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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527_금요일_06:00pm
대안공간 루프 서울 마포구 서교동 333-3 지하 Tel. 02_3141_1377 www.galleryloop.com
『Inside Out』은 이전의 루프의 상시 공모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가 발굴을 위하여 열린공모형식으로 진행하는 전시이다. 다른 분야가 아닌 회화라는 영역에서의 공모 실시는 비디오와 설치, 퍼포먼스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미술의 등장에 따라 그 위상이 평가 절하된 회화라는 역영에 다시금 포커스를 맞춰 보고, 평면 매체의 다양한 새로운 시도들을 살펴보고자하는 루프의 기획이다. 회화가 종말을 맞았다는 몇몇 평론가들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평면회화는 사멸하지 않고, 오히려 그 다양한 형식적, 미적 양식을 발전시키며 지속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가하는 4명의 작가들은 전통 회화의 평면적 특성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방식을 사용하여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형식적 특성은 우선 회화매체의 공간 확장이다. 기존 회화라는 평면적 영역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공간을 확장해 나간다. 형식적 측면에서 보자면 공간의 확장은 캔버스 외에 설치적 개념이 더해진 공시네와 이도현의 작업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공시네의 작업은 서정적 회화와 함께 어우러지는 오브제들로 인하여, 회화가 담고 있는 풍경에 위트가 더해진다. 「Life Saver」는 바닷가와 수평선이 은은하게 묘사된 화폭을 벽에 비스듬히 세워 놓은 작업이다. 서정적 바닷가 풍경에 외롭게 떠 있는 고무 튜브가 하나 묘사되어 있다. 이 화폭 앞에는 화면 속 튜브와 똑같이 생긴 찰흙으로 만든 튜브가 놓여져 있다. 진지한 풍경 앞에 놓여진 오브제는 약간은 당혹스러운 웃음을 선사한다. 평면회화와 설치된 오브제의 어울림은 화폭 위의 건물 파이프에 걸터앉아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는 인물상으로 완성된다. 평면과 공간과의 관계는 어우러지기도 하고, 그 생경함으로 낯설어지기도 한다. 공시네는 이러한 화면과 그 화면이 놓여진 공간과의 관계를 화면에 묘사된 풍경, 혹은 사물과 연관되는 오브제를 통하여 유머러스하게 풀이한다.
이도현의 작업은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 2개 혹은 3개의 화폭을 다른 각도로 접합시킨다. 이 접합으로 인하여 이도현의 작업은 단순한 회화작업이 아닌 설치작업이 된다. 이러한 접합으로 인하여 생겨난 공간은 관람자의 시점에 의해 각기의 화폭은 상하관계를 형성하게 되고, 각 패널에 그려진 이미지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Scene i - 아리아드의 여행」에서는 광각 렌즈로 들여다보는 것 같이 왜곡된 2개의 화면이 함께 설치되어 있다. 열린 문을 통해 살짝 엿보이는 방의 모습은 왜곡된 평면 안에서 혼란스러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방 풍경에 연결되어 있는 바닥면에 설치된 화폭에서는 바닥 아래에서 관람객을 올려다보고 있는 인물이 있다. 빤히 바라보고 있는 듯한 그 시선을 통해 관람객은 바라봄을 당하는 입장으로 전복된다. 시선의 상하 개념을 전복시키는 이러한 시선은 왜곡된 방풍경과 어우러져 우리를 이상한 나라와의 접점에 서 있게 만든다. 열려진, 왜곡된, 접합된 공간은 각기 평면이 가지고 있는 서사적 의미와 더불어, 관람객과의 시선 높이에 따른 공간 의미의 변화까지 다양한 공간을 연출해 낸다.
이 두 작가의 작업이 실제적으로 평면에서 벗어나 설치 개념을 도입한 설치 회화라고 지칭할 수 있다면 김혜나와 이보람의 작업은 신문 보도 사진을 소재로 회화의 2차원 평면 자체에 충실하면서도 그 평면 안에서 새로운 공간 영역을 탐색하고 있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걸러진 이미지는 다시금 회화의 영역으로 편입되며 새로운 의미 공간을 생성해 낸다. 김혜나의 「나를 봐주세요」에서 길게 확장된 화면은 바닥으로 까지 길게 늘어져 벽면 공간에서 바닥까지 종이로 덮게 된다. 커다란 화면 위에는 다양한 크기의 인물상이 초현실주의적으로 그려져 있다. 신문 기사에서, 혹은 신문에 실린 보도사진을 통해 접한 인물들은 작가에게 갖는 의미의 크기만큼을 화폭에서 점유하고 있다. 인물들은 공허한 눈동자 없는 눈임에도 강한 눈빛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 보도사진이 그러하듯 김혜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회적 이슈가 된 사진 속 인물들은 그 객관적 생김새에서 벗어나 그 사건과 연관된 주관적 형상을 갖게 된다. 화려한 색채는 일반적으로 그 색채가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색채 심리적 의미가 아니라 작가가 그 기사에서 받은 인상을 주관적 색채로 표현한 것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작가의 단상들은 전시장 바닥을 덮는 거대한 화면 속에서 강한 인상으로 관람객에게 다가간다.
이보람은 포토꼴라쥬 작업을 통해 시각적 표현 영역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으며, 텍스트를 직접 삽입함으로서 의미 영역의 확장 또한 꾀하고 있다. 이보람이 소재로 택한 것은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드러내는 전쟁보도사진이다. 「메타포」라는 연작의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이, 사진 속 인물들의 참상, 그리고 단말마적으로 표현된 사진과 연관된 기사의 제호를 그려 넣은 작품은 현실 속 고통의 은유이다. 사진 속 현실은 끔찍하지만, 부분적으로 오려진 사진을 통해 우리는 그 현실을 직시하기보단 외면하고 싶은 충동에 빠진다. 작가의 화면 속 사진과 제호를 덮고 있는 거대한 손가락처럼 참상을 지시하면서 동시에 은폐한다. 동일한 형식으로 제작된 4점의 작품 연작은 이러한 은유를 획일화시키며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의 욕망을 가속화 시킨다. ■ 문희채
Vol.20050612c | Inside Out - 회화모음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