동생까지...시끌시끌하면서도 훈훈한 정이 넘치는 대가족의 생활에서 부모와 한 명의 외동아이만 두는 핵가족이나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 싱글족 등의 가족형태로의 변환은 우리의 가정이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단면들입니다. 사실 출산의 효용에는 사회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계량화 할 수 없는 개인의 기쁨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자식 양육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처럼 늘 편하고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단순하게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닌 오히려 어려움을 회피하고, 책임지기를 싫어하는 지금 우리의 마음이 더 큰 원인이 아닐까요?
사진에세이 "막내"는 ● 외동이 아니면 두 자녀가 대세인 우리 사회는 "동생"은 있어도 "막내"는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외동이도 맏이이자 막내라고 할 수도 있고, 두 아이인 경우에도 동생쪽이 막내가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막내"란 최소 한 세 명 이상의 형제 속에서라야 제값을 하는 호칭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막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 딸 중의 세 번째인 딸, 두어 살에서 네 살로 넘어가는 보들보들하고 뽀독뽀독하고 말캉말캉하고 조물조물하고 맨들맨들하고 종알종알하는... 그런 막내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작가 최영진은 현재 7살 장난꾸러기로 자란 자신의 세 딸 중의 막내를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사진으로 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사진에세이 "막내"는 두어 살에서 4살이 되는 그 생일까지를 찍은 사진들 입니다. 이 시기는 주로 작가의 사진적 조작이나 테크닉이 들어갈 수 없는 일명'즉석사진'이라 불리는 폴라로이드 사진들로 촬영하였습니다. 이런 수백 장의 폴라로이드 사진들 중에서 추려진 80여점의 사진들이 시인 김경미의 사람에 대한 그리고 가정에 대한 따스함이 흐르고 '까르르륵'웃음이 퍼지는 글과 함께 어우러져 사진에세이"막내"를 이루었습니다.
하나 - 고무 찰흙 같은 막내 ● 부모에게 첫 번째 아이는 유리그릇만 같다. 귀하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처음 치루는 너무 엄청난 경험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어떻게 다뤄야할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육아책이나 부모님으로부터 전해 듣는 것만으로는 다 감당할 수 없는 불안과 두려움이 첫 번째 육아에는 깃든다... 두 번째 아이쯤 되면, 아이는 사기그릇 정도가 된다고 한다. 앞선 한 번의 경험으로 자신감이 생겨 키우고 다루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다섯 번쯤 손이 가던 일을 세 번쯤에 마치고 나머지 두 번쯤엔 아이가 하는 짓이 얼마나 예쁘고 앙증맞은 짓들인지를 즐길 여유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셋째 아이나 막내쯤 되면 그때부터야말로 아이는 정말 편한 흙그릇, 토기그릇이 된다고 한다. 아이들에 대한 부모의 조심성이나 극성 같은 것들은 셋째 이후에 이르면 거의 방심과 방목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행여 얼굴을 찧기라도 할까 가구 모퉁이마다 대놓았던 스폰지는 막내쯤에 이르면 흔적도 없다. 스폰지는 무슨 스폰지, 아이란 게 여기 저기 적당히 찧고 부딪치며 커야지. ● 둘 - 막내는 사고뭉치 ○ 나도 자질구레한 사고를 많이 쳤다. 그 중 갈치 사건은 내 기억엔 없지만 엄마로부터 얘길 들었는데, 어느 날 동네에서 부자에다 거만한 집으로 이름난 동네 유일의 이층집에서 잘 손질한 비싸디 비싼 갈치를 말리려고 잠시 계단에 내어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서너 살쯤의 내가 그 갈치를 모두 그 옆에 열려있는 커다란 페인트 통에 빠뜨려버렸다고... 페인트를 바다로 생각하고 가엾은 생선들을 바다로 돌려보내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부모 속, 형제 속을 썩이거나 태우는 막내 짓은 그 밖에도 수도 없이 많이 했다. 많이 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도...(본문 중에서)
최영진_막내_컬러인화_2005
셋 - 막내도 알 건 다 안다 ● 어렸을 때부터 나는 집밖으로 많이 나돌았다. 어린애들이 원체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나는 좀 정도가 심했었다. 동네의 고학년 오빠와, 언니들도 다 들어가고 없는 밤 시간까지도 집에 돌아가지 않고 혼자서라도 오래도록 놀았다. 일에 바쁜 엄마와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집안 분위기를 너무 일찍부터 깨달았던 탓이었을 것이다. 행복한 가정의 아이들은 행복에 예민하지 않지만, 불행한 가정의 아이들은 불행에 예민하다. 그러나 그런 예민함 속에서도 아이들은 문득 호감과 설레임에 눈을 뜨기도 하고 은은한 기대감으로 아침을 시작하기도 하고, 하나의 이름에 종일 마음 끌려하면서 풋풋하고도 가슴 벅찬 사랑을 배워가기도 한다. ● 넷 - 사람은 누구나 막내였거나 막내이다 ○ 가끔씩 자신의 어린시절을 생각해보지 않는가. 그러자면 어느 순간 해일처럼 밀려드는 어떤 특별한 감정과 감회에 가슴이 터질 듯 벅차오르지 않는가. 향기가 너무 진한 라일락나무 밑을 지날 때처럼 괜히 문득 눈물이 나거나 마악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괜히 슬슬 웃음이 나거나 실연을 당했을 때처럼 가슴이 찢기듯이 아파오지 않는가. 뭔가가 너무 아름다워서 미칠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안타까와서 미칠 것 같기도 하지 않는가. 그 쪼그만 어린애로부터 내가 벌써 이만큼의 시간을 써왔다니, 대견하기도 하고 속이 타들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 우리를 어린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빤히 올려다보지 않는가. 그런 아이를 마주 보면서 가끔 생각해보지 않는가. 이 애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본문중에서)
사진에세이 "막내"의 글과 사진들 속에서 김밥 꼬투리처럼 정겹고 만만하고 사랑스러운, 그래서 우리 모두의 가장 먼 벌거숭이 시절을 가장 가깝게 재생시켜주고, 추억시켜주는 한 어린 자연인이자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의 천진한 무구함을 즐겁고 빛나게 공유하였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너도, 나도 얼마나 작은 몸집 속에서 시작한 존재들인지, 그 분꽃대롱 같은 작고 여린뼈들이 얼마나 많은 잎과 꽃과 열매를 매단 한 그루 커다란 성인나무가 되는지, 사람을 그렇게 키워내는 가정이란 얼마나 드넓은 집이고 텃밭이고 평야고 산맥이고 바다인지를 되새겨 볼 수도 있었으면 합니다. ■ 진디지털닷컴
지은이_시인 김경미 ● 서울에서 출생, 한양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였다.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1989.실천문학사),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1995.창작과비평사), 『쉬잇, 나의 세컨드는』(2001.문학동네)이 있으며, 사진에세이로 『바다, 내게로 오다』(2004.눈빛), 『막내』(2005.진디지털닷컴)이 있다.
사진작가_최영진 ● 2004년 인사동 인사아트에서 개인전 『살아있는 갯벌 La mar』를 비롯하여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 있으며, 사진집으로 『La mar』(2003.푸른세상), 『살아있는 갯벌 La mar』(2004.진디지털닷컴), 『슬픈열대 회상 그리고』(2004.진디지털닷컴)있고, 사진에세이『막내』(2005.진디지털닷컴)가 있다.
Vol.20050825c | 막내 / 글_김경미 / 사진_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