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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5_0519_목요일_06:00pm
금호미술관 서울 종로구 사간동 78 Tel. 02_720_5114 www.kumhomuseum.com
문학과 음악을 비롯해서 모든 예술은 기록성을 가진다. 그 중 미술은 문자보다 더 오래된, 기록의 가장 직접적인 장르로 꼽힌다. 회화의 역사는 기록에서부터 시작하였고, 현대에도 많은 작가들이 다양한 기록의 방법을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다. 내러티브를 담고있는 그림과 같이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기록의 방법에서부터 아주 일상적이거나 혹은 사소한 오브제 등을 배치하여 간접적으로 기억을 환기시키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록이 현대 미술에 등장한다. ● 금호미술관의 영아티스트 전시에 참여하는 네번째작가 이지은은 기억 속에 존재하는 풍경과 정물들을 조각 작품으로 옮겨오면서 존재와 이에 대한 기록들을 이야기한다. 이지은의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버릴 기억 속의 이미지들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택한 '버리기'와 '쌓기' 라는 일련의 행위들이다.
작가는 도자기, 공예품, 화분, 병, 가방 등 정물 이미지를 비닐이라는 매재(媒材)에 담았다. 그리고 이러한 기억 속의 존재에 대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파내고 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비닐판에 그려넣고, 이를 오려내고, 오려낸 비닐들을 높게 쌓아올렸을 때, 우리는 그 비닐판들의 측면에서 비닐판 속의 빈 공간들이 합쳐져 만들어내는 하나의 정물 이미지를 볼 수 있다. 수백 혹은 수천장의 비닐은 각 장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도려내지만, 결국은 이들의 빈공간이 결합하여 존재의 모습을 갖춘다. 우리의 눈에는 쌓인 비닐판들이 만들어내는 정물의 실루엣이 보이지만 실제로 비닐판 안은 그 이미지들을 버린 부재의 순간인 것이다. 즉, 작가는 빈 공간을 통해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공간연출을 시도한다.
작가는 주로 화분이나 물병과 같은 정물 이미지들을 작품에 담고 있으며, 그러한 정물이미지의 연장에서 풍경을 담기도 한다. 그 풍경은 허공에 뜬 구름을 닮은 소, 물 속에서 떠다니는 물고기 등 부유하고 있는 동물의 모습이다. 이들 풍경도 정물과 마찬가지로 비닐판 속의 빈 공간들이 결합된, 즉 부재의 순간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이다. ● 작가는 기록한다는 것은 존재했음을 나타내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작품에서 기록이라는 행위는 일상적인 삶의 모습으로 조형화 되며, 스스로 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고, 중첩된 형태는 결국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다. 작가는 특별하지 않은 주변의 풍경이나 물상의 이미지를 기록함으로써 삶과의 소통을 기대한다. ■ 김윤옥
Vol.20050525a | 이지은 개인展