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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708_금요일_05:00pm
참여작가 문요나_박혜민_양지_슈크림_한보라_정직성
조흥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 조흥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www.chohungmuseum.co.kr
기억상실증의 도시-서사적 지도그리기 ● 어떤 도시에 대해 오롯이 기억하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가 태어난 도시에 대해서는? 서울은 21세기에 인구 천만이 넘는 초거대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도시의 경계는 오래 전에 깨져 도로, 주택, 그 모든 것들이 도시 외곽으로 흘러나갔다. 그리고 도시가 물이 되어 흘러나간 자리의 어떤 부분은 여전히 듬성듬성 뿌리를 박고 살아남아 내부이면서 외부에 존재하는 이상한 행성이 되었다. 이런 공간들은 어느 날 뿌리 채 뽑혀 나가며, 하룻밤 새 모든 것이 조각이 되어 뒤엉킨 엉성한 구덩이만 남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멋진 건물, 늘씬한 도로가 나타난다.
우리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먼 곳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처럼 황홀하게 듣고 있다. 그것은 우리의 현실이 아니라 스펙타클한 즐길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무엇을 즐기고 있는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도시인가. 스펙타클 자체가 된 도시 안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것은 재개발의 후의 기억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도시 안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부유하고 있다.
플라잉넷은 이러한 도시 안에서 서사적 지도 그리기를 시도한다. 언덕을 기어오르고 끝없는 계단을 밟으며 도시를 몸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보이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라디오 소리의 근원을 찾아 떠난다. 우리는 현대의 도시 탐험가이다. 대양대신 지하터널을 건너며 도시의 소음, 지형을 수집한다.
"이런 폐허들은 주로 호텔을 비롯한 휴양 시설들. 대형 쇼핑몰이거나 볼링장과 빠징코 같은 유흥시설들이다. 그 휘황찬란한 건물들은 현대의 바벨탑 같다. 무너지진 않았지만 텅 빈 주차장, 아무렇게나 깨진 채 방치된 유리창에서 유령도시, 실패한 욕망으로서의 잘 정비된 공동의 도시 폐허를 본다."
"아니야. 이 동네는 아주 한가하고 조용한 곳이었다고. 근데 근래 2~3년 동안 삼청동이 뜨면서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은 식당 아니면 화랑이야. 집을 가만히 안 놔둔다고." "요즘 들어 개발한다고 부쩍 많이 그러는데, 무허가만 면하게 해주던가, 집들 유지보수 하는 정도만 하는 거면 좋겠어. 주민들은 여기에 연립주택이나 아파트 들어서는 거 안 좋아한다고. 이 집 처음 지은 할머니 때도 무허가였지. 할머니가 치마폭에 돌 주워서 울타리 만들고, 살면서 조금씩 넓히고 그랬다고." "일산에서는 철저하게 반복의 주법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잘 재단된 몇 개의 블록, 이어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지하철역 주변의 상가 군과 주상복합 아파트, 공원. 도시적 스케일의 반복성은 아파트 입면으로 이어진다."
삼청동, 후암동, 영등포, 노량진, 구로동...이 공간들은 누군가의 일상이지만 또 도시 일상의 외곽, 기억의 외곽에 존재하고 있다. 수집된 모든 것은 기록되며 서사적 이야기 안에서 뒤섞여 풍부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기억의 외곽에서 살아남는다. 지워지고 있는 공간들의 서사에 의해 존재하지 않았던 도시는 다시 존재하게 된다. ■ 플라잉넷
Vol.20050708a | 플라잉넷-도시픽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