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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603_금요일_06:00pm
문화일보 갤러리 서울 중구 충정로 1가 68번지 Tel. 02_3701_5755 gallery.munhwa.co.kr
잠식, 침식된 영혼 - 페르세포네 ● 두 작가 자신의 원형에 대한 탐구와 관조적인 명상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번 전시는 페르세포네라는 그리이스 신화의 인물을 등장시켜 신화적 네러티브를 가지고 재해석하여 자아탐구에 접근하였다. 주목할 점은 전시의 모든 과정을 두 작가가 기획 했으며 관람자가 신화의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서사적인 방식으로 전시 공간을 배치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코레의 정원이 보인다. 그리고 동선을 따라 페르세포네의 숲이 보이며 관람객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벽화와 같은 5m 크기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의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페르세포네는 친구들 곁을 떠나 좀 멀리 나갔다. 그 곳에는 짙은 감색을 한 큰 수선화가 있었다. 이것은 제우스가 놓아둔 것이었다. 페르세포네는 한참동안 수선화를 바라보았다. 다시 돌아가야만 했지만 이상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아버지의 기만이 숨기어진 그 꽃에서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 그때였다. 갑자기 땅이 갈라지며 네 마리의 검은 말이 있는 마차를 탄 하데스가 나타나 페르세포네를 무작정 낚아채 지하세계로 들어가 버렸다.
페르세포네는 지하와 지상을 연결시켜주는 여신이다. 삶의 시작과 끝이 불분명한 이곳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모호하다. 그녀의 방은 언제나 그녀의 연약함을 상징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의 경험도 회상할 수 있는 것들로서 상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페르세포네는 처음에 나약하고 연약한 처녀였다. 그러나 죽음과 삶을 이어주는 여신으로 거듭나면서 부드러움과 섬세함, 그리고 여유를 가지게 된다. 작품 속에서는 이러한 불안함과 부드러움, 공간 안에서의 명상적인 분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 작품에 나타나는 어둠,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사이의 이중성, 상처받고 벌레 먹은 심장, 그리고 잡풀들과 덩쿨 등은 두 작가의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한다. 여성적 상징의 불길한 측면을 암시하고 있는 작품들은 여성적 원형의 부분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작품을 매개로 한 상징체계의 고고학적 탐색을 한다. 원형질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인간 저 너머에 숨겨져 있는 무의식의 상징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한다.
…그 후 페르세포네는 처녀에서 여성이 되었다. 딸을 찾기 위해 어머니는 한동안 정원을 떠나 있었다. 데미테르의 정원은 황폐화되었고 그 때문에 가을과 겨울이 생겨났다. 밝음과 기쁨만 있던 정원은 잡초와 넝쿨, 잡풀들이 무성한 숲으로 변해 갔고 시간이 흐른 뒤 그녀는 이 숲으로 돌아왔다. 따스한 봄의 계절과 더불어 여름, 가을 겨울이 생겨나고 밝음과 따뜻함만 존재하던 이 곳에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조화로운 곳이 되었다.
3. 두 작가의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잠식된 불안(Angst Essen Seele Auf)은 우리의 내면 가운데에 숨겨져 있는 비밀스럽고 은밀한 공간이며 그들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페르세포네의 방」은 하나의 성(城)처럼 고립되고 비밀스런 공간이다. 두 작가의 그림 속에서 나타나는 어둠과 침묵으로 채워진 공간은 시대적 흐름이나 현실적인 담론을 제시하기 보다는 실존적인 명상을 통해 그녀들의 방을 탐색하게 한다. ■ 정지현_홍세연
Vol.20050610a | 정지현_홍세연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