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쌈지길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5_0720_수요일_06:00pm
인사동 쌈지길 갤러리 쌈지, 쌈지길 가운데 마당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38번지 Tel. 02_736_0088 www.ssamziegil.co.kr
"미술관 옆 놀이터", 이완의 "Riding Art" ●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혹은 놀이동산(amusement park)은 색으로 가득하다. 그곳에 들어선 놀이기구들은 파스텔 톤의 부드러움과 때로, 강렬한 빨강, 노랑, 초록의 색들로 아이들의 눈을 유혹하며 '놀이'라는 유쾌한 본능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 칼라풀한 "놀이터 색"의 글로벌한 랭귀지는 이완이 제작한 놀이기구들에는 없다. 작가가 만든 놀이기구들은 나무와 철, 가죽 재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무채색의 책걸상 혹은 사무용 가구들로 제작되었다. 이것은 이완의 Riding art시리즈가 제도와 위계질서, 헤게모니의 표상이되는 통일된 사물들(unified objects)과 놀이기구가 혼용된 일종의 하이브리드 조형물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이러한 놀이기구라고 하기엔 다소 경직되 보이는 이완의 기구들은 조형물인 동시에 관객들이 올라타고, 돌리고, 만지며 몸으로(physically) 탈 수 있는 놀이기구의 인터렉티브한 기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는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시소를 타기 위해서는 비슷한 물리적인 무게를 지닌 상대방이 있어야 하고, 그네는 뒤로 한껏 물러 선 후에야 앞으로 나갈 수 있고 또 같은 방식으로 한껏 앞으로 나가려 해야 같은 힘으로 뒤로 물러 설 수 있다. 이완은 이러한 놀이기구의 조형적 원리와 형식을 차용하되 놀이기구를 타는데 관습화된 규칙/방법을 부정하거나 변형시키며 그 관습화된 것들에 새로운 그것을 적용한다. 이러한 이완의 놀이기구들은 그것을 타는 사람들을 예기치 못한 그 움직임이나 작동 방식으로 당황케 한다. 스프링과 바퀴가 달린 흔들의자는 수직, 좌우로 동시에 움직여 불안정하고, 기존의 형태가 전위(轉位)된 미끄럼틀은 그것을 타려는 사람들을 계단만 오르게 하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순간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게 한다.
책걸상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대관람차는 기존의 대관람차가 갖는 기능을 그대로 갖고있지만 그것을 타고있는 승객들의 모습은 산업혁명의 기계화, 분업화의 한 단면을 우스꽝스럽게 보여준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속 공장 장면을 연상시키듯 반복적으로 돌아가는 대관람차의 쳇바퀴에 매달린 책상에 앉아 유희를 즐기는 장면이 희화적이다. 사뭇 권위적으로 보이는 책상을 중앙에 두고 양쪽에 의자를 부착시켜 제작된 시소는 상대방의 권력을 이용하여 스스로의 이익을 취하거나 도태될 수 없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현대사회의 경쟁원리를 보여준다. 작가는 그가 세운 구조 안에서 그 구조를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무력한 관객을 상상하는 다소 나이브(naive)한 발상에서 시작한 그의 작업을 통해 현 사회의 부조리와 애환을 놀이기구라는 유희를 창조해내는 특정한 사물들에 투영하는 것이다.
이완의 작품들은 미술관 혹은 갤러리의 화이트 큐브 안에 존재하기 보다 공공의 장소에 놓여지기를 희망한다. 그것은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서만 그의 놀이기구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며 '갤러리' 혹은 '미술관'이라 불리는 흰벽 속, 암묵의 권위에 주눅든 관객들에게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예술과 조우(encounter)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이완의 Riding art시리즈는 이러한 가벼운(casual) 존재 방식을 통해 미술관/예술과 놀이터/유희를 넘나들며 분주하게 관객을 태우는 것이다. ■ 양옥금
Vol.20050723c | 이완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